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윤성권FC 윤성권 감독]
30년 동안 축구를 업으로 삼아왔다. 선수로 뛰었던 10년과 유소년들을 지도해 온 20년을 돌아보면, 한국 축구가 반복해서 마주하는 벽이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아이들의 재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재능이 뿌리내릴 토양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유럽의 유스 팀과 함께 훈련을 경험했던 시절이 있다. 당시 느낀 가장 큰 차이는 기술 수준이 아니었다. 훈련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랐다. 그들은 어린 선수라도 성장 속도와 체력 변화까지 세밀하게 기록하고, 영상 분석을 통해 개인 맞춤 피드백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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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우리는 여전히 ‘누가 더 빨리 성장하느냐’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곤 했다. 이때부터 나는 깨달았다. 성공을 결정하는 것은 선수 개인의 열정이 아니라, 그 열정을 체계적으로 키워주는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지도자로서 보낸 20년은 이러한 인식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다. 한국 유소년 축구는 좋은 선수들이 꾸준히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성장 곡선이 중간에서 꺾이는 경우가 많다. 환경적 요인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기 어려운 구조, 지역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 인프라, 지도자 교육 체계의 미비, 과도한 경기 일정 등은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한다.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라, 아이들을 둘러싼 제도와 관행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현실적인 변화의 방향이다. 잠재력이 늦게 드러나는 선수도 끝까지 관찰할 수 있는 개방적 육성 체계, 데이터 기반으로 개인 성장 과정을 관리하는 과학적 훈련 환경, 진로의 폭을 넓혀주는 학업 연계 모델, 지역 곳곳에서 우수한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 기반 확충, 그리고 지도자 교육을 표준화하는 체계적인 재교육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하나의 구조로 작동할 때 비로소 유소년 선수의 성장 경로가 안정적으로 이어진다.
오랜 기간 현장을 지켜본 입장에서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변화를 원하는 주체는 아이들이다. 바뀌지 않는 것은 시스템이다. 지금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같은 문제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한국 축구가 더 높은 무대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개인의 재능을 탓하기 전에, 재능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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