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문경보의 진학상담이야기] 거리두기를 멈추려는 법학도와 양보하기에서 벗어나려는 MC 지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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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보의 진학상담이야기] 거리두기를 멈추려는 법학도와 양보하기에서 벗어나려는 MC 지망생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4-12-18 07: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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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를 멈추려는 법학도와 양보하기에서 벗어나려는 MC 지망생


문경보


김 회장이 담임 교사에게 심하게 야단맞고 있었다. 화술도 뛰어나고 남 앞에 나서기를 좋아해서 별명이 ‘나대기’인 우리 김 회장. 그 화려한 언변 덕분에 지난 2학년 겨울에 학생회장이 된, 정치가가 꿈인 김 회장. 그 김 회장이 고3이 된 첫 주에 ‘정의의 사무라이’로 불리는 담임 교사에게 혼나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얼굴이 벌겋게 된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은 그동안 보아 왔던 나대기의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었다.

“어이 김 회장. 담임 선생님이랑 볼 일 다 봤으면 이 공책 옮기는 거 부탁하자.”
김 회장이 어색하게 웃으며 공책을 들고 3학년 1반, 자신의 반으로 갔다. 김 회장과 나는 함께 반 친구들에게 공책을 나눠준 뒤 교정을 거닐기 시작했다. 매점에서 음료수와 젤리 사탕 한 봉지를 샀다. 음료수는 지금 마시고, 젤리는 친구들이랑 나눠 먹으라고 했다. 회장은 늘 베풀 수 있는 실탄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라고 너스레도 떨었다. 내가 계속 다른 이야기를 하며 자신을 놓아주지 않고 있는 것을 눈치챈 김 회장이 이야기했다.

“이번 주에 학급 회장 선거가 있잖아요. 그런데 고 3이라 그런지 아무도 하겠다는 아이가 없었어요. 그래서 엊저녁에 담임 선생님께 문자를 드려서 제가 나가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이유는?’ 이라고 선생님께서 답문을 보내셨어요. 저는 진담 반 농담 반 ‘학급 회장이랑 학생회장이랑 두 가지를 모두 하면 대학 가는 데 점수를 두 배로 받지 않나요?’라고 대답했어요. 사실 저도 알아요. 학생회장이나 학급 회장 둘 다 하든 하나만 점수는 모두 같다는 거 잘 알아요. 반 아이들이 회장에 나가기 싫어하는 것 같아 그런다고 말씀드리는 건 아닌 것 같아서 그렇게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내일 조회 마치고 교무실로! 이상!’ 이렇게 문자를 보내셨어요. 아이고 왕창 깨지겠구나! 그때 감 잡았죠.”
“너는 하고 싶은 말 했고, 예상대로 왕창 깨졌고, 억울하긴 하겠지만 우리 김 회장 멘탈이면 그 정도는 시간이 지나면 잘 다독거릴 수 있을 것 같고…. 그럼, 다 해결된 건가?”
“대충 정리는 되었다고 생각해요. 근데 학급 회장 후보를 자원하는 아이가 없는 게 여전히 마음에 걸려요.”
“자원하는 아이가 없으면 네가 추천해.”
“ 추천할 만한 친구가 둘 정도 있어요. 그런데요. 그러면 강요하는 게 되지 않나요? 제가 추천하는 말을 너무 잘해서 반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표를 다 주지 않을까요? 헤헤. 그러면 하기 싫은 친구에게 부담을 주게 되는 것 같아서요.”
“김 회장. 너 그렇게 해서 정치인이 될 수 있겠니? 욕 안 먹으려고 하고, 단순하게 너 혼자 생각에 갇혀 있고, 욕 안 먹으려고 시작도 안 하고 그럼 이다음에 정치 제대로 못해. 정치가가 되려면 그중에서도 리더의 역할을 하는 정치가가 되려면 필요한 사람을 제 자리에서 활동하게 하기 위해선 마음 불편해도 할 줄 알아야 해. ”
“선생님. 아니 선배님. 헤헤. 어떻게 하면 되는지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모교에서 근무를 하고, 학생회 임원을 했던 나에게 학생회 임원들은 가끔‘선배님’이란 호칭으로 나를 부르는 날이 있었다. 그런 날에는 어김없이 아이들에게 짜장면을 사줘야 했다. 그래서 유쾌한 날이기도 했다.
선배님이라고 할 정도로 김 회장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이제 내가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 때가 되었다.
“교실에서 한번 시원하게 연설해. 학생회장의 입장인 동시에 반 구성원으로 이야기한다고 말해. 학생회장에 입후보할 때 너의 불안했던 마음, 그리고 손해를 볼까봐 학급회장에 지원하지 않은 것 같아 실망한 마음도 솔직하게 이야기해. 고등학교에서 하는 일은 어른이 될 때를 위한 연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어른이 되어서도 중요한 상황 앞에서 이익이나 손해를 따지면서 뒤로 뺄 것이냐고 말해. 만약 학급 회장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공부를 제외하고 마음에 걸리는 게 있거나, 학급 회장을 하면서 해결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학생회장인 네가 도와 주겠다고 해.”
“어? 선생님. 제가 어떻게 도와줘요?”
“하하. 내가 있잖아. 상담실로 그 친구들을 데리고 와. 다음은 이 형님이 해결해 줄게.”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지원할까요?”
“김 회장이 예측하는 가능성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30%도 안 될 것 같은데요.”
“삼 할이라…. 꽤 괜찮은 타율이군. 김 회장. 잘 들어. 우린 지금 너의 일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야. 인재를 필요한 자리에 배치하는 연습이 필요한 너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거야. 결정되지 않은 회장 후보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야.”

