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적으로는 물론 전 세계의 일등문명국가들까지도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의 자연재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우선, 직접 전염병 예방과 치유에 생명 희생을 불사하고, 노력하고 있는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과 용의주도하게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다소의 비협조자가 없는 것은 아니나, 국민이 모두 생활의 어려움을 무릅쓰고, 대처하고 있는 상황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나는 80세가 된 노인이다. 4월 22일 경기도 용인시의 주민센터에 재난지급금을 받기 위하여 방문하였다. 센터 건물의 한 사무실 전부에 15명가량의 전담직원을 배치하여 업무를 담당시키고 있었다. 모든 주민센터에 가면 각종 민원서류를 발급받기 위한 신청서들이 비치되어 있다.
재난지급금을 받기 위하여 신청서에 각종 사항을 기재하게 되어 있었고, 나도 그 신청서를 작성하여야 했다. 나는 행정관서에 가서 모종의 서류를 작성할 때마다 틀리는 일이 없도록 천천히 작성하는 것이 버릇되었다.
그래서 옆에 비치된 예시를 잘 읽어 보고 있는데, 앉아 있던 직원이 “할아버지, 제가 작성해 드릴게요”하고, 대필하는 것이다.
동거하는 다섯 식구의 주민등록과 전화번호를 기재하게 되어 있으나, 나는 모두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여직원은 동거인 주민등록을 발급받아 오라고 하였고, 그것을 발급받아 갔다가 줬더니 그것을 보고 일일이 기재하였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 생겼다. 임시로 발행한 주민등록증을 책상에 내놓고 그 여직원이 그것을 확인하고, 주민등록을 보면서 기재하는 동안 앞에 온 노인이 그 ‘임시주민등록증’을 자기 물건으로 가져가 버린 것이다. 따라서 그것을 제시할 수 없어 재난지급금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순간 나는 당황하였다. 그러나 그는 창구에 복사본을 다시 발급받아 오면 된다고 일러 주었다. 나는 다시 집에 가서 사진을 가져와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100만 원이든 카드를 받아들고, 그 여직원에게 다시 감사하다고 표하고, 행정을 하는 분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 문을 나섰다.
딸·사위에게 손을 내밀지 않고, 10여만 원이 넘는 2020년 판 “육법전서”를 사게 되어 한시름 놓은 것이다. 내가 월급을 받을 때는 세금도 냈고, 어려운 제자들을 돕기도 하였다.
그러나 보증을 선 것이 잘못되어 노년에 극히 궁한 생활을 하고 있는바, 국가·지방자치단체의 긍휼적 보조는 잠시나마 시름을 잊게 한다.
나는 50·60년대 공무원 사회를 어느 극작가가 “되는 것을 된다고 하고, 안되는 것을 안된다고 이야기하였다가는 못 먹고 사는 나라, 5급 공무원(현재 8·9급) 나라 꼬래아”라고 표현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나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그 여직원은 내가 꿈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들릴 것이다. 지금 공무원을 비롯하여 불특정 다수 인을 상대하는 병원·은행·점원 등은 과거 50·60·70년대에 비하여는 천양지차로 친절해졌다.
그 시대의 불친절을 기억하고 있는 나는 잊어버려야 할 “구시대의 상황”을 기억하는 그야말로 “구시대의 인물”일 것이다. 친절했던 그 여공무원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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