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5. 도쿄지방재판소는 3번째로 청구된 카를로스 곤 전(前) 닛산자동차 회장의 보석신청을 허가하면서 몇 가지 조건을 붙였다. 피고인 곤은 2019. 1.에도 두 차례 보석청구를 했으나 당시에는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수사 및 재판 장기화에 따른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도쿄법원의 형식적 보석허가 사유는 ‘증거인멸가능성이 없다’는 점인데, 장기간 무죄 주장을 해 온 곤 전(前) 회장의 주장 중에 법원이 수용가능한 주장도 있었다고 짐작해 볼 수 있다. 무죄 주장 피고인은 석방 시 ‘도주’ 아니면 ‘계속 다툼’인데, 곤 회장의 그간 변명은 ‘배임과 금융상품거래법위반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며, 제반 절차를 지켰다’는 것이므로, 계속 다툴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피고인 곤은 출국금지 조건이 부가된 보석허가결정을 받았던 바, 만약 보석조건을 지키지 않게 되면 보석은 취소될 수 있고, 보증금도 몰취당할 수 있다. 곤에게 부과된 보석보증금은 우리 돈으로 무려 100억 원여.
최근 우리나라에도 주요 사건 한 건은 보석이 허가됐고, 한 건은 불허돼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보석 인용으로 석방된 분은 이명박 전 대통령, 불허돼 계속 구금 상태에서 재판받게 된 분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자택 거주, 변호인과 가족만 접견, 보석보증금 10억 원의 조건이 붙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본인은 방어 무기가 별반 없고, 호미 한 자루도 없는 실정에서 수십 만 쪽의 수사기록을 제대로 놓고 검토할 장소도 마땅찮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 전 원장의 지위 및 영향력을 고려할 때 다수의 사법농단 법관들과 내통해 진술을 번복시킬 수 있는 등 증거인멸 위험이 높다고 봤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보석은 수사 중 미리 구속된 피고인에 대해 불구속상태에서 재판받도록 석방하는 제도(조건부 구속집행정지의 일종)인데, 조건을 붙여야 하고, 보석보증금도 조건이 되는 경우가 많다. 보석은 불허사유가 없는 한 허가해야 한다. 대표적 불허사유는 도주·증거인멸 염려, 피해자 및 참고인에 대한 위해 염려 등(형사소송법 제95조)이므로, 기본적으로 구속사유(동법 제70조)와 같다. 결국 구속사유가 여전히 존재하는 한 피고인은 보석으로도 풀려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실무상 보석에 대해서는 몇 가지 비판이 있다. 첫째, 필요적 보석이 원칙이므로, 불허사유가 없다면 무조건 보석이 허가돼야 하는데, 실무는 매우 인색한 점. 결국 법관의 자의가 많고, 쉽게 풀려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둘째, 지체 없이 보석심문기일을 열고(형사소송규칙 제54조의 2),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7일 이내에 결정을 해야 하는데(동 규칙 제55조), 실무상 본안의 유·무죄 판결을 하기 전까지 보석에 대해 별도의 심문기일을 잡지 않고, 판결 시 보석판단을 사실상 함께 하는 점. 결국 풀려날 수 없어서 방어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한 피고인은 유죄 및 실형 선고 시 비로소 자신의 보석청구가 진작에 기각됐음을 알게 된다.
셋째, 보석청구에 대해 검사의 의견을 물을 경우, 검사는 항상 도주 우려, 증거인멸 우려 등을 내세우며 구속재판을 원칙처럼 강행하는 점, 넷째, 보석허가결정에 대해 검사가 즉시항고하는 경우 과거에는 보석 집행이 정지돼 석방이 불가능했는데,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후 이제는 보통항고만 가능하고, 피고인의 석방에 제약이 없다.
이 사건 곤 전(前) 회장의 보석을 허가한 법원 결정에 대해 일본 검찰이 항고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검찰의 주장이 타당할 경우 상급심이 원결정을 취소할 수도 있다. 검찰의 항고가 기각되고, 곤 전(前) 회장이 보석보증금 100억 원을 모두 납부하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된다. 실무상 보석보증금은 현금 이외 보증보험사가 발부한 보험증권으로 갈음할 수 있다.
대구 형사전문변호사 천주현(형사법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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