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
▲최창호 변호사 |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맑은 유리 어항 속의 금붕어와 같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상당부분 제약당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삶을 유사 이래로 가장 풍요롭고 편리하게 하는 광범위한 자유를 부여하였지만, 우리의 삶은 빅브라더에게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당하는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새로운 통제사회에 살게 되는 처지에 이르렀다.
비록 무인도에 들어가 자연인이 되더라도 감시사회의 번득이는 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아무리 스스로의 주거에 숨어 지낸다고 하더라도 감시사회의 매서운 눈초리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감시사회란 어떠한 사회에 속한 개인이나 집단에 대하여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 분석한 후 이를 활용하는 사회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지문정보의 인식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함부로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면서 사진을 촬영하여 SNS에 올리지 말라는 말은 기초적인 주의사항에 불과하다.
인공지능의 등장은 새로운 도전의 서막에 불과하다. 온라인 서비스의 이용은 고스란히 개인정보의 유출을 감내해야 한다. 내밀한 프라이버시의 영역이 아무런 제약 없이 모두에 노출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데이터 축적으로 인한 내재화된 사회적 편견은 무분별한 차별로 이어질 수도 있다. 보편화된 인터넷, CCTV, 스마트폰, 블랙박스, 신용카드 등의 편리함과 사용으로 인하여 개인이나 사회에 대한 감시가 가능하게 되었고, 이는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예를 들어 특정 국가에서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개인이나 사회에 대한 감시가 합법화되기도 한다.
집적된 개인정보를 가지게 되는 정보 공룡은 어느날 통제 불능의 괴물로 재탄생하여 우리의 삶을 파탄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조지오웰의 1984에서 등장한 빅브라더는 이제 인공지능 빅브라더로 옷을 갈아입고 등장하였다.
국방상 목적으로 탄생한 인터넷은 이제 우리에서 필수적인 삶의 요소 및 인프라가 되었다. 주거(home)는 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가장 기초적인 성채(castle)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의 격리를 통하여, 혼자 있음으로 인하여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인터넷상의 홈페이지는 다른 사람과의 격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이버세상에서 다른 사람과의 연결을 위한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즉 현실의 주거는 차단의 토대가 되는 것이지만, 사이버상의 홈페이지는 통로가 되는 것이다.
CCTV와 안면인식 기술의 개발 등으로 인하여 소위 Street Crime에 대한 대응은 강화되었으나, 개인정보의 유출과 프라이버시의 침해로 인한 기본권의 침해는 새로운 양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제 과학기술의 편리함을 포기하면서 삶을 영위하거나, 통제 내지 감시와 자유로운 삶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여야 하는 타협의 미학을 배워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프라이버시를 포기하더라도 과학기술의 혜택을 향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한 개인은 의식 또는 무의식적으로 스스로의 정보를 타인에게 넘기고 있다. 이러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존재는 새로운 부(富)를 창출하는 존재로 거듭나고 있다.
학생들의 성명, 사진 및 전화번호가 기록된 주소록에 불과하였던 페이스북은 데이터베이스에 집적되기 시작하면서 거대한 소셜미디어 대기업으로 등장하였다. 우리는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편리함을 누리게 되었지만, 페이스북은 우리에게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할 과제를 함께 가져왔다. 페이스북을 통하여 우리는 실제로 만날 수 없었던 많은 사람들을 가상 공간을 통하여 만나게 된다. 그런데 페이스북에 떨어뜨린 정보의 부스러기들은 결국 정보의 통합을 통하여 새로운 디지털 아이덴터이의 존재로 재탄생할 수 있다. 모자이크 이론을 통하는 방법 등을 통하여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정보와의 결합이 이루어진다면 극단적으로는 본인을 공격하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가상공간에서의 잊힐 권리(또는 잊혀질 권리)가 논의되고 있음은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리 선한 가치를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자본주의의 기업은 이윤추구를 최우선으로 하지 않을 수 없다. 프라이버시의 부득이한 노출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여야 할 임무는 오롯이 우리의 몫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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