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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창] 배부른 돼지_정승열 법무사(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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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용 기자 | 2023.02.13 10:51 입력

정승열 법무사.jpg


※ 외부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은 무수한 인간이 모여 사는 집단이다. 그 집단을 좀 더 세분하면 인종, 종교, 직업, 재산 등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인도의 카스트제, 중세의 종교적 사회구조, 미국의 인종적 구조, 우리의 양천(良賤) 등이 사회계층(social stratification)을 이룬다고.

 

일찍이 카를 마르크스는 경제적 요인을 기준으로 형성된 사회집단을 사회계급 (class)이라고 정의했는데, 그가 말한 사회계급은 사회적 보상이나 특권, 가치가 불평등하게 분배되어서 서열화 되어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그는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빈부 차이가 더욱 극심해진다고 했지만, 어느 사회에서나 양극단만이 아닌 중간계층 (middle class)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마르크스는 중산층이란 노동자계급보다는 재산이 많지만, 자본가계급에는 끼지 못하는 계층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무산계급이 많으면 현실 체제에 불만하여 급격한 개혁을 주장하기 마련이어서 사회는 점점 과격해지고 불안정하기 쉽고, 반면에 자본가가 지배하는 사회는 더 많은 착취 욕구로 무산계급과 갈등이 생기기 쉽다고 했다.

 

이것이 미국의 자본주의와 반드시 일치하는 개념은 아니지만, 노동자의 작업복 진(Jean)을 상징하는 블루칼라 (blue collar)를 무산계급이라고 한다면, 하얀 셔츠를 입는 사무직인 화이트칼라 (white collar)는 중산층이다. 오늘날 화이트칼라도 진을 입고, 그것이 패션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인 세상에서 중산층이 많은 사회일수록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 지지 않게 되므로 정부 대부분은 중산층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좌파적 정부는 중산층보다 수적으로 많은 무산계급의 지지를 얻어 정권을 유지하려고, 이들에 영합하는 이른바 포플리즘 정책을 펴는 것이 보통이다.

 

5년마다 조사하는 우리 정부의 경제 센서스에서는 ‘아내와 두 자녀가 30평형 아파트에서 살면서 쏘나타급 자가용을 타고 직장에 다니는 샐러리맨을 중산층’이라고 진단했었지만, 근래에는 아기 낳기를 꺼려서 ‘자녀’ 부분이 빠지고, 또 ‘자기 소유의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아파트에서 자가용을 타고 출근하며, 퇴근 시각에 가족을 위하여 피자를 사 들고 갈까, 아니면 치킨을 사 들고 갈까를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 계층’을 의미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런데, 경기 불황과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최근 한 언론사에서 조사한 결과는 ⑴ 빚 없이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 ⑵. 월급 500만 원 이상 ⑶ 2,000CC급 중형차 이상 소유 ⑷ 예금 잔고 1억 원 이상 보유 ⑸ 1년에 1회 이상 해외여행 다니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물론, 한 언론사의 조사 결과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물질적 기준을 중요시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서구사회는 우리와 전혀 다른 기준에서 중산층을 인식하고 있는 것에 놀라게 된다. 즉, 프랑스의 퐁피두 대통령은 삶의 질 (Qualite de vie)에서 정한 중산층 기준을 ⑴ 외국어를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고, ⑵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하나 이상 있고, ⑶ 다룰 줄 아는 악기도 하나쯤 있고, ⑷ 남들과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하나 이상 만들 수 있어야 하고, ⑸ 정의에 반하는 '공분'에 의연히 참여하는 용기, ⑹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것을 정책의 지표로 삼았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제시한 중산층은 ⑴ 페어플레이를 할 것, ⑵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⑶ ‘나만이’라는 독선적 행동을 하지 말 것, ⑷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⑸ 불의, 부정, 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 등 우리와 달리 물질적 자산은 기준에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 또, 미국의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산층의 기준도 ⑴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⑵ 사회적인 약자를 도와야 하며, ⑶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고, ⑷ 테이블 위에 정기적으로 받아 보는 비평지가 하나쯤 놓여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UN은 매년 국내총생산, 기대수명, 부정부패, 사회적 관용 등 6개 항목의 자료를 바탕으로 행복지수를 발표하는데, 최근에 발표한 2022년 행복지수에서도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한국은 59위로 나타났다.

 

3년 연속 세계행복지수 1위인 핀란드는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게, 적절한 양을 뜻하는 ‘라곰(lagom)’을 중시한다. 즉, 인간이 기본적 욕구를 충족하게 되면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 과욕을 부리지 않고,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인식한다. 행복지수 3위인 아이슬란드도 국민 98%가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를 알고, 우정을 유지하는 것에서 행복감을 얻는다고 한다.

 

어찌 보면 이런 의식구조는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려는 강렬한 의지가 없는 소극적인 의식이 아닌가 하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우리의 1인당 GNP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 국민소득 3,000달러의 가난한 부탄은 인구 75만 중 97%가 스스로 행복하다고 만족한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정신적 만족보다 물질적 풍요를 척도로 삼는 “배부른 돼지”를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 이선용 gosiweek@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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