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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지역소멸 시대, 전문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06-19 11: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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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멸 시대, 전문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최창호 변호사
1. 지역소멸 시대의 엄중한 경고

오늘날 대한민국 고등교육이 직면한 위기는 단순히 ‘학령인구 감소’라는 교육 분야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지방소멸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와 직결된 구조적 위기이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경고는 더 이상 비유가 아니다. 상당수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은 이미 신입생 충원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 대학은 학과 통폐합과 정원 감축을 넘어 대학의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대학은 지역의 인재를 양성하고, 기업과 협력하며, 문화와 공동체를 유지하는 핵심 인프라이다. 특히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은 지역의 인구 유지와 산업 발전을 떠받치는 중요한 거점 역할을 수행해 왔다. 대학이 무너지면 청년이 떠나고, 기업이 위축되며, 지역경제와 공동체 역시 쇠퇴한다. 따라서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의 존립 문제는 곧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국가적 의제라 할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은 단순한 지역 지원 정책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생존 전략이다.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과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역시 지역 인재 양성과 지방대학 육성을 국가적 과제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의 위기는 곧 국가의 미래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2. ‘실무 인력 배출’에서 ‘지역 정주형 인재 양성’으로

이러한 위기 속에서 대학의 역할 역시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과거 전문대학이 산업체가 요구하는 실무인력을 공급하는 데 집중하였다면, 이제는 지역에 정착하여 지역 산업과 공동체를 이끌어 갈 ‘지역정주형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으로 발전해야 한다.

특히 전문대학은 4년제 대학과의 단순 경쟁이 아니라 차별화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급변하는 산업구조와 고령화 사회에서 전문대학은 청년뿐만 아니라 재직자와 중장년층을 위한 평생직업교육의 거점이 되어야 한다. 「평생교육법」이 지향하는 평생학습 사회의 구현 역시 전문대학이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때 실질적으로 가능해질 수 있다.

지역 산업과 긴밀히 연계된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지역 주민의 재교육과 직무전환을 지원하는 평생교육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때 전문대학은 새로운 생존 전략을 확보할 수 있다. 지역에서 배우고, 지역에서 일하며, 지역에 정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전문대학이 수행해야 할 새로운 시대적 사명이다.


3. 지역혁신을 가로막는 규제 중심 행정

정부는 최근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를 통해 대학 지원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고 지역 주도의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는 중앙집권적 고등교육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에 맞는 발전전략을 수립하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이다.

특히 이러한 정책은 헌법상 지방자치의 이념과 지역분권의 방향성에도 부합한다. 획일적인 중앙 통제에서 벗어나 지역이 스스로 발전 전략을 설계하고 대학과 산업, 지방정부가 함께 협력하는 구조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지원체계만 바뀐다고 지역혁신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학이 스스로 학과를 개편하고 교육과정을 혁신할 수 있는 자율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중앙정부의 통제가 지방정부의 관리로 바뀌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

현행 「고등교육법」 체계는 학과 설치와 정원 조정, 교육과정 운영 등에 있어 여전히 경직된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신산업 분야의 인력 수요는 빠르게 변화하지만 대학은 복잡한 절차와 규제 속에서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지역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적기에 양성하기 위해서는 학사 운영 전반에 걸쳐 규제의 틀을 과감히 혁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가 금지한 사항만 제외하고는 대학이 자유롭게 교육과정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네거티브 규제 체제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모빌리티 등 신산업 분야의 교육 수요에 대학이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을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혁신의 주체로 인정하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4. 재정지원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자율성과 함께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재정 기반이다. 지난 10여 년간 등록금 동결이 지속되면서 지방 전문대학의 재정 여건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직업교육은 일반 학문교육보다 실험·실습 시설과 첨단 장비 구축에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되지만, 이를 뒷받침할 재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의 확대와 함께 전문대학의 특수성을 반영한 「고등직업교육재정지원법」 제정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직업교육의 공공적 가치를 인정하고 안정적 재정 기반을 구축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또한 건전한 사학법인이 유휴재산을 활용하여 지역산업과 연계된 수익사업을 운영하고 이를 교육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수익사업의 성과가 교육 목적에 재투자되도록 하고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공공성과 자율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교육의 공공성과 대학의 자율성은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교육재정 전반에 대한 국가적 논의도 필요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는 교육재정의 법정주의와 안정성을 구현한 대표적인 제도로서 초·중등교육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그러나 학령인구 급감이라는 현실 속에서 학생 수 감소와 실제 교육 수요의 변화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 역시 제기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논의는 교육재정의 안정성 훼손 우려와 재정 효율성 제고 필요성이 충돌하는 대표적인 정책 과제이다. 따라서 제도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변화된 교육환경을 반영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러한 논의는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평생교육 간의 균형 있는 재정 배분 문제와도 연결된다. 지역대학과 전문대학이 지역소멸 대응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교육재정 체계 전반에 대한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5. 전문대학의 부활, 지역 재생의 출발점

전문대학의 위기는 지방의 위기이며, 전문대학의 부활은 지역 재생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지역 산업체와 대학, 지방자치단체가 긴밀하게 협력하여 인재를 양성하고, 그 인재가 다시 지역에 정착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통제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자율과 책임, 육성과 지원 중심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와 국회는 이제 대학을 관리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지역혁신의 주체로 바라보아야 한다. 학사 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는 한편, 안정적인 재정지원 체계를 구축하여 대학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교육재정의 안정성과 효율성, 교육권 보장과 재정 건전성의 균형을 모색하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재정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전문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전문대학은 지역의 인재와 산업, 공동체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며 지역혁신 생태계의 핵심 축이다. 지역대학을 살리는 일은 결국 지역을 살리는 일이며, 이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국가전략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전문대학과 지역이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규제의 빗장을 풀고 자율과 혁신의 길을 열어줄 때, 전문대학은 지역의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되고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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