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 실효성 확보 수단과 부당결부금지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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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호 변호사 |
감사원은 ‘감사결과 처분요구 미이행 사립학교 등에 대한 사후조치 강화’를 통하여 특정 지역 교육감에게 감사결과 처분요구 사후관리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하고, 교육청의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는 학교에 대해 예산지원 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제재기준을 마련하도록 한 바 있다. 이는 ① 사학재정 수요의 85%를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어 사학에 대한 공공성과 책무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고, ② 많은 재정지원에도 불구하고 감사처분 등에 따른 시정조치를 정당한 사유없이 이행하지 않는 사학에 대한 관할청의 지도‧감독의 실효성 확보 필요하고, ③ 사학의 공공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정처분 기준 마련 필요하고, ④ 이러한 기준 마련은 관할청의 감사처분 등에 따른 시정조치를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된 기간 내에 미이행한 사학기관에 대한 지도 및 감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고, ⑤ 이는 사학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제고하여 정상적인 교육활동과 학사행정을 보장하는 취지로 수립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어떠한 교육청에서는 「감사결과 처분요구 미이행 사립학교 등에 대한 사후조치 강화」 조치의 일환으로 처분 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사학기관에 대해 ① 신분상 ② 재정상 ③ 행정상 ④ 시정명령을 통하여 임원취임 승인취소 학급 감축, 정원 조정 보조금 중지 시설비 중지 과태료 부과 등의 제재 처분 기준을 마련하여 시행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하여 대부분의 사학법인에서는 ① 각 학교법인과 산하 각급학교에 대한 관할청의 감사내용과 기준 등 그에 따른 처분내용과 수위가 각기 다를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관할청에서 일방적인 처분기준을 마련하고, 사립학교 구성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여 처벌 수위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지도·감독 권한의 범위를 넘어선 관할청의 부당한 행정행위이고, ② 학교법인과 학교에 대한 관할청의 감사는 행정미비 사항에 대한 보완과 시정을 통하여 올바른 행정행위를 하도록 해야 하는데 관할청에서는 처분위주의 행정행위만을 하고 있고, ③ 이 같은 제재가 법적인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비위와 무관한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가능성이 농후하고, ④ 또한 비위 행위를 관할청에서 판단하는 과정에서 자의적 처분과 과잉 제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고, ⑤ 비위가 있다면 그러한 비위에 관여되어 있는 개인 또는 집단에게 개별적으로 법적 기준에 적합하도록 형사적 처벌 및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으로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사학법인을 통제하려는 자세로 전체를 범죄 집단으로 매도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아니하고, ⑥ 사립학교는 국가 발전과 교육의 중요한 축 중의 하나라 할 것인데, 이러한 논의는 교육 환경과 학생들의 권리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규제와 자율성에 대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고, ⑦ 지원비 감소 등 행정처분의 내용은 전부 학생과 학부모에게 피해가 가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학교 경영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가 손해를 보게 되는 불합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면서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각 교육청에서 마련하고자 하는 사학기관 제재 처분기준안의 법적 성격이 문제될 수 있다. 우선 집행명령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처분기준은 관할청이 이 그 재량권의 한계 내에서 그 재량권의 행사에 관한 기준을 정하는 것으로서, 그것은 형식의 여부를 불문하고 당해 규정은 그 성질상 집행명령의 성질을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당해 규정은 헌법이 정하고 있는 법규명령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집행명령의 형식으로 제정되어 있는 시행규칙에 대하여, 이를 단순히 행정조직 내부에서의 사무처리지침(행정규칙)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한다. 이에 반하여 행정규칙설에서는, 이러한 처분기준안은 행정처분 등에 관한 사무처리기준과 처분절차 등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므로 행정조직내부에 있어서의 행정명령의 성격을 지닐 뿐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힘이 없고, 그 처분이 위 규칙에 위배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위법의 문제는 생기지 아니하고 또 위 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적합하다 하여 바로 그 처분이 적법한 것이라고도 할 수 없으며, 그 처분의 적법여부는 위 규칙에 적합한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할 것이 아니고 관계법령의 규정 및 그 취지에 적합한 것인지의 여부에 따라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만, 정당한 이유 없이 지정된 기간에 이행하지 않으면 일정한 행정제재뿐만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면 이는 실질적으로 국민의 권리·의무나 법률상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처분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살펴보면, 일응 위와 같은 처분기준은 행정규칙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논의에 있어서 행정법학에서 논의되는 부당결부금지 원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대 행정에 있어서 행정권한의 양적 증대 및 행정수단의 다양성 등으로 인하여 행정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 반대급부와 결부시키는 것이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권한의 결부를 무한정 인정하는 경우 법치주의, 행정의 예측가능성, 법률생활의 안정성 및 인권의 존중 등이 붕괴될 여지가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행정기관이 고권적 조치를 취함에 있어서 실질적인 관련이 없는 반대급부와 결부시켜서는 아니된다는 원칙을 부당결부금지의 원칙(Koppelungsverbot)이라 한다. 예를 들어 교통법규 위반을 이유로 비영리 단체허가를 거부하는 처분, 대기환경보전법상의 시설개선명령을 내리면서 그 의무이행을 강제하기 위하여 전기나 가스의 공급을 중단시키는 처분, 주택사업계획승인을 함에 있어서 그 주택사업과 관련이 없는 토지를 기부채납하도록 부관을 붙인 것 등은 부당결부금지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대법원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사업자에게 주택사업계획승인을 하면서 그 주택사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토지를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부관을 주택사업계획승인에 붙인 경우, 그 부관은 부당결부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어 위법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이 승인한 사업자의 주택사업계획은 상당히 큰 규모의 사업임에 반하여, 사업자가 기부채납한 토지 가액은 그 100분의 1 상당의 금액에 불과한 데다가, 사업자가 그 동안 그 부관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다가 지방자치단체장이 업무착오로 기부채납한 토지에 대하여 보상협조요청서를 보내자 그 때서야 비로소 부관의 하자를 들고 나온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부관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는 볼 수 없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7. 3. 11. 선고 96다49650 판결. 수익적 행정행위에 있어서는 법령에 특별한 근거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부관으로서 부담을 붙일 수 있으나, 그러한 부담은 비례의 원칙, 부당결부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아야만 적법하다).
이와 같은 논의를 종합하면, 관할청이 내부적으로 제정하는 처분기준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행정기관 내부에 존재하는 일응의 기준으로 파악하는 것이 상당할 것이다. 만일 처분기준의 성격을 집행명령설에 따른다면 처분기준 자체를 문제 삼아 쟁송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지만, 위와 같은 처분기준을 행정규칙으로 파악한다면, 위 처분기준에 따른 별도의 처분이 있는 경우에 그 처분을 행정쟁송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처분에 대한 시정명령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거나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을 근거로 시정명령 취소소송 등을 제기하여 다투는 것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한편 시정명령 등에 불응하게 된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을 주장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 할 것이다.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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