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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공직자의 총선 출마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4-02-29 09: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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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의 총선 출마

최창호 변호사


공직을 수행하던 사람이 사표를 제출하고 국회의원이 되기 위하여 총선에 출마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판사, 검사 또는 고위직 경찰공무원 중에서도 정당에 영입되어 총선에 출마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전까지 공정하게 공직을 수행한다고 생각하였던 사람이 정치색을 드러내며 정치의 바다에 뛰어드는 현상에 대하여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직자로 일을 할 때에는 마치 정의의 사도인 듯 행동하다가 갑자기 특정 정당에 영입되었다고 하면서 언론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 떨떠름한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혹자는 이러한 일들에 대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이 가능하게 한 획기적인 판례가 있다. 대법원은 “공무원이 공직선거의 후보자가 되기 위하여 공직선거법 제53조 제1항에서 정한 기한 내에 소속기관의 장 또는 소속위원회에 사직원을 제출하였다면 공직선거법 제53조 제4항에 따라 그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사직원 접수 시점에 그 직을 그만둔 것으로 간주되므로, 그 이후로는 공무원이 해당 공직선거와 관련하여 정당의 추천을 받기 위하여 정당에 가입하거나 후보자등록을 할 수 있고, 후보자등록 당시까지 사직원이 수리되지 않았더라도 그 후보자등록에 공직선거법 제52조 제1항 제5호, 제9호 또는 제10호를 위반한 등록무효사유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수6304 판결)”라는 판시를 한 바 있다. 위 판결에 따라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어떤 의원은 사직원의 제출이 사직과 동일한 효과를 가지게 된다. 이에 따라 어떤 의원은 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기의 마지막까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위 판결에 따라 공직을 가진 상태에서 사표를 제출하기만 하면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총선에 뛰어 들어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떠한 조직에서는 직역확대의 수단으로 위와 같은 판례를 환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재판이나 수사업무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내심으로는 총선에 참가할 마음을 가지고, 공정하지 않은 업무처리를 할 경우에 그 결과는 자못 심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1항은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여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한편 지방공무원법 제57조 제1항에서도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할 수 없다.”라고 하여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은 헌법 제7조에 규정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법률적 실현으로서 공무원의 정치활동의 제한에 관한 통칙적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중립성의 의미는 정치와 행정의 관계가 밀접한 현대국가에 있어서 정치와의 단절을 의도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공무원을 정당이나 압력단체 등 정치세력의 부당한 영향과 간섭, 침해로부터 보호하여 행정의 안정성과 계속성을 유지하여 공익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취지이다. 공무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법상 정치적 기본권(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와 행정의 민주성, 능률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정치운동을 금지하고 있고 있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9조(공무원의 중립의무 등)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기관·단체 포함)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직업공무원이 아닌 정무직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에 대하여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선거에서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공무원의 지위를 규정하는 헌법 제7조 제1항, 자유선거원칙을 규정하는 헌법 제41조 제1항 및 제67조 제1항 및 정당의 기회균등을 보장하는 헌법 제116조 제1항으로부터 나오는 헌법적 요청이다. 공선법 제9조는 이러한 헌법적 요청을 구체화하고 실현하는 법규정이다. 선거에 있어서의 정치적 중립성은 행정부와 사법부의 모든 공직자에게 해당하는 공무원의 기본적 의무이다. 더욱이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공정한 선거가 실시될 수 있도록 총괄·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당연히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지는 공직자에 해당하는 것이고, 이로써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에 포함된다(헌법재판소 2004. 5. 14. 선고 2004헌나1).

자유민주적 국가에서 모든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성이 유지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정당민주주의에서는 모든 공직자가 모든 정당에 대하여 중립을 지키는 것이 바로 정당민주국가의 전제조건이 된다. 일정한 직위에 달하기만 하면 일신의 영달이나 승진을 위하여 정치권에 선을 닿으려 하거나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태도는 자유민주적 정당국가의 토대를 흔드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민주적 정당국가는 ‘한시적 정권’과 ‘영속적 공직제도’가 서로 견제와 보완작용을 함으로써 정치적 안정을 도모하면서 정치적 신진대사를 가능하게 한다. 이로써 대의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하여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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