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문경보의 진학상담이야기] 외로운 건축가가 세상과 만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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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보의 진학상담이야기] 외로운 건축가가 세상과 만나는 방법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3-12-12 10: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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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건축가가 세상과 만나는 방법

문경보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 태현이. 태현이가 꿈꾸는 미래가 태현이에게 어울리는 길인지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간이 직업적성검사. 1순위는 도구를 잘 다루는 실재형, 2순위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회형.

 

건축학과를 지원하려는 태현이의 적성에 맞는 결과였다. 태현이가 배시시 웃음을 베어 물었다. 그런데 뭔가 개운하지 않은 표정. 객관적으로 검사지 분석을 하고 관련된 진학 상담만 하려 했던 나는 우선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회형 점수 때문이었다. 세부 항목에서 성향과 능력은 최고점이 나온 것에 반해 호감도가 무척 낮게 나와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 했다. 그냥 지나치기엔 태현이의 그늘이 너무 짙었기 때문이었다.

“태현아. 너는 어떤 건축가가 되고 싶니?”
“사람들이 서로 편안하게 생활하는 건물을 짓고 싶어요.”
“태현이는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지금은 아니에요.”
“그래? 지금은 아니구나. 예전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아니구나.”
가만히 태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태현이는 고개를 들지 못한 채 한숨을 쉬었다. 툭! 떨어지는 눈물방울. 이내 줄기가 되어 흘렀다. 애써 울음소리는 참고 있었지만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선생님. 진로 상담인데 개인적인 상담을 해도 되나요?”
“그럼. 자. 그 전에 우선 심호흡 몇 번 하자.”


태현이에게 휴지를 건네며 실재형과 사회형 못지않게 관습형의 점수가 높게 나온 검사지를 바라보았다. 관습형. 꼼꼼한 성향을 보이는 동시에 타인에게 비난을 받으면 견디기 힘들어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유형.

시작은 중학교 입학 때부터였다고 했다. 이사를 와서 입학한 학교에는 모두 낯선 친구들뿐이었다. 친구들을 좋아했던 태현이는 아이들에게 웃으며 다가갔지만 초등학교 동창끼리만 지내려는 그 친구들 사이로 들어서기가 버거웠다. 부모님과 상의를 했더니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라고 하셨다. 

 

태현이의 집에 놀러 온 친구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태현이의 집이 꽤 부유했기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 태현이는 친구들에게 무엇인가 자꾸 선물을 했다. 친구들도 태현이 주변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태현이는 점점 더 자주 친구들에게 이런 저런 것들을 나눠주었고, 자신의 집이 잘 산다는 것, 어머니 아버지가 고위층에 있다는 것을 스스럼 없이 이야기했다. 그건 거짓말이 아니었고, 그때 태현이는 중학교 1학년 어린 남학생이어서 친구들의 마음과 시선을 주의 깊게 관찰하기에는 어렸다. 

 

중학교 1학년 겨울 방학 때 중학교 3학년들에게 협박을 당한 태현이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모두들 등을 돌렸다. 중3과 얽힌 일은 담임 선생임과 어머니께서 잘 해결해주었지만 중학교 2학년이 된 태현이는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는 학생이 되어버렸다. 

 

상담소에 가서 주기적으로 상담을 받아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렇게 중3이 된 어느 봄날.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을 했던 친구 몇이 다가왔다. 그 중 한 친구가 어색해하는 태현이에게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자기 집에 가서 놀자고 했다. 

 

그 친구의 집에 간 태현이는 가난한 집안의 풍경을 보고 당황했다. 이런 집이 있다는 것을 처음 경험했던 것이다. 그날 태현이는 친구들과 긴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동안 서운했던 감정을 풀었고, 그 이후로는 꽤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다. 

 

자율형사립고로 진학을 한 태현이는 중학교 1학년 때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 중학교에 입학할 때처럼 같은 학교 출신 친구가 아무도 없었다. 새롭게 친구를 어떻게 사귀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같은 반 아이들을 도와주기도 하고 자신의 물건을 나눠 쓰기도 했다. 중학교 때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자신을 보면서 망설여질 때도 있었지만 다른 방법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에 대한 험담을 반 아이들이 뒤에서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돈이 있는 티를 낸다는 험담을 자신의 짝이 많이 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방학식 날 들었다. 그래서 2학년에 올라와서는 교과서만 바라보며 공부만 하고, 친구들과는 거리를 두게 되었다.

