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동춘 변호사(법무법인 집현)
[이동춘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再訴)의 소의 이익
- 2019. 1. 17. 선고 2018다24349 판결을 중심으로 -
1. 이 사건의 사실관계 및 쟁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금 7,000만 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법원은 2005. 12. 22. 피고는 원고에게 2006. 3. 10.까지 2,500만 원을 지급하고, 이를 지체하는 경우 지연손해금을 가산하여 지급하라는 내용의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강제조정결정'이라고 한다)을 하였으며 위 강제조정결정은 2006. 1. 24. 확정되었다.
또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매매계약의 해제에 따른 매매대금 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06. 9. 21. 피고는 원고에게 2,500만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이하 '이 사건 전소 판결'이라고 한다)을 선고하였으며, 위 판결은 2006. 10. 11. 확정되었다.
원고는 2017. 4. 28. 이 사건 강제조정결정과 이 사건 전소 판결(이하 '이 사건 전소 판결 등'이라고 한다)에 의해 확정된 채권에 기한 금원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제1심 법원에 제출한 2017. 10. 19.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통해 위 각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해 다시 소를 제기한 것임을 밝혔다.
원심은 이 사건 소는 승소확정판결을 받았거나 그와 효력이 같은 강제조정결정이 확정된 전소와 동일한 권리 및 법률관계를 소송물로 하는 소로서, 이사건 전소 판결 등이 확정된 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10년이 지나 제기되어 시효중단을 구할 이익이 없으므로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직권으로 소를 각하한 제1심 판결을 유지하였고, 원고는 상고하였다.
이 사안에서는 원고가 제기한 이 사건 소가 전소 판결 확정 후 10년이 지나 제기되었으므로 소의 이익을 부정해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2. 대법원 판결요지
확정된 승소판결에는 기판력이 있으므로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전소의 상대방을 상대로 다시 승소 확정판결의 전소(前訴)와 동일한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후소(後訴)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확정판결에 의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경과가 임박한 경우에는 그 시효중단을 위한 소는 소의 이익이 있다. 이는 승소판결이 확정된 후 그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경과가 임박하지 않은 상태에서 굳이 다시 동일한 소를 제기하는 것은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비추어 권리보호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으나, 그 기간의 경과가 임박한 경우에는 시효중단을 위한 필요성이 있으므로 후소를 제기할 소의 이익을 인정하는 것이다.
한편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의 판결은 전소의 승소 확정판결의 내용에 저촉되어서는 아니 되므로, 후소 법원으로서는 그 확정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모든 요건이 구비되어 있는지에 관하여 다시 심리할 수 없으나, 위 후소 판결의 기판력은 후소의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발생하므로, 전소의 변론종결 후에 발생한 변제, 상계, 면제 등과 같은 채권소멸사유는 후소의 심리대상이 된다. 따라서 채무자인 피고는 후소 절차에서 위와 같은 사유를 들어 항변할 수 있고 심리 결과 그 주장이 인정되면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 이는 채권의 소멸사유 중 하나인 소멸시효 완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판결이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의 경과가 임박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의 권리보호이익을 달리 보는 취지와 채권의 소멸시효 완성이 갖는 효과 등을 고려해 보면,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를 심리하는 법원으로서는 전소 판결이 확정된 후 소멸시효가 중단된 적이 있어 그 중단사유가 종료한 때로부터 새로이 진행된 소멸시효기간의 경과가 임박하지 않아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再訴)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후소가 전소 판결이 확정된 후 10년이 지나 제기되었다 하더라도 곧바로 소의 이익이 없다고 하여 소를 각하해서는 아니 되고, 채무자인 피고의 항변에 따라 원고의 채권이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는지에 관한 본안판단을 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소를 각하한 제1심 판결을 유지한 원심 판결은 잘못이나, 이 사건 전소 판결 등에 기한 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원고의 청구는 결과적으로 기각될 것이 분명하므로, 원고만 상고한 이 사건에서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따라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며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3. 판례 해설
민법 제165조 제1항은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은 단기의 소멸시효에 해당한 것이라도 그 소멸시효는 10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再訴)는 판결 확정 시로부터 10년 이내에 제기하여야 한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승소판결이 확정된 후 그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경과가 임박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동일한 소를 제기하는 것은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비추어 소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으나, 그 기간의 경과가 임박한 경우에는 시효중단의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로 소의 이익을 인정하였다. 또한 후소가 전소 판결이 확정된 후 10년이 지나 제기되었더라도 법원은 채무자인 피고의 항변에 따라 원고의 채권이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는지에 관한 본안판단을 하여야 한다고 하였는바, 독자들은 대상판결과 아울러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이행소송 외에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한 조치, 즉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허용된다고 판시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8. 10. 18. 선고 2015다232316 판결)도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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