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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 박범신 저 / 한겨레 출판

/ 기사승인 : 2015-10-20 15: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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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1, 아버지2, 혹은 아버지10의 이야기

예전의 읽었던 책 중에서 <가시고기>, <아버지>와 같이 아버지의 가족을 향한 끝없는 희생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면 그 무한한 희생을 거부하고 자신의 길을 택하기 위해 가족을 버린 한 남자의 조금 다른 이야기 <소금>이 있다.

박범신의 <소금>은 염부였던 아버지는 염전에서 죽었다. 몸 속 염분이 부족해 실신해 쓰러졌던 것이다. 대학생 아들 하나 보고 살아온 사람이다. 만들기만 하고 자기 몸속의 소금은 챙기지 못한 채.. 

대학생 아들이었던 선명우는 세 딸을 둔 아버지가 되어 자신의 꿈을 버리고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가족을 버리고 떠난다. 자신의 인생을 찾으러 떠난 것일까? 아님 자신의 아버지처럼 죽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결국 그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가족은 붕괴되었다. 

“소금은, 모든 맛을 다 갖고 있다네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단것, 신 것에 소금을 치면 더 달고 더 시어져, 뿐인가? 염도가 적당할 때 거둔 소금은 부드러운 짠맛이 나지만 32도가 넘으면 쓴맛이 강해 세상의 모든 소금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맛이 달라.”

‘소금’과 ‘아버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소금의 모든 맛을 맛본 인생을 살아왔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치사한 굴욕과 쓴맛의 어둠을 아버지라는 이유만으로 줄기차게 견디며 가족들을 위해 묵묵히 일하고 희생해야 하는 현실에 살고 있다.
가족사진 속에 아버지는 없다. 사진을 찍어주는 이가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존재 유무는 우리가 너무 당연히 누리고 있는 것들이 사라지기 전까지 알지 못한다. 자식들의 소비를 위해 아버지는 희노애락을 느끼는 인간이 아닌 일꾼이 되어야 한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나에게 있어 어떤 의미일까? 어렸을 적 아빠는 이른 새벽에 나가서 밤  늦게 돌아와 맛있는 것을 잔뜩 안고 오면 우리는 그것들을 맛있게 먹곤 했다. 그때 아빠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표정이 어땠는지,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땐, 아빠의 얼굴조차 보기 힘들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냈고 이후에 아빠의 존재는 ‘아버지는 아플 수도 없다’는 공식이 깨졌을 때 비로소 느끼게 된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를 둘로 나눠야 한다면, 하나는 스스로 가출을 꿈꾸는 아버지, 다른 하나는 처자식들이 가출하기를 꿈꾸는 아버지로 나눌 수 있다”

선명우의 가출로 인해 가족들은 아버지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고 가출한 아버지를 찾아 행복하게 산다는 결말이 아닌, 아내와 자식들을 위해 ‘빨대’를 꽂아 빠는 기능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인생을 찾기 위해 떠난다. 
그의 선택이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지만 ‘내가 선명우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면 얼마나 큰 부담을 느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내가 부모가 되어 나의 부모를 이해할 때쯤 곁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후회가 밀려오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깜짝 놀랐을 때 ‘엄마야’를 먼저 찾게 되지만, 오늘은 아빠를 먼저 찾아야겠단 생각이 든다.

“언니는 엄마 아빠가 누구라고 생각해?”
“누구? 그게 무슨 말이니 그냥 엄마 아빠지.”
“아냐, 선명우, 김혜란이야!”
이름을 불러보자, 어머니 아버지에게 가는 가깝고 넒은 길이 뚫리는 느낌이었다.
고마워요. 아빠.

'미소'로 찬찬히 읽어내주는 人 ㅣ은향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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