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문경보의 진학상담이야기] 친구와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기로 마음 먹은 영상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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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보의 진학상담이야기] 친구와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기로 마음 먹은 영상 제작자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4-06-12 10: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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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기로 마음 먹은 영상 제작자

문경보


오월을 잔인한 계절이라고 부르고 싶다. 적어도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직후나 결과가 나온 날 교실 풍경을 보면 그런 마음이 생긴다. 우리 학교는 자율형 사립고여서 중학교 때 나름 성적이 좋았던 친구들이 많다. 중학교 때 최고의 자리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1학년 친구들일수록 그 표정은 어둡고 또 어둡다. 충고하기도 하고, 달래보기도 하는 교사들의 얼굴은 외면한 채 창밖을 보거나, 학생들은 한숨을 쉬거나, 책상만 바라본다. 책상 위에는 책이 없거나 전 시간 교재가 놓여있다. 아니, 어쩌면 1교시에 꺼낸 책으로 하루를 보냈을지도 모르겠다.

그날 상담실에 들어선 명휘도 그런 친구 중 하나였다. 명휘는 국제 중학교 출신이다. 중학교 때 수학 천재라는 소리도 들었다. 국제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과학고등학교에 진학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자율형 사립고인 우리 학교로 편입해 온 학생이다.

“선생님. 이 점수로 어느 대학 갈 수 있어요?”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따지듯이 말하며 내게 내미는 명휘의 손에는 성적표가 들려 있었다.
“글쎄….”
“선생님도 이제 겨우 1학년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났는데, 너무 성급한 질문이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공부하기 싫어서 너무 결과를 빨리 알고 싶다고 생각하세요? 수능을 준비하는 방법도 있는데 어린애처럼 칭얼거린다고 생각하세요?”
명휘의 목소리에는 울음이 배어 있었다. 억울하고, 길이 안 보여서 답답해하는 마음이 보였다.
“글쎄 ….”
“선생님. 말씀해 주세요. 제가 정말 성급하고 공부하기 싫어서 그런지 말씀해 주세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 그렇게 물아봐야지. 질문 잘했다. 어느 대학에 갈 수 있냐는 것보다 네 마음이 우선이지. 음…. 선생님은 명휘가 성급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늦게 알아차렸다는 생각이 드네. 그것도 아주 많이 …”
“예?”
“아주 오래전부터, 그러니까 중학교 1학년, 어쩌면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여기까지 달려오느라고 지쳐버린 것은 아닐까? 원하는 과학고로 진학하지 못한 중3 겨울 방학 때, 너의 에너지는 다 빠져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너도 모르는 상태로 말이야. 네가 인정하기 싫은 마음으로 말이야. 얼마 남아 있지 않은 힘을 다 짜내서 고등학교 중간고사를 치렀을지도 몰라. 하지만 결과는 너의 기대에 못 미쳤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이 지겨운 싸움을 이젠 끝내고 싶어서, 만족스럽지 않은 중간고사 성적으로라도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너 자신에게 실망해서 자신을 저 바닥으로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수도 있겠다. 명휘야. 너 지금 너무 지쳐 보여.”

차마 명휘의 눈을 마주 볼 수 없었다. 눈물을 흘리는 그 친구에게 교사로서,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미안해서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그러나 차분하고 냉정하게 말해야 했다. 교사는 참 힘든 직업이다. 고개를 들어보니 명휘는 책상에 엎드린 채 흐느끼고 있었다. 가만히 그 친구의 등을 도닥도닥 다독였다. 그렇게 첫 상담은 끝났다.

한 주가 지난 후 명휘가 다시 상담실로 들어섰다.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선생님. 여기가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아직 살아 있네! 좋다! 아 좋아! 선생님도 지난 일주일 동안 곰곰 생각해 봤어. 그래서 내린 결론인데 말이야. 네가 다시 시작하기 위해 정해야 할 것은 출발점이 아니라 목표지점이 아닐까하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어. 목표를 너무 멀리 잡은 것이 문제가 아닐까? 작은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뤄나가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선생님이 오늘 면접 귀신이란 별명을 있었던 너의 선배 이야기를 하고 싶구나.”

정동현. 고3 때 우리 반 학생. 문과 전체에서 늘 최상위권을 유지했던 친구. 말과 글은 전국 1등급 수준이어서 수상 경력도 화려했던 우리 학교의 자랑. 면접 귀신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교사보다 면접에 대해 잘 알아서 교내 모의 면접 때 친구들을 지도한 경험까지 있던 동현이가 두 곳 대학에 면접을 보게 되어 있었다. 한 곳은 동현이 성적에 알맞은 대학이었고, 다른 대학은 동현이 성적으로는 굳이 지원할 필요가 없는 대학이었다. 진학하고 싶은 대학 면접을 위해 연습하려고 다른 대학에 지원했다는 동현이의 말을 듣고, 나는 교만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충고를 하기도 했다. 동현이는 두 대학 모두 여유 있게 합격하고, 원래 가고 싶었던 대학으로 진학하였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다고 인사를 하러 왔다.

