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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사팔뜨기(斜視)_정승열 법무사(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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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용 기자 | 2022.12.05 09:2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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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1월 22일 국토교통부는 ‘전세 사기 및 깡통전세 방지를 위한 임대차 제도 개선 방안’을 법무부와 합동으로 발표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임차인이 보증금을 전부 회수하지 못하는 피해가 늘고, 임대인이 관리비를 과도하게 올려 취약계층의 주거비용 부담이 증가한 데 따른 대책이다. 실제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을 통해서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대신 보증금을 가입자에게 지급하고 집주인에게 청구해 받아내는데, 10월 보증 사고로 전세보증금 대위변제액은 1,087억 원(501가구)으로 월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HUG는 올해 대위변제액 합계는 6,379억 원에 달한다.

 

정부가 발표한 개선방안의 주요 골자는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를 개정하여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기로 한 다음 날까지 임대인이 저당권 등 담보권을 설정할 수 없다는 조항과 위반할 때 임차인에게 해제, 해지권과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된다는 점을 명시한 특약사항이 추가됐다.

 

이것은 그동안 임차인의 대항력이 전입신고 다음날 발생한다는 점을 악용해서 임대인이 계약 직후 주택을 매도하거나 저당권을 설정하여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 전세 계약 전에 자기보다 먼저 보증금을 받게 될 선순위 임차인 정보와 임대인의 체납 사실도 확인할 수 있게 하여 임대인은 임대차 정보 제공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납세증명서도 제시해야 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2023년 1월2일까지 법무부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서 내년 상반기에 개정안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대책은 매우 편면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

먼저, 다주택자 중에는 분명히 임대수익이나 매매 차액을 노린 투기자도 있겠지만, 사실상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대부분 현실에서 무주택자뿐만 아니라 온갖 중과세와 규제로 짓눌린 주택보유자 모두 잘못된 정부 정책의 희생자라는 사실을 외면한 처사다. 즉, 주택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유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중과세‘로 조세부담이 늘어나자 그 부담이 고스란히 세입자의 보증금 인상으로 전가되고, 또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만든 것은 문 정권의 천인공노할 범죄였다. 가렴주구라고 할 만큼 중과세로 재산세, 종부세를 천문학적으로 긁어모으는 한편 온갖 금융거래를 막아놓고, 이제 집값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상황에서 주택소유자를 범죄자시 하는 주범이 누구였는지 묻고 싶다. 올해 3분기 전국 아파트 매매량은 5만 17건, 서울은 1,927건으로 주택거래 신고제 도입 이후 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였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급격한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서 단기적인 충격을 일부 해소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오히려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어서 하락 위주의 상황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선진국도 임차인 보호를 위해 강력한 규제를 하고 있지만, 우리와는 천지 차이다.

우선, 독일은 기본적으로 임대차 존속기간에 제한이 없고, 임대인이 직접 입주하거나 건물 철거·개량을 할 경우에만 계약 해지나 거절할 수 있다. 임대료도 기본적으로 국가나 지역 조합에서 정한 금액 이상을 받을 수 없고, 임대료 상승률도 20%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원천적으로 주택공급이 한정된 서유럽의 대도시인 베를린·뮌헨 등 독일 주요 도시에서 경쟁이 100대 1까지 달할 만큼 세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 10년간 7개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이 118.4%, 임대료가 57.0% 상승했다. 베를린은 2015년 표준임대료의 10% 이상 인상하지 못하는 법을 시행했음에도 임대료 상승이 이어지자 임대료 5년간 동결하는 개정법을 통과시켰으나, 지금 위헌소송이 제기되고, 임대료가 치솟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우리와 달리 월세가 대부분인 독일에서 임차인은 집주인에게 여권 사본, 3개월간 임금 등 소득증명, 은행 신용등급 등 월세를 성실하게 지급할 수 있다는 재정 상태를 기재한 지원서 제시는 물론, 임대인과 면접에서 흡연 여부, 애완동물 동반 여부, 미혼자일 경우에는 결혼할 여성이 있는지 등 지극히 개인적이고 상세한 사항의 질문에 답변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대개 1~2쪽에 그친 우리의 임대차계약서와 달리 매일 1시간 이상 환기를 할 것. 열쇠를 분실했을 경우의 배상, 유리창 등을 깨뜨렸을 경우의 배상 등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규정된 30여 쪽에 이르는 계약서를 작성하여 임차인에게 대항하는 것이 정착되었다. 물론 이런 약정에 위반하면 해약 사유가 된다.

 

또, 영국은 2차대전 때 도입한 임대료 상한제를 1988년에 폐지하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계약에 맡겼다. 세입자는 입주할 때 집주인과 함께 집 상태를 일일이 ‘확인(Inventory check)’하고, 이것을 서류로 작성하는 것은 독일과 비슷하다. 또, 임대계약이 끝나서 집을 비울 때도 임대 중에 발생한 파손상태 등을 꼼꼼히 검사한 뒤, 약간의 문제가 있어도 보증금에서 이를 공제한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는 임대료 규제가 공급 감소, 주거환경 악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1995년 관련 규제를 전면 폐지했다. 또, 뉴욕주는 1974년부터 임대료를 규제한 이후 도시의 슬럼화가 크게 진행됐다. 즉, 표준임대료제 도입으로 임대인의 수익이 감소하자 임대인이 임대주택을 보수하지 않아서 노후화가 가속화되고, 건물 가치가 폭락하여 은행은 대출을 거절하거나 회수에 나섰다. 심지어 보험금을 노리고 집에 불을 지르는 집주인까지 나타났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1994년 월세 상한제가 도입된 뒤, 집주인들은 월세 상한제를 적용받는 건물을 콘도미니엄(아파트) 등 고급주택으로 재건축에 나서 다세대주택 공급이 15%나 줄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독일식 임차인의 권리에만 초점을 맞추었을 뿐, 임대인에 대한 배려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것은 근시안적 정책이자 애꾸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포풀리즘에 지나지 않는다. 

[ 이선용 gosiweek@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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