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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 |
병이 나서 병원에 갔을 때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것은 홍복(洪福)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법률적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훌륭한 변호사를 만나게 되는 것은 큰 복이다. 고소장을 수사기관에 제출하였을 때 열정적이 사명감이 있는 수사관을 만나게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사람은 인복이 있어야 한다. 인간사 살다보면 개인적인 노력과 열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이 많다. 인생은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운이라는 요소가 더 많은 비율로 영향을 미친다고 어른들은 이구동성으로 언급하고 있다.
어떠한 법률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는데 가장 먼저 하게 되는 일은 변호사 상담이다. 변호사의 숫자가 많지 않았을 때에는 변호사를 만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변호사로부터 무료상담을 받는 것은 의뢰인에게 큰 혜택이었다. 개인 변호사 외에 법률구조공단을 비롯한 많은 기관들이 어려운 위치에 있는 분들에게 법률구조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반적으로 법률상담을 하는 경우에도 상담비를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전에 상담료를 고지하는 경우가 많고, 유료상담임을 인식하는 의뢰인이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인 소개로 온 경우에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다. 의사를 만나서 물어보려면 접수를 하고 돈을 지급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변호사에게 사안을 설명하고 법률적 조언을 듣는 것은 무료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전문직 의뢰인은 몇 시간에 걸치 상담을 받고 나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하면서 그냥 가기도 한다. 답답한 상황이다. 혹자는 “상담료도 가지고 오지 못하였습니다.”라고 한다. 내가 투여한 상담 시간은 왜 무료로 평가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상담은 당연히 무료이고, ‘도대체 해 준 것이 무엇이냐’, ‘말 한마디 해 준 것이 뭐가 대단하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 한마디를 해 주기 위하여 필자의 경우에는 40년 이상 공부하고, 연구하고 실무에서 다양한 사건을 처리한 후 한마디로 최선의 조언을 하는 것이다.
이전 사건의 의뢰인이었으나, 최근 경제 사정이 악화된 사람은 신건의 경우에도 당연히 마치 무료로 해결해 주어야 할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한번 먹고나면 다음에 방문하였을 경우에도 계속 무료로 음식을 취식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또한 자료를 미리 검토를 하고, 노력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읽고 파악하고 검토하는 것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변호사 사이에서는 ‘돈을 받기 전에는 법전을 펴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관련자료를 가지고 오도록 한 후 상담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제출한 자료에 대한 반납을 거부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유치권행사와 유사한 것이다. 경험이 많은 변호사를 찾아와서는 다른 변호사는 어느 정도의 수임료를 받는데, 여기는 왜 비싸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백화점 명품관에 와서 남대문 시장의 좌판에서 파는 것과 동일한 가격을 요구하는 것과 유사하다.
미리 기록을 송부하는 경우에는 기록검토 비용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필자는 변호사 개업 후 지방에 사는 의뢰인이 지속적으로 기록을 송부하는 바람에 택배로 보낸 1미터 정도의 기록을 검토해 주었으나 한푼도 받지 못한 사안이 있었다. 변호사로서의 경험이 부족하여 손해본 사례이다. 블로그 등을 통하여 연락처를 알아낸 후 무료로 자료 검토시키는 영악한 사람도 적지 않다. 변호사 광고를 신문에 게재하였더니 교도소에 있는 수용자가 접견을 요청하여 접견을 한 일이 있는데, 알고 보니 수용자가 이런 식으로 신입 변호사와 접견을 하는 것을 재미로 알고 있었다는 말을 들은 일도 있다.
지인 소개로 전화를 한 후에 다짜고짜 “집행유예가 되겠습니까?”하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아무런 내용도 자세히 알 수 없는데, 자신에게 유리한 결론만 도출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한편 시도때도 없이 전화하여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거나,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그 옆에 누군가 있어서 자신의 영향력을 드러내려 하는 경우로 보인다.
의뢰인과 상담을 할 때에는 내용을 메모하여야 한다. 최근 젊은 변호사들은 노트북으로 정리를 하거나 녹음을 하기도 한다. 변호인으로 선임되면 변호사는 종국적으로 의견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여야 하므로, 내용을 숙지하고 정리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의뢰인에게 적절한 진술서나 메모를 요구하기도 한다. 의뢰인이 스스로 서면으로 종합하여 정리를 잘 할 수 없으면 사건 성공이 어려울 수도 있다.
형사사건 의뢰인(피의자, 피고인측)에게는 사안의 개요, 고소장 내지 공소장과 상이한 내용, 억울한 점을 메모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한다. 법원 검찰청 부근에서 여행용 가방에 복사 문서를 한 가득 들고 다니는 의뢰인을 가끔 보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경험상 악성 민원인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람의 인맥이 무한할 수는 없으므로, 친구 또는 친척 사건을 상대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 적정한 대가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너와 나 사이가 이 정도냐’ 하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또한 사건해결이 잘 되어도, 감사하는 마음이 적은 경우가 많다. 사건해결이 잘못되면 인간관계의 단절까지 예상해야 할 경우도 있다.
여러 가지 여건상 무료로 사건을 담당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호의로 일을 시작하였으나, 나중에는 화가 나거나 생각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의뢰인에게는 무료이지만, 변호사에게는 무료가 아니다.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별히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호의를 베푸는 것인데 이를 권리로 생각하고, 고마워하지 않는 사람이 의외로 다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무형의 서비스는 무료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호의로 어떤 의뢰인에게 무료로 사건 처리를 해 주었더니, 변호사 선임비를 지급하지 않는 다른 무료 의뢰인을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국선대리를 할 때 불만을 억누르고 사건 처리를 해 주었는데, 자녀 명의로 다시 소를 제기하면서 국선대리를 또 신청하여 부당한 요구를 지속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법률적으로 안되는 주장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사람이 있어서 결국 사임을 하였다. 상담을 하는데 변호사에게 오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나중에 종합하여 보니 변호사에게 의뢰인을 만나러 오라고 하는 경우는 대부분 좋지 않은 경험으로 종결되었다.
변호사로 일을 하다보면 악의적인 의뢰인을 만날 가능성이 상존한다. 의뢰인과의 통화 내용은 모두 녹음된다고 생각하고 신중한 언행을 할 필요가 있다. 의뢰인과 다투는 경우 감정이 상해서 욕설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사후에 변호사회의 징계를 받는 경우도 있다.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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