“연습 삼아 면접을 보았던 대학에서 교수님께서 다른 대학과 우리 대학 모두 합격하면 어디로 갈 것이냐는 질문을 하셨어요. 저는 교수님이 엄하게 야단치듯이 말씀하실 줄 알았어요. 질문은 예상했던 것이었지만 교수님의 표정은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빙그레 웃고 계셨어요. 제가 준비했던 답은 저를 잘 키워 줄 수 있는 대학으로 진학할 것이라고 공격적으로 말하려 했어요. 그런데 그 교수님 인상이 너무 좋으셔서 궤도수정을 해야 했어요. 일단 기쁜 상상을 하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렸어요. 그리고 두 대학 모두 합격하면 그때 생각해 보겠다고 말씀드렸어요. 합격한 후 두 대학 홈페이지도 살펴보고, 주변 선배도 만나보고, 선생님들과도 다시 상담해서 결정하겠다고 했어요. 교수님께서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꼬리 질문을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마지막 명대사를 날렸죠. 저는 사람복이 많은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이렇게 대답했어요. 우리 담임 선생님께서 저에게 늘 너무 멀리, 너무 빨리 생각하지 말라고, 그날그날에 최선을 다하라고 하셨다고요. 미래는 소중한 것이지만 미래에 노예가 되는 삶은 살지 말라고 하셨다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수님을 뵈니까 꼭 우리 담임 선생님을 뵙는 것 같아서 기분이 편안하다고 말씀드렸어요. 면접은 그렇게 즐겁게 끝났는데요. 좀 아쉬웠어요. 그 교수님께 수업을 듣고 싶은 마음이 생겼거든요. 그런데요. 선생님. 제가 올해 우리 대학 대학원 석사과정에 들어가는데요. 그 교수님께서 우리 학교에 오셨고 심지어 제 지도교수님이 되신 거에요. 교수님께서 제게 밥을 사 주시면서 그러셨어요. ‘정군! 우리 일단 오늘만 살자고! 하하’ 선생님. 모두 선생님 덕분이에요. 감사해요.”

명휘는 내가 하는 이야기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대학 입학에 앞서 고등학교 생활, 그리고 일단 이번 당장 눈 앞에 있는 기말고사부터 충실히 준비했으면 좋겠다는 내 마음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명휘야. 뭐 하나 물어보자. 네 방이나 책상 위 정리 정돈 잘 되어 있는 편이니?”
“아니요. 엄마한테 매일 혼나요. 저도 잘 정리하고 싶은데…”
“그렇구나. 자존심과 독립 정신이 강한 사람은 세상을 자기가 지배하고 싶어 한단다. 최소한 세상에 지지 않기를 원한단다. 그래서 이기지 못할 것 같은 어떤 일은 아예 시도하지 않고 그냥 바라보기만 할 때가 있단다. 명휘에게는 그런 성향이 있어. 어쩌면 너도 처음에는 방을 정리하고 싶었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서 방을 어지러운 상태로 놔두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완벽주의도 한 몫을 한 것 같고. 마치 대학 입학을 미리 생각했던 네 마음처럼 말이야. 자! 선생님이 숙제를 박명휘에게 낸다! 하루에 한 가지씩만 정리하는 시간 갖기. 예를 들면 오늘은 책상 위만 정리하고, 내일은 책상 맨 위 서랍 속만 정리하고 이렇게 말이야.”
“예. 선생님 그렇게 해볼게요. 그런데 선생님 그게 공부랑 무슨 상관이 있어요?”
“명휘는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연습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공부와 생활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거든. 네가 책상 정리를 하는 것, 그것도 공부하는 것과 같은 거야. 일종의 운동을 할 때 기초체력을 키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도 좋겠다.”
명휘와 몇 번의 상담을 더 하면서 한 달이 흘렀다. 명휘 어머니께서 학교에 오셨다.

“선생님. 명휘가 많이 달라져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러 왔어요. 제가 욕심이 과해서 중학교 때까지 아이들 들볶았어요. 명휘는 늦둥이에요. 그래서 저도 나이가 좀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이젠 명휘 교육에 힘이 좀 부치네요. 그러다보니 명휘에게 화를 많이 내곤 했어요. 지난주에 명휘가 저와 명휘 아빠 어깨를 주물러주면서 감사하다는 인사까지 했어요. 조금 어색해서 괜찮다고 했더니, 숙제라나요. 이렇게 안 하면 선생님께 야단을 맞고, 이렇게 하면 칭찬 스티커를 다섯 개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눈물이 핑 돌았어요. 유치원부터 초등학교까지 이 아이가 어떤 시간을 보냈는가를 생각해 보았어요. 꼬마들이 좋아하는 칭찬 스티커를 고등학교 1학년 놈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애미가 되어서 아들의 어린 시절을 빼앗아 갔구나 하고…. 선생님. 이제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가난한 집안의 큰딸로 책임질 일이 많았던 명휘 어머니, 친정 남동생을 공부시키고 사업을 하시는 명휘 아버지 때문에 집안의 경제적 부분을 책임져야 했던 명휘 어머니. 그래도 지금까지 잘 감당해 왔지만 이젠 지쳐버리신 명휘 어머니. 명휘와 마찬가지로 명휘 어머니도 소진에 소진을 다한 심리적 상황에 놓여있었다. 그럼에도 제대로 해보려는 그 마음이 애잔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어머니. 지금부터 함께 가시죠. 명휘는 어머니의 아들이기도 하지만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의 아들이기도 합니다. 혼자 그만 애쓰셔도 되구요. 또 우리 학교 졸업생 중 꽤 멋있는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명휘의 좋은 멘토가 되어줄 선배와 자리를 마련해도 괜찮으시겠어요?”

