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동춘 변호사(법무법인 집현)
[이동춘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사인(私人)이 국가의 사무를 처리한 경우
사무관리의 성립요건
- 2014. 12. 11. 선고 2012다15602 판결을 중심으로 -
1. 이 사건의 사실관계 및 쟁점
크레인선과 甲주식회사 소유 유조선의 충돌로 인한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하여 해상 방제업 등을 영위하는 乙주식회사가 피해 방지를 위해 해양경찰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아 방제작업을 보조하였다. 이후 乙주식회사는 대한민국을 피고로 방제비용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 乙주식회사는 사무관리의 성립을 이유로 한 비용지급을 주장하였고, 피고 대한민국은 방제작업은 원유를 유출한 유조선의 사무이므로 국가에 대하여 사무관리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 사안에서는 사인인 乙주식회사의 방제작업을 국가의 사무로 볼 수 있는지, 사인이 국가의 사무를 처리한 경우 사무관리의 성립요건은 어떠한지가 쟁점이 되었다.
2. 대법원 판결요지
대법원은 사무관리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우선 사무가 타인의 사무이고 타인을 위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의사, 즉 관리의 사실상 이익을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가 있어야 하며, 나아가 사무의 처리가 본인에게 불리하거나 본인의 의사에 반한다는 것이 명백하지 아니할 것을 요하지만, 타인의 사무가 국가의 사무인 경우 원칙적으로 사인이 법령상 근거 없이 국가의 사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인이 처리한 국가의 사무가 사인이 국가를 대신하여 처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으로서, 사무 처리의 긴급성 등 국가의 사무에 대한 사인의 개입이 정당화되는 경우에 한하여 사무관리가 성립하고,사인은 그 범위 내에서 국가에 대하여 국가의 사무를 처리하면서 지출된 필요비 내지 유익비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사안에서 유조선 선주의 조치만으로는 원유 유출 사고에 따른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곤란할 정도로 긴급방제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위 방제작업은 원고인 乙주식회사가 국가를 위해 처리할 수 있는 국가의 의무 영역과 이익 영역에 속하는 사무이며, 원고 회사가 방제작업을 하면서 해양경찰의 지시·통제를 받았던 점 등에 비추어 원고 회사는 국가의 사무를 처리한다는 의사로 방제작업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원고 회사는 사무관리에 근거하여 국가에 방제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3. 판례 해설
2007년 12월경 충청남도 태안군 근처 해상에서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하였다. 당시 방제작업에 투입되었된 해상 방제업을 수행하는 회사가 국가를 상대로 비용을 청구하자, 대법원은 사무관리의 성립요건으로서 (1) 타인의 사무를 관리할 것 (2) 관리의 사실상 이익을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가 있을 것 (3) 본인에게 불리하거나 본인의 의사에 반한다는 것이 명백하지 않을 것 등의 요건이 필요하고, 타인의 사무가 국가의 사무인 경우 (4) 사인이 대신 처리할 수 있는 성질이고 사인의 개입이 정당화되는 이유가 있을 것을 추가적인 요건으로 제시하며, 사안의 경우 이러한 요건들이 충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사고 발생 당시 시행되었던 해양오염방지법(현재는 해양환경관리법으로 대체됨) 제48조와 제50조에 따르면 기름 등 폐기물이 유출된 경우 1차적으로는 선주에게 방제 책임이 있지만, 선주의 방제가 불충분하거나 긴급방제조치가 필요한 경우 2차적으로 해양경찰청장(국가)에게 방제 책임이 있다. 사안의 경우 대규모 원유 유출 사고로서 국가의 방제의무가 있으므로 원고 회사가 방제작업을 한 것은 사인이 국가사무를 처리한 것으로서 사무의 타인성이 인정되고, 유조선 선주의 조치만으로는 원유 유출 사고에 따른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곤란할 정도로 긴급방제조치가 필요한 상황도 인정된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의 판단은 지극히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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