“선생님. 전 학교에서 유령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아무도 제 존재를 못보는 유령이요. 전 왜 이렇게 못났죠? 제 인생은 왜 이래요?”
“그렇구나. 힘들었겠다. 그래도 선생님에게 네 이야기 해줘서 고맙다. 자. 선생님도 생각을 좀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고, 너도 마음을 다독거려야할 것 같은데, 어때? 괜찮으면 내일 한 번 더 상담하면 어떻겠니?”

다음 날. 태현이는 조금은 편안한 표정으로 내 앞에 앉았다.


“우선 선생님이 뭐 하나 물어보자. 너는 사람들과 같이 작업하는 건축가가 되고 싶니? 아니면 너 혼자 일하는 건축가가 되고 싶니?”
“가능하면 혼자 하고 싶어요. 그런데 건축가가 혼자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서 고민이에요.” “그렇구나. 그럼 두 번째 질문할게. 너는 친구가 뭐라고 생각하니?”
“같은 또래 아이들, 그리고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면서 서로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 그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그럼 첫 번째 질문에 대한 선생님 생각을 이야기해 볼게.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면 마음이 풀리는 특성이 있단다. 평생 가난해서 공부할 기회를 놓치시고, 자식도 공부를 시킬 수 없으셨던 김밥집 할머니께서 대학교에 큰 돈을 기부하는 것도 그런 경우이고, 어려운 아동들을 돌보는 분들 중에는 자신이 그런 어려운 아동이었던 분이 많은 것도 그런 경우란다. 그러니까 사람들에게서 소외감을 느꼈던 너는 건물을 멋지게 설계하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서로 사이좋게 편안함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만족감을 느끼면서 너의 마음을 풀 수 있을 거야. 일을 중심으로 동료들을 만나면 일정한 거리도 유지될 것이고 말이야. 그래서 사람과 거리를 두면서도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는 건축가란 직업은 너의 적성에 맞다고 생각해.
두 번째 질문에 대한 선생님 생각은 이렇다. 친구는 같은 또래끼리만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니고,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오면서 서로에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면 친구일 수 있다고 생각해. 나이도 상관없고 말이야. 그러니까 가족도 친구가 될 수 있어. 또 사람이 아닌 반려 동물이나 반려 식물이 친구가 될 수도 있어. 스포츠 서포터즈처럼 취미 활동을 같이 하는 여러 사람들일 수도 있어. 그러니까 네 주변에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사람이나 대상들에 대해서 잘 생각해보면 친구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거야.”
“선생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중학교 친구들과 오래 연락을 안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구나. 그렇다면 어쩌면 태현이의 문제는 새롭게 만나는 것과의 관계가 아니라 지나온 것들과 잘 헤어지지 못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네.”
“잘 헤어지지 못했다구요?”
“그래. 힘들었던 중학교 시절 너를 바라보았던 가족들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또 고등학교 때 새롭게 만난 친구들과는 잘 지내려고 노력할 때 중학교 때 친구들과는 어떻게 지냈는지 생각해보면 네가 방법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태현아. 헤어진다는 것은 말이야. 그 대상과 단절된 것이 아니라 자주 볼 수 없어도 그리움으로 마음에 늘 남아 있는 일이거든. 너에게는 남아 있는 소중한 친구들이 있는 것처럼 보여. 거기서부터 마음 답답한 것을 풀어내기 위한 여행을 시작했으면 한다.”

상담 다음 주. 교내 건축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태현이. 수상 소감을 이야기하라고 자리를 마련해주신 태현이 담임 선생님. 선생님은 태현이에게 혹시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이 기회에 다 해보라고 하셨다. 상담을 마치면서 나는 태현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담임 선생님께 태현이가 마음 풀 자리를 마련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부탁을 드렸었다. 친구들 앞에서 그동안 자신이 경험과 마음을 이야기한 태현이. 눈물을 흘리면서 이야기하는 태현이를 바라보던 친구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태현이를 안아주었다. 그들도 다 외로운 태현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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