일주일 후 명휘, 명휘 어머니, 나, 면접 귀신 동현이 네 사람이 만났다. 나는 주로 듣기만 하고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눴다.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를 세상과 만날 수 있도록 중매쟁이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웃음과 진지함이 계속 이어진 대화는 두 끼의 식사를 하고나서야 매듭을 지었다.

한 달 후 명휘네 반 수업 시간. 기말고사를 마치고 반별 배구 시합에서 명휘네 반이 우승을 하였다. 담임 선생님께서 쏘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반 아이들은 한껏 기분이 들떠 있었다. 학급 회장이 나에게도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땡큐! 3반 축하한다! 야, 그런데 예선 전에 보니까 우승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던데, 죽어라고 연습했나 보다. 결승 전에는 펄펄 날아다니더라.”
“저희가 연습을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우리 반에는 아주 특별한 분석관이 있어요. 그 친구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어요.”

반 아이들이 모두 웃으며 명휘를 바라보았다. 명휘는 예선 전부터 시합 장면은 물론이고 연습하는 장면까지 모두 휴대폰으로 찍었다고 한다. 선수들은 그 영상을 돌려보면서 자신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과 강력하게 밀고 나가야 할 동작인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명휘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위기 상황도 있었다고 한다. 다른 반 경기 장면을 촬영하다 그 반 아이들이 명휘에게 화를 내게 되었고, 명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했다. 그때 명휘 반 배구 선수 친구들이 명휘를 보호하고 나서면서 다른 반 친구들과 큰 다툼이 일어날 뻔했다고 한다. 체육 선생님께서 중간에서 말리느라고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때 명휘가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너네도 휴대폰으로 찍으면 되잖아. 왜 다 같이 하지 말자고 해? 하고 싶으면 다 하면 되잖아!”

다른 친구들은 명휘의 그 말에 놀랐다고 한다. 명휘는 늘 자기 생각을 또렷하게 말하지 않고 혼자서 무엇이건 진행했다고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결과는 꽤 좋은 편이어서 아무도 뭐라고 말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게 혼자만의 세계에서 잘 지내는 명휘에게는 틈이 없어서 다른 친구들이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었다고 한다. 어쨌든 덕분에 그 이후에는 다른 반에도 영상 분석관이 등장해서 배구 대회 수준은 한 계단 더 올라가는 계기가 되었고 명휘는 친구들과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고 했다.

종결 상담을 하는 날. 명휘는 배구 대회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고 했다. 그중 가장 기분이 좋은 것은 친구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충돌이 있던 그날, 아이러니하게도 명휘는 편안함을 크게 느꼈다고 했다. 자신을 보호해 주면서 다른 반 친구들에게 크게 소리를 지르는 친구들을 보고 학교가 편안한 곳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덕분에 그렇게 크게 자신 있게 소리를 지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화를 내며 소리를 질러도 다른 사람들을 위한 내용으로 말하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와! 내가 어른이 되었네!’라고 생각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 명휘에게 이제 친구가 생겼단다! 상담사인 나는 홀가분함을 느꼈다. 나도 명휘 부모님도, 동현이도 늘 명휘와 함께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친구들은 명휘와 평생 삶을 나눌 수 있는 존재들이다. 이제 그 위대한 존재들과 함께 세상을 만들어나가게된 명휘. 나는 이제 상담을 그만해도 되겠다고 말했다.

그날 이후 명휘의 꿈은 영상 제작자가 되었다. 어느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지에 대해 걱정하기보다 영상 제작과 관계된 책을 읽고, 영상을 보고, 전시회를 다니면서 그 내용을 수업 시간 교과와 연결하여 발표하곤 했다. 덕분에 명휘의 생활기록부는 꽤 풍성하게 채워져 나갔다. 나와의 상담보다 면접 귀신 동현이와 만남이 명휘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 듯하다. 나를 만나면 이야기 속에 꼭 동현이가 해 줬던 말들을 담곤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듣는 나는 흐믓한 질투심을 느끼면서 이 감정을 자주 오래 느꼈으면 하는 소망을 품어 보았다.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교육전공 졸업
서울시교육청학부모지원센터 학부모교육 강사
자기주도학습 코칭전문가
문청소년진로연구소 소장
한국독서치료연구소 부소장
대광고등학교 진로진학 컨설턴트
서울 YWCA 청소년부 자문위원
한국 인성 교육협회 위촉교수
前 중동 중학교, 대광 중고등학교 국어교사
대광 고등학교 진로 교사, 상담실장, 생활관장
영락 고등학교 심리학 강사, EBS 출연교사
저서 「외로워서 그랬어요」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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