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정보사회에서의 자유와 국가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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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정보사회에서의 자유와 국가권력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10-16 11: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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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사회에서의 자유와 국가권력”

 

 



▲최창호 변호사
1. 정보가 권력이 되는 시대

1970년 미국의 법학자 Arthur R. Miller는 컴퓨터와 데이터뱅크의 발전이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저서 『The Assault on Privacy』를 발표하였다. 당시에는 컴퓨터가 오늘날처럼 일상생활을 지배하지 않았지만, Miller가 제기한 문제는 상당히 선견지명이 있고, 놀랍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Miller가 주목한 것은 컴퓨터의 계산능력이 아니라 정보를 축적하고, 결합하고, 검색하고, 전달하는 능력이었다. 과거에는 한 개인에 관한 정보가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어 이를 하나의 종합적인 기록으로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컴퓨터와 데이터베이스가 등장하면서 개인의 출생, 학력, 재산, 신용, 결혼, 건강, 직업, 사회관계 등 서로 다른 정보가 하나의 파일로 결합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편리함을 가져오는 동시에 새로운 권력을 창출해 낸다.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기관은 개인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개인의 행동을 평가하고 예측할 수도 있다. 결국 정보의 집중은 권력의 집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2. ‘기록사회’에서 ‘AI 사회’로

Miller가 우려했던 사회를 오늘날의 언어로 표현하면 ‘기록사회’라고 할 수 있다. 개인에 관한 정보가 하나의 dossier, 즉 종합적인 정보기록으로 축적되는 사회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상황은 당시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스마트폰, CCTV, 인터넷 검색기록, 위치정보, SNS, 금융정보, 생체정보 등이 실시간으로 축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기에 인공지능이 결합하면서 상황은 한 단계 더 발전했다.

과거의 컴퓨터가 개인에 관한 정보를 ‘기록’했다면 오늘날의 AI는 그 정보를 ‘분석’한다. 더 나아가 개인의 성향과 위험성을 평가하고 미래의 행동을 예측하려 한다. 따라서 정보사회에서 제기되는 근본적인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에는 “국가가 나에 관한 정보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가 문제였다면, 이제는 “국가가 그 정보를 이용하여 나를 어떻게 평가하고 판단하는가”가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3. 사생활 보호를 넘어서는 개인정보 보호

개인정보 보호를 단순히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로만 이해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개인정보는 한 인간의 사회적 평가와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되고 그것이 여러 기관에 반복적으로 전달된다면 단순한 정보상의 오류가 개인의 삶을 결정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과거의 사건이나 평가가 현재의 인격과 분리되지 않고 계속 따라다니는 문제도 발생한다. 따라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를 단순히 숨길 권리가 아니라 자신의 정보가 어떻게 수집되고, 이용되고, 결합되고, 평가되는지를 통제할 권리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과거의 데이터와 동일한 존재가 아니다. 사람은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헌법이 보호해야 할 대상도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과거의 인간이 아니라 현재의 인격적 주체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것이다.


4.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감시

정보권력의 문제는 개인정보에만 머물지 않는다. 국가나 사회가 개인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이 인식하게 되면 실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자기검열이 발생할 우려를 내포하고 있다. 자신의 발언과 행동이 언제든지 기록되고 분석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사람들은 정부에 대한 비판이나 특정한 사회적 활동을 스스로 자제할 수 있다. 결국 감시는 표현의 자유 및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민주적 공론장의 형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프라이버시는 단순히 혼자 있을 권리가 아니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기 위한 헌법적 공간이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하는 것은 동시에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5. 권력분립이 필요한 정보권력

전통적인 헌법의 권력분립은 몽테스키외가 주장한 바와 같이 입법권·행정권·사법권 사이의 권력분립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지만, 현재의 정보사회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권력이 등장했다. “누가 국민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 어떤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가, 얼마 동안 보관할 수 있는가, 다른 정보와 결합할 수 있는가, AI를 이용하여 국민을 평가할 수 있는가, 그 판단에 오류가 있을 경우 국민은 이를 다툴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이 바로 현대적 의미의 정보권력 통제이다.

국가가 보유한 정보가 많아질수록 그 정보권력에 대한 법적·사법적 통제도 강화되어야 한다. 정보의 집중을 방치하면서 전통적인 권력분립만으로 국가권력을 통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정보의 분산, 정보접근의 투명성, 개인정보의 최소수집, 오류정보의 정정, 알고리즘 판단에 대한 설명과 이의제기 절차가 함께 보장되어야 한다.


6. 기술의 인간 지배 위험성

Miller가 컴퓨터 시대에 던진 근본적인 경고는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술은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하며 인간이 기술의 객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AI 시대에는 이 원칙이 더욱 중요하다. 행정기관이나 기업이 AI를 이용하여 개인의 신용, 채용, 복지, 위험성 등을 평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가 인간의 최종적인 판단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

특히 형사사법 영역에서는 더욱 엄격한 원칙이 필요하다. 범죄위험 예측이나 수사정보 분석에서 알고리즘의 판단이 활용될 수 있지만, 국민을 단순한 위험점수나 데이터 집합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인간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책임 있는 인간의 판단이어야 하며, 당사자에게 그 판단을 다툴 실질적인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7. 정보사회의 새로운 법치주의

정보사회에서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헌법적 원칙이 필요하다. 인간우위의 원칙, 정보자기결정의 원칙, 정보최소수집의 원칙, 정보정확성의 원칙, 정보맥락의 원칙, 정보권력 통제의 원칙이 그것이다. 이 모든 원칙은 하나의 명제로 수렴하는데, 정보를 가진 국가가 국민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가가 국민에 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국민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보호장치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정보사회에서 자유의 최대 위협은 국가가 국민에게 무엇을 명령하는 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국민에 관하여 무엇을 알고 있으며, 그 정보를 이용하여 국민을 어떻게 판단하고 예측하고 통제하는가에도 있다. 결국 정보사회에서의 법치주의란 국가가 법에 따라 행동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가가 국민의 정보를 이용하여 행사하는 새로운 권력까지 헌법의 통제 아래 두는 것을 의미한다.

Miller의 주장은 프라이버시를 개인의 은밀한 영역을 보호하는 소극적 권리에서, 정보사회에서 개인이 자기 정보의 유통과 이용을 통제할 수 있는 적극적 권리로 확장하는 출발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Miller가 반세기 전에 제기한 프라이버시에 대한 경고는 이제 AI 시대의 헌법적 과제가 되었다. 인간이 만든 기술이 인간의 자유를 결정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보가 권력이 되는 시대일수록 헌법의 궁극적인 기준은 기술의 효율성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자유’가 되어야 한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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