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생후 7개월 딸을 두고 순차 집을 나감으로써 딸이 사망에 이르도록 방치한 21세의 부와 18세의 모를 기소하면서, 죄명을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니라 살인죄로 기소했다.
필자가 첫 줄에 '사망에 이르도록'이라는 표현을 썼으나, 살인죄의 경우는 틀린 말이 된다. '이르도록'이라는 말은 상해나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에 대한 고의가 없었고, 단순히 유기나 폭행 등 기본범죄에 대해서만 고의가 있었을 때에 쓰는 (진정)결과적 가중범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살인죄로 기소한 배경에는 (철저한) 보강 수사가 뒷받침되었다고 한다. 검찰은 경찰이 아동학대치사죄로 송치한 사건을 추가 수사하면서, 참고인 조사, 통화기록 조사, 휴대폰 포렌식을 통해 모가 집을 나가고 수일 후 동인이 남편에게 "죽었겠네. 집에 가서 확인 좀 해줘"라는 문자메시지를 수차 보낸 사실을 확인했고, 이를 살인죄의 결정적 증거로 보고 있다.
이 사건 모가 부에게 "죽었겠네"라는 표현을 쓴 것은 애초에 딸이 사망할 것을 예견·용인했음을 표현하는 내용으로 볼 수 있을까? 부부싸움 끝에 영아의 모가 먼저 집을 나간 후 딸이 죽었을까 걱정돼 남편에게 "죽었겠네. 확인 좀 해줘"라는 문자를 보낸 것은 아닐까?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검찰이 확인한 문자메시지가 현재까지 보도된 내용보다 더 상세하다면 부부에 대한 살인죄를 증명하는 중요 증거가 될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자료가 제한된 필자는 현 시점에서 판단불능이다.
아래에서는 살해행위와 살인의 고의를 차례대로 살펴본다.
보도를 토대로 구체적 경과를 보면, 부부가 심하게 싸우고(5. 23.) 다음날 처가 집을 나갔고(5. 24.), 처가 집을 나간 날로부터 3일째 되던 날 오후 남편도 집을 나갔고(5. 26.), 딸은 이로부터 5일 동안 혼자 집에 방치된 후(5. 26.~5. 31.) 숨졌다는 것이 팩트다. 한편 5. 29. 모가 부에게 위와 같은 문자를 보냈고, 5. 31. 부부가 딸의 사체를 종이상자에 넣어 매장할 의도로 숨겼다고 한다.
그러나 위 팩트만으로는, 남편이 집을 나온 5. 26. 오후 6시까지 그가 아빠로서 딸에게 분유와 물을 먹였는지 확실하지 않다. 이 점이 밝혀져야 영아가 방치된 최초 시기를 알 수 있다. 일단 검찰의 수사 발표에 따르면, 부가 집을 비운 순간을 살해행위 개시(실행의 착수) 시점으로 본 듯하다.
또 아이의 부가 집을 나온 5. 26. 이후인 5. 29. 먼저 집을 나갔던 모가 남편에게 문자를 보내 아이를 확인해 달라고 하자 실제로 남편이 집에 들어가 아이의 상태를 확인했는지도 중요하다. 집 나온 후 3일 만에 처의 문자를 받고 집에 들어가 아이에게 분유와 물을 먹인 후 나왔다면 검찰의 주장처럼 5. 26. 오후 6시를 살해행위 개시(실행의 착수) 시점으로 볼 수 없게 된다.
부작위로 사람을 살해했다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는 그 부작위를 살해행위와 동일시할 수 있는 실행의 착수 시점을 정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이설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세월호 선장이 부작위에 의한 살해행위에 착수한 시점은 배를 버리고 하선한 시점이라 할 것이다.
앞서 객관적 요건을 살폈다면, 이번에는 주관적 요건을 고찰한다.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위 소개된 내용만으로는 살인의 고의를 드러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또 사체를 숨기려 했다는 점만으로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 아이가 죽기를 원치는 않았는데, 막상 아이가 죽자 "잘 죽었다"거나 "시체를 숨겨야지"라는 마음이 든 정도로는 앞서의 행위에서 곧바로 살해의 고의를 찾을 수 없다. 형법에서 사후고의는 있을 수 없다.
경찰은 "상대방이 아이를 돌볼 줄 알았다"는 진술을 감안해 아동학대치사죄로 송치함으로써 금번 검찰의 기소 죄명과 달랐다. 이 사건을 가볍게 생각하여, '검사가 의외로 큰 성과를 올렸다'고 단정하는 것은 성급하다.
따라서 검사가 살인죄로 피고인들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장래 중요한 공판증거로 보이는 문자메시지 내용 속에 딸의 사망을 예견·용인했던 부분이 명백히 들어 있어야 하고, 사체유기 전후 부부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 미루는 모습이 아니라 딸의 사망을 반기는 내용의 대화나 문자를 주고받았던 증거가 별도로 현출돼야 한다.
반대로 영아가 사망하기 전에는 사망을 용인하는 증거가 없고, 영아가 사망한 전후 경 "집에 가서 확인 해줘"라는 내용의 문자만을 보냈고, 사체유기 시 사망 결과에 놀라거나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원망식 대화만 발견된다면 검찰의 공소유지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아무리 미필적 고의가 확정적 고의보다는 쉽게 인정되는 것이 형법상 '고의에 관한 법리'라고 하더라도 미필적 고의 역시 결과발생에 대한 인식 및 용인·감수를 분명히 요구한다. 비록 낮은 단계이더라도.
참고로 이 사건 피고인들은 위 문제된 살인죄 이외에도 사체유기죄, 아동유기·방임죄(아동복지법위반죄)로도 기소됐다고 한다. 이들은 현재 구속된 상태이고, 살인죄를 제외하고도 충분히 구속될 만하다고 생각한다.
대구 형사전문·이혼전문 변호사 | 법학박사 천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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