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필구(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사무총장)
- 리갈테크와 직역협회 간의 분쟁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
최근 직역단체(협회)들과 벤처테크(소위 말하는 플렛폼 기업, 이하 리갈테크)간의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직역단체들은 소위 말하는 수도관에서 물이 쏟아지는 것처럼 나오는 신입회원들의 협회 가입비와 각종 납부비용을 무기로 광범위한 활동을 전개하며 벤처테크들을 압박하고 있다. 공정위 및 행정부처에서는 이런 리갈테크들을 합법이라 수차례 명시적으로 언급하며 그들을 보호하려 하고 있지만 직역단체들은 안하무인(眼下無人)으로 자신들이 가진 권한을 남용하며 리갈테크들을 탄압하고 있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갖기에 삶이 너무 바쁜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에 이 글에서는 협회들과 리갈테크의 분쟁에 있어, 이 사회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내용에 대한 것을 다루어 보고자 한다.
카르마(업karma, 業)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사전적 의미는 ‘불교에서 말하는 심신의 활동과 일상생활. 불교에서 중생이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선악의 소행을 말하며, 혹은 전생의 소행으로 말미암아 현세에 받는 응보(應報)를 가리킨다.’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인과응보 권선징악 사필귀정 등의 사자성어도 카르마를 가리키는 것이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 속담처럼, 이 사회는 결국 사회에 긍정적 기여(공공선)를 하는 집단에게는 성장의 결실을 거두게 한다. 하지만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단체들을 결국 응징한다.
그렇다면 이 사회에 대한 공공선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이 사회에 절실해진 화두를 기준으로 나름의 해석을 내려보자면, 그것은 1. 사회적 약자 더 나아가 모두의 편익이 증대(비용의 절감, 접근성의 증가, 더 나아가 문화의 융성)되며, 2. 21세기에 가장 큰 화두인 고용의 창출과 증진이라 할 수 있다.
이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직역협회들은 이 사회에 공공선을 행하는 바가 거의 없다. 그들은 자신들이 성실하게 직역에 종사함으로써 공공선을 행사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모두가(범죄자들을 제외하고) 행하는 것이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며, 이를 기준으로 우리가 이 사회에 공공선을 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대포장이다.
전문직종은 다양하다. 하지만 최근 자신들의 이익을 사수하기 위한 협회들의 몸부림(주장)에는 공통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본인들의 직역은 공공성을 가지는 직역이며 자신들의 영역에 대한 침범이 있을 시에 사회에 해악이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말하는 해악, 그것은 바로 몇 년 전에 있었던 의료파업 같은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이는 사회에서 권한을 부여하여 전문직역들이 누리는 것이지만 그들은 시험이라는 관문을 통해 자신들의 육신과 영혼에 그것이 각인되어 있는 것인 양 착각을 하고 산다) 직역으로써의 기능을 무기화한다. 그리고 그 공급을 중단함으로서 이 사회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사용한다.
구체적인 사례로서 가장 최근에 벌어진 일이 변협의 신규변호사 실무수습 중단사태이다. 변호사협회는 신규변호사의 공급을 급감시키기 위해 신규변호사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지금까지 변호사협회가 담당해오던 신규변호사 실무수습인원을 1/3으로 축소하였다. 당연히 사회는 혼란에 빠졌고,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법무부는 실무수습기관을 다각화하였다. 이제 협회는 사용할 무기가 없어졌다. 이런 상황이 되자 이제 변협은 자신들을 제외한 다른 기관의 실무수습 시행을 반대하고 있다. 작년까지는 실무수습기관이 다각화되는 것을 자신들의 업적이라 자랑했지만, 그때 그 태도는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
다른 전문자격사 단체들도 마찬가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세무사, 법무사 및 다른 자격사들도 플랫폼에 대한 참소(讒疏)를 남발하고 있다. 그들은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을 제시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공익의 침해는 자격사들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면 공익에 해악을 가하는 것이다. 결국, 그들이 이 사회에 주는 것은 악순환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사회는 어떤 것이 사회 전체의 공익에 부합하는가를 명확하게 생각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리갈테크를 예로 들어보자. 일본의 경우 2015년 설립된 밴고시닷컴의 주가가 2020년에는 1만5880엔(한화로 약 17만원) 까지 올랐다. 또한, 일본 법률시장의 규모를 2020년의 경우 약 12조 정도로 추산하는데, 이 중 리갈테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7.5조에 달한다. 이는 변협이 법무부에 제출한 의견서에도 명시되어 있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실상 리갈테크가 전무한 상황에서, 오직 송무영역만을 가지고 창출되는 법률시장의 크기는 6조9천억이 넘는다. 2020년 국내 경제성장률은 –0.88%인데 송무영역은 2020년 6조3737억원에서 6조9479억원으로 9%의 성장을 기록하였다. 국가 전체 성장률이 –임을 고려하면 송무시장은 9.88%가 성장한 것이다. 이 수치는 코로나시대에 최고의 성장을 기록한 물류유통업과 비슷한 수치의 성장률이며, 인간을 기계처럼 혹사시키던 1960~70년대(한강의 기적 시기)의 성장률과 비슷한 수치이다.
위 수치로 알 수 있듯 법률시장은 역대 최대호황의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우리나라에서 리갈테크가 일본처럼 제대로 자리를 잡는다면, 5년 내로 리갈테크의 산업크기는 6.9조에 일본의 사례인 1.55배(일본의 경우 리갈테크가 법률시장 규모의 1.55배임을 감안하여 산출한 수치)를 곱한 10조 6천9백5억대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벤처산업의 규모인 200조의 무려 5%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사회 전체에 미치는 선순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 밴처산업은 2021기준으로 총 81만7천명의 신규고용을 창출해 냈는데, 여기의 5%는 약 4만2천명이다. 이 정도의 새로운 고용을 리갈테크는 창출해 낼 수 있다. 전체 플랫폼사업이 아니라 오직 리갈테크 하나만으로도 벤처산업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런 행보가 리갈테크를 넘어 사회 전체로 파급된다고 생각해 보자, 그 선순환의 파급효과는 밴쳐산업의 호황을 넘어 나라 전체가 바뀔 정도로 클 것이다.
리갈테크를 비롯한 플랫폼 사업이 사회에 이런 기여를 할 수 있는데 전문직 협회를 위시한 자격사들은 이 사회에 무슨 기여를 할 수 있는가. 그들은 이 지점에 대하여 대답을 해야 한다. 그들이 주장하는 세상이(전문직들이 20세기 방식으로 수를 통제하며 사회에 군림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하면 사회에 해악을 끼치며 자신들의 아성을 유지하는 세상) 이 사회에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그 세상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가, 고용을 창출하는가, 사회에 지금보다 더 편리하고 윤택한 세상을 제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해야 한다.
결국, 이 사회는 사회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자들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의 기여는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하면 사회에 악행을 저지를 것이며, 이를 막기 위해 사회에게 굴욕적 복종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부가가치의 창출 고용의 증진 더 나아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회에 선순환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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