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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가 전전긍긍하는 중에 3차 대전 가능성 뉴스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1914년 사라예보 사건으로 발발한 1차 대전은 잠수함, 항공기, 탱크, 대공포, 독가스, 기관총 등 대량살상무기가 발명되어 전사자만 9백만 명이 넘었는데, 2차 대전은 이보다 더 가공할 만한 원폭 투하로 전쟁을 종식했다. 2차 대전 후 세계는 전쟁 없는 평화를 내걸고 UN을 구성했지만, 이후에도 국지 전쟁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2차 대전후 사람들은 냉전체제와 핵무기 개발로 극단적인 핵전쟁은 피차간의 피해라는 인식 아래 3차 대전은 잘 짜인 침략전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정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그런데, 지난해 연말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2월 11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날짜를 2월 16일’ 러시아군이 벨라루스 국경을 넘어서 지상 공격을 개시할 것이라고 하더니, 우크라이나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 160여 명을 슬그머니 철군해버렸다. 영국, 일본, 네덜란드도 우크라이나 내 자국민의 철수를 권고했고, 우리 정부도 철수 권고와 13일부터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를 발령했다.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공관원을 포함하여 341명이었는데, 이날까지 30명만 남았다고 한다. 미국 등 서방국가가 지목한 2월 16일이 지나면서 러시아군의 일부 철군 소식이 전해졌지만, 일반인이 느끼는 것과 달리 미국·영국은 러시아가 공격에 나설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렇게 군사적 긴장이 계속되자,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사태로 인심이 흉흉한 상황에서 증시와 수출 등 세계 경제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흑해에 인접한 동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있는 나라로서 북쪽에 벨라루스, 북쪽·북동쪽·동쪽으로 러시아, 남쪽으로 흑해, 남서쪽으로 몰도 바·루마니아, 헝가리, 서쪽으로 슬로바키아·폴란드·체코와 접해 있다. 면적은 한반도의 약 3배인 603,700km²로 유럽에서 두 번째 크지만, 인구는 4,113만 명으로 비교적 적다, 민족은 우크라이나인 77.8%, 러시아인 17.3%이고, 그 밖의 유대인·그리스인 등 소수민족이 있다. 수도는 천년고도 키예프로서 260만 명이다. 평균 해발 175m의 완만한 평원지대인 우크라이나는 소련이 해체되기 전까지 공업생산량의 1/4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식량의 40% 이상을 공급하는 곡창지대였다. 이런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 침공하려고 하는 이유는 매우 복합적이다.
첫째, 역사적으로 우크라이나는 5~6세기경 슬라브족이 드네프르강을 끼고 있는 키예프 땅에 정착 후 발트해와 흑해를 연결하는 드네프르 교역로를 지배한 바이킹(고대 스칸디나비아인)과 함께 세운 키예프 루스가 모체인데, 오늘날 우크라이나·벨라루스·러시아 등 3국의 기원이다. 18세기에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연합의 협상으로 러시아는 드네프르강 서쪽의 우크라이나를 얻고, 갈리치아는 오스트리아에 귀속되었다가 1924년 우크라이나는 소비에트 연방의 일원이 되었다. 그런데,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고르바초프 수상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에 우크라이나는 1991년 12월 소비에트 16국가 중 가장 먼저 국민투표를 거쳐서 독립했다. 우크라이나의 소비에트 탈퇴는 다른 국가들이 연방 탈퇴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러시아는 오랫동안 함께 해온 우크라이나를 지금까지 자국의 일부로 여기는 성향이 강하다.
한편,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국민 통합이 잘되지 않고 있다. 1954년 러시아 본토와 단절되어 있던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가 귀속했지만, 친러 성향이 강한 크림 자치공화국은 독립을 선언하더니 주민투표를 거쳐서 2014년 3월 러시아와 합병했다. 또,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주(州)가 분리독립을 주장하고,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독립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3대 핵보유국이었으나, 유럽·미국·러시아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핵을 포기했다. 그러나 핵 폐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빼앗겼다. 만일 핵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러시아가 이런 횡포를 부리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러시아의 침공 위협에 우크라이나가 서방세계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으나, 주변국들은 애초 약속과 달리 어느 국가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셋째, 러시아는 NATO가 동진 정책으로 우크라이나를 NATO에 가입시키는 서방의 시도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는 1999년 동유럽 국가인 폴란드, 체코, 헝가리가 NATO에 가입하고, 2004년 소련연방이던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까지 NATO에 가입하자 크게 반발했다. 2008년 조지아를 NATO에 가입시키려고 하자 기습 작전으로 조지아를 병합해버린 전례가 있는데, 이제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지난해 8월 아프간에서 탱크, 트럭 등 장비를 모두 버린 채 밤사이에 미군들을 전부 철군한 데 이어서 우크라이나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도 전부 철군함으로써 우방국의 신뢰를 잃었다. 또, 서방세계는 우크라이나를 NATO에 가입시킬 때 러시아와 큰 갈등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우크라이나인에게 안겨질 위험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한편, 미국과 갈등하고 있는 중국은 지난해 12월 15일 러·중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호주, 영국 등 AUKUS를 조직하면서 프랑스를 소홀히 하고, 프랑스가 호주와 체결했던 거액의 핵잠수함 건조계획을 파괴하여 소외당한 프랑스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는 등 서방세계의 균열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켜보면서 중국의 대만, 홍콩 침공과 북한의 남한 공격 가능성이 흘러나오는 등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국제적인 분쟁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북한은 더더욱 핵 포기를 하지 않을 것이고, 만일 어느 한 곳이 터지면 곧 3차 대전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남북한이 자율적으로 통일하지도 못하겠지만, 설령 그렇게 하려고 해도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환영할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의 교훈은 외교역량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더더욱 혈맹이라고 하던 우방들도 한 발짝 물러서는 상황에서 자주국방을 준비하지 못하고 외세에 의존할 때, 구한말 일본에 강제 병합되듯 또다시 비참한 꼴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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