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주현 변호사(형사전문변호사, 법학박사)
[천주현 변호사의 사건이슈] 디지털성범죄 정부대책 전망
n번방 사건 이후 정부가 마련한 디지털성범죄 대책(2020. 4. 23. 국무조정실 발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 관계부처 합동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의 효과, 문제점, 입법론과 관련한 필자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필자가 공감한 정부안으로는, ◆ 신종범죄에 디지털성범죄를 추가하여 대책을 마련한 것은 시의적절하고, 형사정책적 관점에서도 타당하다.
◆ 미성년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질 나쁜 범죄에 대해 공분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때에 대책을 즉시 마련함으로써 입법 여론을 결집시킬 수 있다.
◆ 기업화·조직화의 특성을 띠는 성착취 범죄에 대해 과감한 몰수·추징을 통해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것은 범죄동기를 차단하여 범행을 막는 실효적 장치가 될 것이다.
◆ 카메라불법촬영죄를 중심으로 일회적으로 마련되던 임시책을 넘어 디지털 성범죄 전반을 포괄하는 종합대책을 수립할 단계에 온 것이 맞다.
◆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판매행위의 법정형 하한을 설정함으로써 가벼운 처벌을 막고, 성착취물 광고행위 처벌규정을 신설하여 유통을 억제하기로 한 것은 옳다.
◆ 법정형 상향 대책과 함께 양형기준을 동시에 마련키로 하여 짝을 맞추는 것은 실무상 혼선을 줄일 수 있고, 적절한 형을 확보할 수 있다.
◆ 수사단계에서 사안이 중한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범죄확산을 막는 데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 유죄확정 성범죄자의 신상공개 대상에 성폭력범뿐만 아니라 성착취물 제작·판매자를 추가하는 것 역시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
◆ 온라인 그루밍 행위 처벌규정을 신설하는 것은 법의 흠결을 막는 것으로, 타당하다.
◆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을 상향키로 한 것 역시 종전 법의 흠결로 아동복지법 적용 등 우회적 처벌수단을 찾던 데에서 진일보한 것이 맞고, 해외 입법례를 연구하여 세계적 기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 신고포상금제를 도입하여 인터넷을 직접 접하는 국민이 디지털 성범죄물을 신고토록 유도하는 것은 범죄의 빠른 발견에 효과적 수단이 될 것이다. 법무부장관 대신 여성가족부 장관의 소관으로 두는 것은 포상금 지급범위를 넓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행위의 형량을 상향하고, 성착취물 소지로 벌금형을 받은 자도 취업제한 대상에 추가하기로 한 것은 수요차단에 도움이 된다.
◆ 국민을 상대로 한 맞춤형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법 개정 만큼이나 중요한 것으로, 교육 관련 콘텐츠 준비와 전문강사 양성이 시급하여 서두를 사안이다.
◆ 성매매 대상 아동·청소년을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로 대우하여 조기 신고가 가능하게 하면서 보호를 강화하는 것은 인권친화적이며, 선진적 입법에 해당한다.
◆ 피해영상물의 신속한 삭제를 지원하고 특히 24시간 원스톱 지원체계를 가동하겠다는 것은 피해 확산 방지에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디지털장의사 역할을 해야 실효적 권리구제가 가능하다.
◆ 인터넷 사업자가 바로 삭제해야 할 성범죄물을 현재의 불법촬영물에서 앞으로 디지털 성범죄물 전반으로 확대하고, 또 기술적 조치의무자에 웹하드사업자는 물론 부가통신사업자 등 모든 사업자를 포함하는 것은 성착취물의 전파속도를 감안할 때 반드시 요구되는 것이다.
◆ 징벌적 과징금제를 도입해 과태료보다 높은 의무 위반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은 인터넷사업자의 책무를 유도하는 데 효과적 수단이 될 것이다.
◆ 사회복무요원의 행정기관 내 개인정보취급을 전면 금지하고 복무 중 정보유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지극히 타당하나, 필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개인정보처리자를 더욱 명확히 하고 보조자를 대폭 한정할 필요가 있으며, 상시 감시체제를 확립해야 한다고까지 보고 있다.
◆ 청소년성보호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등 법률 개정작업에 바로 착수하기로 한 것은 옳고, 형법, 형사소송법,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성폭력처벌법 등 관련 법률을 총체적으로 맞춰 개정해야 한다고 본다. 한편 시급하고 합헌적인 내용은 곧바로 개정하고, 논의가 요구되는 부분은 각국 입법례 연구 및 공청회·TV토론 등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조성한 후 후속입법하는 등 단계별 입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도도입의 취지와 필요성에는 찬성하나 위헌적 성격 등을 이유로 필자가 우려하는 일부 대책으로는, ◆ 중대 성범죄에 예비·음모죄를 신설하겠다고 하는 바, 이는 정형적 행위를 규정할 수 없는 (실행의 착수 전단계인) 예비·음모의 특성상 죄형법정주의를 흔들 수 있고, 가벌성이 지나치게 확장될 수 있다(성범죄 예비·음모에 국한된 논의임).
◆ 기소 없이도 몰수가 가능한 독립몰수제를 도입하는 것은 몰수가 형의 한 종류로 규정된 현실을 외면한 것인 점, ‘몰수의 부가성’ 원칙을 완전히 깨트리는 것이 될 수 있는 점(예외가 원칙이 됨으로써), 불고불리원칙을 다시 설계·조명해야 하는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점,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위험성을 안고 있는 점에서 도입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 범행기간 중 취득재산을 범죄수익으로 추정하는 것은 자의적 재산권 침해가 가능하여 기본권 형해화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
◆ 잠입수사의 허용범위를 상세히 규정하지 않을 경우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도 허용하는 것으로 오해돼 실무상 혼선이 우려되고, 수사신의칙 위배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 신고포상금제 도입 자체와 관련해서는 앞서와 같이 공감하나, ‘신고된 사람이 해당 범죄로 기소되거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경우’에만 지급한다면 가해자를 처음부터 특정하여 신고하지 못한 경우와 가해자가 종적을 감춰 기소중지된 경우는 지급치 못하는 공백이 있어 제도 도입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 ‘성인 대상 성범죄물 소지죄’를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긴 하나, 이때 소지 대상인 ‘성범죄물’의 개념을 명확히 열거하지 않을 경우 전과자 양산이 우려된다.
◆ 영상물 삭제절차를 간소화하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삭제절차보다 파격적인 '선삭제, 후심의'로 가겠다는 것은 표현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헌법이 금지하는 검열·삭제 등의 위헌적 간섭행위가 될 수 있다.
◆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 유통금지 의무를 해외사업자에게 적용하기 위해 역외적용 규정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타당하나, 법 집행의 실효성과 관련한 조치도 고려된 입법이어야 할 것이다.
대구 형사전문·이혼전문 변호사 | 법학박사 천주현
#디지털성범죄 #디지털성범죄근절대책 #관계부처합동디지털성범죄근절대책발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신종범죄 #조직적성착취 #국민적공분 #범죄수익환수 #신상공개확대 #온라인그루밍 #잠입수사 #선삭제후심의 #징벌적과징금 #디지털성범죄물 #역외적용 #천주현변호사 #변호인리포트
[저작권자ⓒ 피앤피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