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과 범죄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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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경우에 형법상 범죄단체조직, 가입 및 활동죄(형법 제114조), 무등록 대부업을 영위하거나, 제한이율 초과 이자 수수하는 대부업법위반, 채권추심과 관련하여 채무자 또는 관계인에게 협박을 가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을 사용하는 채권추심법위반,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를 하는 전기통신사업법위반, 법정 제한 이자율을 초과한 이자를 받으면서 위 자금의 특정, 추적 또는 발견을 곤란하게 만들기 위하여 금원을 타인 명의의 계좌로 송금받음으로써 마치 정상적 거래로 자금을 취득한 것처럼 범죄수익 등의 취득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등의 죄명으로 의율될 수도 있는 것이다.
형법 제114조 소정의 범죄단체로 일컬어지기 위하여는 공동목적, 조직성, 계속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무등록 사채업을 단속한다는 명목으로 범죄단체조직죄 등으로의 의율을 용이하게 한다면, 공동의 행위분담이 있는 경우에는 모두 범죄단체죄가 성립하게 되고, 형법의 과잉화로 인하여 국민의 기본권이 크게 제약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공모공동정범이나 기능적 행위 분담이 있는 경우에도 형법 제114조가 적용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도박개장죄의 경우에도 도박의 주재자로서 도박장소를 개장하면서 몇 명의 사람들에게 일을 시킨다면 도박개장죄가 아닌 형이 훨씬 중한 범죄단체구성죄로 처벌이 될 우려가 있다. 소위 전주(錢主)가 도박의 주재자로 관리인을 두고 도박장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정 부분을 취득한다고 하여 전주를 범죄단체의 총책으로 의율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도박개장죄에 있어서도 주재자가 되지 아니하고 단순히 장소나 공간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설령 영리의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도박의 종범에 불과하다.
형법 제114조의 입법취지는 범죄단체 등을 통한 조직범죄의 경우 단체의 집단적 활동이나 조직적 비호를 배경으로 범죄의 계획, 실행 등이 용이하게 되는 특성이 있어 그 사회적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목적한 범죄의 직접 실행행위와 별도로 범죄단체의 조직, 가입, 활동 자체를 처벌하고자 함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과정에서 자칫 사실상의 이중처벌이라는 결과에 이르거나 범죄와 형벌간에 비례성을 잃게 될 위험성 또한 상존하게 된다. 따라서 다수인에 의하여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어떠한 범죄행위와 관련하여 그 범죄행위를 직접 처벌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이를 범죄단체 조직, 가입, 활동 범죄로까지 의율하고자 하는 판단에는 상당히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범죄단체에 관한 법률의 지나친 확장적용은 공동정범, 합동범이나 범죄집단 등과의 경계선을 모호하고 자의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위험성이 상존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고통을 가하는 불법사채업은 관련 법률에 따라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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