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문학의 향기] 전설의 최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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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향기] 전설의 최 대장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4-07-17 14: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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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최 대장
 
 

소리 없이 눈이 내린다. 소리 없는 침묵은 소름 끼치도록 얄밉다. 펑펑 올 듯한 느낌은 적중했다. 이렇게 함박눈이 오면 소녀가 되어버린다. 대학 일 학년 겨울, 후배들과 대담을 마치고 만난 순백의 무결점 운동장은 우리를 흥분시켰다. 너, 나 없이 하나가 되어 서로의 발자국으로 남김없이 도배하던 내 청춘의 하얀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하지만 현실은 두려움만을 드리운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린다. 유례없는 한파가 더욱 나를 움츠려들게 한다. 펑펑 내리는 멋진 눈을 보며 넘어질까 겁나서 하얀 발자국도 남기지 못한다. 눈이 내리면 얼른 나가서 콧노래를 불며 어깨에 소복이 눈을 맞던 시절은 이제 오지 않는다. 아니 시도해 볼 용기조차 잃어버린 까닭이다. 오늘은 외출을 삼가야만 한다는 강박관념만이 묵직한 바위돌이 되어 가슴을 짓누른다. 그저 바라보며 옛 기억을 소환시키고 있다
 
단결!
우렁차고, 힘차고, 박력 있게 절도 있는 모습이 연상되는 소리에 화답하는 짧으나 성의(?) 있는 단결! 오랜만에 나의 기억 속에서 꺼내 드는 단어가 바로 단결이다.

요즘처럼 집단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머리띠에 등장하는 단결과는 확연히 그 의미가 구별된다. 적어도 내게는.


72학번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당시에 우리 학과에는 선배들이 손꼽을 정도였다. 바로 위 학년은 단지 2명뿐이었다. 여학생들이 수학을 기피하는 현상이 있던 시절이었다. 현모양처가 되라는 부모님들의 요구에 부응하듯 가정학과는 경쟁률 또한 높은 편이었다. 당시의 나는 건축 쪽에 관심이 있었으나 안전한 쪽으로 지원이 이루어졌다. 지금은 남녀 성역이 따로 없을 정도로 공대 쪽에서 활동하는 여성의 비율이 높지만, 내가 입학하던 그해는 여학생들의 입학이 늘어났어도 여전히 이공계 쪽에서는 희소성은 가졌으나 결혼을 위한 자격증으로만 대접 받던 시절이었다. 격세지감이랄까? 최근의 취업세상은 내가 겪어보지 못한 별개의 세상이 되었다.


당시에 교양과정에서는 이과와 공대를 섞어서 분반으로 공부를 하게 되었다. 내가 속한 학과의 유일한 여학생인 나는 매번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다. 새내기 대학생인 학우들은 갑자기 생겨 버린 한 여학생 앞에서 자존심을 내세우고 엉뚱한 판단과 객기를 부리는 일이 잦아졌다. 참다못한 나는 한 가지 제안을 하게 된다.
“강의실에서 쪼잔하게 이러지 말고 뒷산에 가서 한판 붙어라 내가 심판 보겠다.”
우리 반 모두는 빙 둘러싸고 그 중심에 두 명의 선수가 씩씩 거리며 서있다.
“먼저 코피를 흘리는 사람이 지는 거다.”
안경 벗고, 신발 벗고 웃통 벗어버리고 쌈질을 시작하자 응원하는 소리가 산 속을 메웠다.
시작하자마자 선방을 날린 상대에게 맞아 코피를 주르륵 흘리는 친구를 위로한답시고 시작한 뒤풀이에서 파전과 막걸리는 제격이었다. 그날부터 나는 여학생이 아니라 통 큰 리더였다. 그 사건 이후에 나는 교정에서 나에게 쏟아지는 호기심어린 눈길과 마주치는 일이 잦아졌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과장되어 퍼져나가기 마련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내 이름을 잃어버리고 최 대장이란 또 다른 이름에 익숙해져 갔다.
 
교양과정 시절의 남학생들은 각자 전공으로 돌아가서 학군단에 든 몇몇이 사건들을 만들어갔었다.
군기가 바짝 든 1년차의 모습은 교정에 활기를 불어넣는 매개체였다. 선배를 만날 때마다 힘차게 외치게 되는 단결! 그 단결이 나를 만날 때마다 재미삼아 외치게 된다. 나는 또 단결로 화답하고. 내 친구들이 2년차가 되었을 때는 나는 심히 혼란을 겪는다. 내가 모르는 제복의 사나이들이 짝을 이루며 오다가 힘차고 우렁찬 목소리로 단결을 외치며 두 발을 모으며 거수경례를 한다. 주위를 힐끗 본 나는 할 수 없이 낮은 목소리로 단결로 응수하고 지나간다. 그들은 2년차 선배들이 나를 보고 경례를 붙이고 지나는 걸 놓치지 않고 멋모르고 해야만 하는 대상으로 여겼나 싶다.
당시의 친구들이 수학과 교수로 여러 대학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대한 수학회 회장을 지방대에서 맡게 되어 교수들이 부산에서 모이게 되었다. 일정을 마치고 난 친구들과 저녁을 먹게 됐다. 그 자리에 당시 회장이던 후배의 이야기는 압권이다. 친구가 여기는 최 대장이라고 나를 소개한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극진한 인사로 맞이한다.
“아, 전설의 그 누님이시군요.”
전설은 영원하다. 그 전설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 오는 파급효과는 더욱 크다.
나의 경우에는 단지 나의 호기로운 청춘의 이야기가 과장되어 후배들의 가십거리가 되었을지라도 그날의 나는 주인공이 되는 기쁨을 맛보았다.
세월은 흐르고 지나간 시절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는 일들이 잦아지면 이미 나이가 든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들 한다. 나 또한 어느 새 노년이란 타이틀이 낯설지 않다. 일련의 추억들을 꺼내 볼 수만 있다면 축복임을 알기도 하는 나이이다.
정호승 시인의「아버지의 나이」란 시에는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라고 노래한 나이가 바로 현재의 내 나이가 아닌가 한다. 부모님이 유난히 생각난다. 꺼내어 볼 기억조차 망각한 채로 병석에 누워 계시는 부모님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추억할 수 있을 때 맘껏 꺼내어 보는 것도 축복된 삶이다.
그 추억이 좋았던 것이라면 더욱 더!!!!
내 이름보다도 더 많이 불리는 별명에서 오는 호탕함 부디 잃지 않고 살아내야만 한다. 나는 최 대장 이므로.

 

시낭송가
중등교사 퇴직
계간「미래시학」수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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