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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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호 변호사 |
톰 하트만이 저술한 ‘기업은 어떻게 인간이 되었는가’라는 책에서는 기업이 법적으로 인간과 같은 권리를 가지게 된 역사적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1866년 미국의 판결을 시작으로 기업이 인간으로 인정받게 된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이로 인하여 민주주의와 인권이 어떻게 침해받았는지분석하고 있다. 더구나 기업의 법인화가 어떻게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불평등한 법인격을 무효화해야만 민주주의와 인권을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로스쿨 도입 이전에는 법대에 입학하면 맨처음 민법총칙 강의를 들으면서 법학 공부를 시작하였다. 민총을 배우면서 법인(法人)이라는 존재에 대하여 알게 된다. 법인이란 사람 또는 재산으로 구성되는 구성물로, 재산관계에 관하여 법률에 의하여 구성원 또는 출연자로부터 독립한 별개의 권리주체로서 법적 거래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을 말한다. 권리주체로서 자연인이 물리적인 존재인 반면, 법인은 정신활동의 산물로서 관념적인 존재라 할 것이다. 근대사법은 법인이라는 특수한 인격개념을 구성하여 권리주체로 승인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범죄는 기업과 기업의 구성원인 자가 기업의 경영활동과 관련하여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기업이나 기업 구성원 또는 제3자를 위하여 행하는 범죄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행위주체는 기업 자체이거나, 기업의 구성원인 개인이나 그룹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기업의 구성원에는 기업의 대표자, 주주, 사용인 또는 대리인 및 기타 종업원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 기업범죄의 특성으로는 신분성, 규제관련성, 반복·계속성 및 영리성, 모방성, 지능성, 피해의식의 미약성, 구성요건의 추상성, 분업성, 이익귀속과 책임부담의 모순성 등이 언급되기도 한다. 한편 기업의 규모가 대형화되고, 글로벌화가 진행됨에 따라, 기업범죄 발생영역이 국내 거래에만 한정되지 않고 해외지사 및 해외거래처까지 이용하는 양상을 보이는 등 기업범죄도 글로벌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업내부 규제 내지 감사제도를 정비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범죄가 감소된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이는 입법화되고 제도화된 기업내부 통제시스템과 감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에 대한 감사능력이 기업의 불법행위를 적발할 만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변화무쌍한 경제현상을 이겨내고 영리를 추구하는 주체인 기업이 행하는 다양한 행위를 법규로 규제하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 이전에는 ‘단체는 죄를 범할 수 없다’라는 로마법 법언(法彦)의 영향을 받아 자인인만이 범죄능력이 있다고 보았으나, 최근에는 법인실재설의 입장에서 법인의 범죄능력을 인정하는 주장도 강하게 대두하고 있다.
법무연수원에서는 기업범죄라는 책자가 발간되기도 하고, 법학교육기관에서는 기업범죄라는 강좌가 개설되기도 한다. 대형 재산죄의 중점이 개인에서 기업으로 이전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수사기관에서 대형 경제범죄나 기업범죄를 다루었던 특수통들이 변호사 시장에서 호황을 누리기도 하는 세상이 되었다.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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