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동춘 변호사(법무법인 집현)
타인의 운전면허증 사진 제시와 공문서부정행사죄의 성부
- 2019. 12. 12. 선고 2018도2560 판결을 중심으로 -
1. 이 사건의 사실관계 및 쟁점
甲은 2015. 10. 17. 운전면허가 취소되었고, 2016. 7. 7.경 乙 몰래 서울지방경찰청장 명의로 발급된 乙의 운전면허증을 자신의 휴대전화에 내장된 카메라로 촬영하여 그 이미지파일을 휴대전화에 보관하였다. 甲은 2017. 4. 26. 새벽 도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음주 및 무면허운전으로 적발되어 경찰관으로부터 운전면허증의 제시를 요구받고,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乙의 운전면허증을 촬영한 이미지파일을 마치 자신의 운전면허증인 것처럼 제시하였다. 검사는 甲을 공문서부정행사 등의 혐의로 기소하였다.
원심은 甲은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후 무면허운전을 한 죄에 대해 재판을 받으면서 또다시 음주·무면허운전을 감행했을 뿐만 아니라 적발되자 타인의 운전면허증 사진을 제시하면서 처벌을 피하려고 해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甲에게 공문서부정행사죄의 성립을 인정하였고, 甲은 상고하였다.
이 사안에서는 甲이 운전 중 경찰관으로부터 운전면허증의 제시를 요구받고 경찰관에게 乙의 운전면허증을 촬영한 이미지파일을 제시한 행위가 乙의 운전면허증을 특정된 용법(자격증명 기능과 동일인증명 기능)에 따라 행사한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만약 甲의 행위가 乙의 운전면허증을 특정된 용법에 따라 행사한 것에 해당한다면 甲의 행위는 공문서의 부정행사로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2. 대법원 판결요지
공문서부정행사죄는 사용권한자와 용도가 특정되어 작성된 공문서 또는 공도화를 사용권한 없는 자가 사용권한이 있는 것처럼 가장하여 부정한 목적으로 행사하거나 또는 권한 있는 자라도 정당한 용법에 반하여 부정하게 행사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공문서부정행사죄는 공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 등을 보호하기 위한 데 입법 취지가 있는 것으로, 공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 등을 해할 위험이 있으면 범죄가 성립하지만, 그러한 위험조차 없는 경우에는 범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은 사람은 자동차 등을 운전할 때 운전면허증 등을 지니고 있어야 하고(제92조 제1항), 운전자는 운전 중에 교통안전이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하여 경찰공무원이 운전면허증 등을 제시할 것을 요구할 때에는 이에 응하여야 한다(제92조 제2항). 도로교통법이 자동차 등의 운전자에 대하여 위와 같은 의무를 부과하는 취지는 경찰공무원으로 하여금 교통안전 등을 위하여 현장에서 운전자의 신원과 면허조건 등을 법령에 따라 발급된 운전면허증의 외관만으로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데 있다. 만일 경찰공무원이 자동차 등의 운전자로부터 운전면허증의 이미지파일 형태를 제시받는 경우에는 그 입수 경위 등을 추가로 조사ㆍ확인하지 않는 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이미지파일을 신용하여 적법한 운전면허증의 제시가 있었던 것으로 취급할 수도 없다. 따라서 도로교통법 제92조 제2항에서 제시의 객체로 규정한 운전면허증은 적법한 운전면허의 존재를 추단 내지 증명할 수 있는 운전면허증 그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지, 그 이미지파일 형태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공문서부정행사죄의 구성요건과 입법 취지, 도로교통법 제92조의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자동차 등의 운전자가 운전 중에 도로교통법 제92조 제2항에 따라 경찰공무원으로부터 운전면허증의 제시를 요구받은 경우 운전면허증의 특정된 용법에 따른 행사는 도로교통법 관계 법령에 따라 발급된 운전면허증 자체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 경우 자동차 등의 운전자가 경찰공무원에게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 자체가 아니라 이를 촬영한 이미지파일을 휴대전화 화면 등을 통하여 보여주는 행위는 운전면허증의 특정된 용법에 따른 행사라고 볼 수 없는 것이어서 그로 인하여 경찰공무원이 그릇된 신용을 형성할 위험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결국 공문서부정행사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며 甲에게 8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파기환송).
3. 판례 해설
형법 제230조의 공문서부정행사죄는 사용권한자와 용도가 특정되어 작성된 공문서를 사용권한자가 용도 외로 사용하거나 사용권한이 없는 자가 용도 내로 사용하였을 경우에 성립한다. 그리하여 종래 판례는 음주단속 당시 경찰관으로부터 운전면허증 제시 요구를 받고 타인의 운전면허증을 제기한 경우, 사용권한 없는 자가 공문서인 타인의 운전면허증을 용도 내로 사용한 것으로 보아 공문서부정행사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공문서부정행사죄는 공문서에 대한 신용을 보호하는 데 입법 취지가 있으므로 공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 등을 해할 위험조차 없는 경우에는 범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며, 면허증 자체가 아닌 면허증을 찍은 사진을 경찰관에게 제시한 것은 운전면허증의 특정된 용법에 따른 행사로 볼 수 없고, 그로 인하여 경찰공무원이 그릇된 신용을 형성할 위험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공문서의 부정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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