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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근로자 개념의 법적 외연과 현대적 재구성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04-07 14: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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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개념의 법적 외연과 현대적 재구성”

 

 

 

 

 

▲최창호 변호사

1. 서론
현대 자본주의 경제 구조에서 ‘근로자’라는 개념은 단순히 노동을 제공하는 주체를 넘어, 국가의 보호를 받는 사회 안전망에 진입할 수 있는 ‘법적 열쇠’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근로자로 인정받느냐의 여부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최저임금, 휴게시간, 해고 제한 등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가 결정되고 노동조합을 조직하여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권리의 향유 여부도 달라진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플랫폼 노동, 특수고용형태 근로자(특고) 등 전통적인 고용 관계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 급증하고 있다. 과거 공장제 대량생산 시대에 확립된 ‘사용종속관계’라는 잣대만으로는 오늘날의 복잡한 노동 양상을 온전히 담아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근로자성에 관한 논쟁은 노동법의 입구 분쟁에 해당한다. 즉, 근로자인지 여부는 노동관계법의 적용 여부 및 그에 따른 보호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한 첫 관문이다.

이에 따라 근로자 개념을 헌법적 가치로부터 재확인하고, 개별법상 근로자 개념의 실질을 면밀히 검토함으로써 시대적 변화에 부합하는 법적 해석의 방향성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2. 헌법상 근로자의 개념과 노동의 가치
헌법은 법률적 차원의 근로자 개념을 규정하기에 앞서, 노동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 수단임을 선언하고 있다. 우리 헌법 제32조는 모든 국민에게 ‘근로의 권리’를 부여하며, 제33조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의 ‘노동3권’을 보장한다.

헌법상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이나 노조법상의 근로자 개념보다 광범위한 의미를 지닌다. 헌법적 관점에서의 근로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타인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생활을 유지하는 자뿐만 아니라, 현재 구직 중이거나 실업 상태에 있는 자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이해된다. 이는 국가가 단순한 고용 관계의 규율을 넘어, 인간이 노동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생존을 도모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국가 원리’에 기초한다.

특히 헌법 제32조 제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하위 법률인 근로기준법 등이 근로자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설정하여, 실질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노동자들이 헌법적 권리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해석적 지침이 된다. 따라서 근로자 개념의 확정은 단순한 기술적 정의를 넘어, 헌법이 예정한 인간 존엄의 범위를 확정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3.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사용종속관계’의 실질적 판단
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정의한다. 여기서 판례와 학설이 일관되게 강조하는 핵심 기준은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의 존부이다. 과거에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아니면 위임이나 도급계약인지가 중요하였으나, 현재 대법원은 계약의 명칭과 관계없이 그 실질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

나. 구체적인 판단 지표는 다음과 같다. ① 업무 수행 과정의 지휘·감독(사용자가 업무 내용을 구체적으로 결정하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행사하는지 여부), ② 인적 종속성(근무 시간과 장소를 사용자가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있는지 여부), ③ 경제적 종속성(업무에 필요한 비품이나 원자재를 누가 소유하는지, 그리고 근로자가 독자적인 사업자로서의 위험을 부담하는지 여부), ④ 보수의 대가성(지급되는 금품이 노동의 양과 질에 비례하는 근로의 대상(對價)으로서 성격을 갖는지 여부).

다. 이러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은 주로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며, 사용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보호적 기능'에 집중한다. 따라서 직접적인 인적 종속성이 증명되지 않을 경우 근로자성이 부정되는 경향이 있어, 최근의 유연한 노동 형태를 포섭하는 데 있어 엄격성이라는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4. 노조법상 근로자: ‘노동기본권’ 보장의 확장성
가. 정의와 범위의 독자성
노조법 제2조 제1호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로 규정한다. 이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에 구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개념이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노사 대등성 확보를 위해 집단적 대응이 필요한 자라면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나. 판단의 기준: ‘사용종속관계’에서 ‘경제적 의존성’으로
대법원은 2018년 학습지 교사 사건 이후, 단순히 ‘누가 지시하는가’를 넘어 ‘집단적 교섭이 필요한 지위인가’를 판단하기 위해 다음의 6가지 구체적 지표를 제시한다.
① 경제적 전속성(특정 사업주에게 소득의 대부분을 의존하여 생계를 유지하는지 여부), ② 계약의 일방적 결정(사용자가 미리 정한 계약 조건에 따라 계약이 체결되어, 노동자 개인에게 협상력이 부재한지 여부), ③ 조직적 편입성(사용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하며, 그 조직의 일부로 기능하는지 여부), ④ 법률관계의 지속성(노무 제공이 일시적이지 않고 계속적이며, 특정 사용자에게 전속되어 있는지 여부), ⑤ 인적 종속성의 징표(사용자가 업무 내용을 정하거나 노무 제공자를 일정하게 지휘·감독하는 측면이 존재하는지 여부), ⑥ 협상력의 불균형(해당 노무 제공자와 상대방 사이에 경제적·사회적 힘의 차이가 뚜렷하여 단결권 보장이 절실한지 여부).

다. 실업자와 구직자의 포함: 노동3권의 실질화
노조법상 근로자는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자뿐만 아니라, 실업자나 구직 중인 자도 포함한다. 이는 노동조합이 단순한 고용 유지 기능을 넘어, 산업별·지역별 단결을 통해 노동자의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헌법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함이다.

라. 현대적 확장: 플랫폼 노동과 사용자성 논의
최근 배달 라이더, 대리운전 기사, 방송 연기자 등이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받는 추세는 이러한 법리의 확장성을 증명한다. 나아가, 명시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결정력을 행사하는 자를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논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5. 결론: 시대적 변화에 부합하는 근로자 개념의 재정립
가. 근로자의 개념을 둘러싼 논의는 결국 “누구를 법적 보호의 울타리 안에 넣을 것인가”라는 가치 판단의 문제로 귀결된다. 산업 구조가 고도화됨에 따라 과거의 경직된 ‘사용종속성’ 모델은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배달 플랫폼 종사자나 프리랜서 형태의 노동자들은 형식적으로는 독립된 사업자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특정 시스템과 자본에 예속되어 생계를 꾸려가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나. 따라서 향후 근로자 개념의 해석과 입법 방향은 다음과 같은 지향점을 가져야 한다.
첫째, 헌법적 가치의 복원이다. 근로의 권리와 노동3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천부적 권리이므로, 법률적 해석이 이를 제약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모든 형태의 노동에 대해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
둘째, ‘종속성’에서 ‘의존성’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직접적인 지시와 명령이 없더라도 알고리즘이나 플랫폼 시스템을 통해 경제적으로 예속되어 있다면 이를 근로자로 포섭하는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셋째, 법제 간의 유기적 조화이다.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의 근로자 개념 차이를 명확히 인식하되, 사회 변화에 맞추어 그 간극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나가야 한다.

다. 결론적으로 근로자 개념은 고정된 박제가 아니라, 노동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해야 하는 살아있는 유기체다. 법률 전문가와 입법자, 그리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 변화의 흐름을 직시하고, 노동의 가치가 소외되지 않는 새로운 사회 계약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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