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와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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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호 변호사 |
미셸 푸코는 ‘감시와 처벌’이라는 책을 통하여 국가권력의 중요한 기구 내지 장치라 할 수 있는 감옥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부제로 ‘감옥의 역사’라고 기재되어 있지만, 단순히 시간적 순서대로 내용을 기술한 것이 아니라 감옥과 감시의 체제를 통하여 권력의 정체와 전략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있다. 역사학 내지 고고학이 아닌 계보학을 통하여 감옥이라는 권력수단의 변모가 아닌, 인간과 신체에 대한 정치적 기술론이 변화된 것을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근대적인 법전의 입안 또는 기초에 의하여 형사재판에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그 중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신체형의 소멸이다. 형벌에 의한 억압의 중요한 대상으로서의 신체는 소멸한다. 즉 신체형의 소멸로 인하여 처벌을 구경거리로 삼던 방식이 소멸하게 된다. 수형자에게 부과된 치욕의 효과가 동정이나 영광으로 역전되고, 사형집행인의 합법적인 폭력은 불명예스러운 행위로 변화되었다. 푸코가 설명하는 신체형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신체형과는 개념을 달리하고 있다. 고통스럽고, 다소 잔인한 신체 중심의 형벌을 신체형이라고 보고 있다.
형벌의 구경거리적인 요소들과 형벌의식은 소송절차의 새로운 행위에 불과한 것이 되었다. 따라서 처벌행위는 형벌의 과정 속에서 비밀스러운 영역으로 변화되고, 일상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생활의 영역에서 추상적 의식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재판관이 과하는 형벌의 주안점은 처벌이 아닌 교정, 감화, 치료로 변하게 된다. 신체는 구속과 박탈의 체계, 의무와 제한의 체계 속에서 취급되게 된다. 징벌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다루는 기술에서 그 모든 것을 정지시키는 경제의 단계로 이행하게 되는 것이다.
군주의 과잉 권력에 대하여 많은 법률가들이 개혁적 의견을 내세우게 된다. 재판권은 군주 통치권의 압력을 받아서는 안 되고, 법률제정권으로부터 해방되어 있어야 하고, 소유관계로부터 자유로와야 하며, 재판을 행하는 것 이외의 다른 기능을 갖지 않고 오로지 그 권한만을 완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로크나 몽테스키외의 권력분립 이론과 유사한 주장이라 할 수 있다.
군주의 권한에 대한 제약과 위법행위에 대한 정치적 상황의 변화로 인하여 잔인한 형벌이 비례의 원칙에 맞는 형벌이 부과되어야 한다는 사상이 생겨나게 된 것이라고 보여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인본주의, 애민사상 등으로 인하여 형식적인 처벌이 아닌 과도한 처벌을 피하려고 하였던 사상이 이와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권력은 사람들의 힘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묶어놓는 것이 아니라, 그 힘들을 전체적으로 증가시키고 활용할 수 있도록 묶어 놓는 것이다. 규율은 개인을 제조한다. 규율의 행사는 시선의 작용에 의한 강제성의 구조를 전제로 삼는다. 향후 도시계획 내에서, 노동자 공동주택지, 병원, 보호시설, 공동주택지, 병원, 보호시설, 감옥, 학교 등의 건설계획 안에서 야영지의 모델 혹은 그 기초적 원리, 즉 위계질서화한 감시의 공간적인 중첩이 계속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위계질서적인 감시, 규범화한 제재, 시험과 같은 단순한 수단은 규율을 근간으로 하는 권력의 성공에 바탕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수단들이 행정법상의 특별권력관계 이론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벤담이 말한 일망 감시시설, 판옵티콘(Panopticon)은 완전히 체계화되고, 항상 외부의 시선에 노출되어 있는 한 사람의 배우가 연기하고 있는 수많은 작은 무대들이자 수많은 감방이다. 이를 통하여 간수는 군중 대신에 숫자를 헤아리고 통제가 가능한 다수가 되었고, 죄수는 격리되고 주시되는 고립된 상태로 대체되었다. 일망 감시시설은 일종의 왕립 동물원인데, 박물학자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외부세계와의 개별적인 격리를 통한 감옥은 판결의 원칙을 수정할 권리를 지닐 수 있을 만큼 도구화하는 경향이 있다.
죄수가 갖게 되는 불공평의 감정, 간수들의 부패, 공포심, 무능력 등으로 인한 죄수들의 습관적인 분노는 사회를 유지, 발전시키는데 반드시 시정하여야 할 요소라 할 것이다.
권력의 기능은 언제나 그 작용점을 가지는데, 작용점이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대한 푸코의 대답이 바로 인간의 신체이다. 근대적 규율 권력의 근본적 차별성은 신체의 구성 요소들과 행태에 대한 계산된 조작을 통하여 신체적 힘들의 항시적 복속을 확보하고 그것에 순종성과 효용성의 관계를 부과하는 지속적이고, 주도면밀한 강제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푸코의 철학에서 권력에의 저항이 발생하는 시발점으로서의 신체와 지식-권력의 망 속에서 실존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주체화 과정에 대한 이론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근대 이전의 감옥은 재판과 형벌을 기다리는 장소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산업혁명을 전후하여 등장한 합리주의와 자본주의의 영향으로 인하여 사법기관과 별개로 탄생한 근대의 감옥은 감금이라는 성격보다는 재사회화와 교화를 우선시하게 된다. 사회적 이익을 중시한 공리주의자 벤담은 이러한 맥락에서 판옵티콘이라는 감옥 시설을 고안하였다. 신체를 감금하는 것만이 아닌 감시를 통하여도 개인의 자유권이 침해될 수 있다. 최근에는 개인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GPS 기능을 통하여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고 감시될 수 있다. CCTV의 증가, 전자적 기기의 등장으로 현대인은 상시 감시체제에 노출되어 있고, 공중장소에서의 프라이버시는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국가의 공권력에 의한 신체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고찰은 과학기술이 발달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감옥과 감시를 통한 질서유지는 우리에게 새로운 공포로 다가올 수 있다. 권력의 내재화를 통한 효율적 감시와 처벌, 감옥과 같은 감시형 사회가 우리의 인간성과 존엄성을 얼마나 침해하고 있는지 고찰할 필요가 있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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