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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 김려령/창비

/ 기사승인 : 2015-10-06 16: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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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이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칭찬을 베이스로 깔고 모함을 포인트로 주기.
사람들은 베이스보다 포인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쟤 공부 잘하잖아. 근데 알고 보면 되게 멍청하다.
조잡한 말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당신은 혹시 예비 살인자는 아닌가?

 내가 아닌 누군가를 지속적으로 교묘하게 집단으로 괴롭히는 일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 될 수 없다.  뉴스에 나오는 범죄자들처럼 누굴 때리고 죽인 것도 아니고 단지 재미로 놀려주고 괴롭히고 싶었던 것뿐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된다면 세치혀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음을 알게 될까? 

<완득이> 작품으로 유명한 김려령 작가의 장편소설 <우아한 거짓말>의 줄거리는 밝고 쿨한 엄마와 무뚝뚝하고 시크한 언니, 그리고 따뜻하고 착한 천지까지 이렇게 세 식구가 오순도순 살고 있는 가족에게서 어느 날 갑자기 소소한 행복이 산산조각 나게 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만다. 한 번도 무엇을 사달라고 떼 쓴 적 없고 의젓하기만 했던 천지가 생일선물로 미리  엠피쓰리를 사달라고 엄마를 조른다. 다들 의아해 하지만 엄마랑 언니는 대수롭지 않게 사준다고 했다.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유서 한 장 남기지 않은 채 천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의 이유를 알 길 없이, 세 식구에서 두식구로 하루하루를 버티던 언니(만지)는 우연히 천지의 죽음이 단짝친구로만 알았던 화연이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화연이는 친구로 가장해 수년 간 천지를 다른 친구들과 함께 집단 따돌림을 집요하게 계획한다. 천지는 말하고 싶었다. 어쩌면 모두에게 말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피해 가족에게는 극단적이고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다가올 수도 있으나,  천지에게는 오랫동안 죽을 힘을 다해 이겨내보고자 노력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지에게 남은 건 비참함,외로움이였고 어둠의 바다가 자기를 집어 삼킬지도 모른다는 우울증이였다. 결국 천지는 이 세상에 다섯 개의 털실 뭉치를 남겨 놓으며 자살을 시도 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가족이기에 모든 걸 다 털어놓고 싶지만 서로의 안부만 묻는 피상적인 관계인 것이 현실이다. 다섯 손가락 중에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다섯 손가락 모두 길이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다.  자녀들이 평소와는 다르게 행동하고 말한다면 신경 쓰고 살펴봐야한다. 가해자인 아이들을 상담해 보면 가정환경이 불우한 경우들이 많거나 삶의 불만족스러움에서 나타나는 자신들이 세상의 피해자라고 느낀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는 또 다른 피해자를 낳는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이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부모와 국적이다. 내가 한국에서 엄마 아빠의 자녀로 태어난 현실은 지우개로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선택할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 나의 인생이다. 
진부한 말이지만 때론 그것이 진리일 수 있다.  화창한 날씨의 하늘을 보고 있으면... 살아있기에 볼 수 있구나란 생각을 가끔하곤 한다. 학창시절 따돌림의 경험은 평생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는다는 걸 안다.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용기를 내보자. 너희들이 나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이유는 이 세상에 없다고 말이다. 

[우아한 거짓말]은 독자들의 감정을 억지로 짜내려고 하는 스토리가 아닌 어느새 감정이 녹아들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그런 내용이다. 담담한 천지의 독백이 이 사회의 아픈 현실로 인해 무자비로 방치된 아이의 처절한 절규처럼 들린다. 

당신은 혹시 예비 살인자는 아닌가?

'미소'로 찬찬히 읽어내주는 人 ㅣ은향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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