그날 방과 후 김 회장은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왔다.
최재환. 1등급이란 별명을 가질 정도로 성적이 뛰어난 친구. 평소에 다른 사람과 눈도 잘 마주치지 않고 말도 거의 하지 않는 친구. 그러나 일단 어떤 상황이 되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할 때는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해서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친구. 자신의 꿈인 법관이 되려면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이번에 회장이 되면, 관찰하지만 않고 상황에 직접 개입하여 명확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면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법을 연습해 보고 싶다는 친구.
“그러니까 재환이는 거리두기를 멈추려 노력하고 있구나.”

이근희.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활발하게 지내면서 품격 있는 농담을 잘해서 상대를 무장해제 시키는 친구. 진행 솜씨도 뛰어나 교내 행사는 물론 고등학교 연합 행사 사회를 맡아 진행하는 친구.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해서 명 MC가 되는 것이 꿈인 친구. 봉사심도 뛰어나서 봉사 점수와 관계없이 남을 도와주는 일에 즐기는 친구. 경쟁하는 상황이 되면 늘 양보하며 지내와서 주변 사람들에게 지나치다는 충고도 많이 들었으나 자신이 편해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웃음 지으며 괜찮다고 말했던 친구. 그러다가 고등학교 졸업 전에 자신도 한 번쯤은 주인공이 되고 싶은 색다른 경험도 하고 싶은데, 재환이가 워낙 강력해서 이번에도 그 꿈을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서 고민인 친구.
“그러니까 근희는 한 번쯤 양보하기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구나.”

학급 회장 선거가 이틀 후여서 이야기 나눌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상담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함께 계획을 세워보자. 오늘 저녁 야간자율학습 1교시에는 재환이가 선생님이랑 상담하고, 근희는 2교시에 이야기를 나누자. 괜찮겠니?”
재환이와 근희를 끄덕거렸다.
“선생님. 저는 언제 올까요? 아무래도 제가 와야 원활한 상담이 되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다고 말할 줄 알았지? 나대기 총각. 여기까지가 그대 역할입니다. 충분히 잘했어요. 이제 지켜보는 연습을 할 시간이에요. 그래도 친구들 위하는 시간이랑 마음 투자했으니까 저녁 식사는 같이 하자. 다들 햄버거 콜?”
세 친구 모두 합창하듯 명랑한 목소리로 콜을 외쳤다.
“담임 선생님과 자율학습 감독 선생님께는 내가 미리 양해를 구하마. 그리고 너희들도 직접 가서 두 분 선생님께 모두 말씀드려라.”
그날 저녁 우리는 햄버거를 함께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 회장과 근희는 담임 교사의 흉을 보느라 쉴 새 없이 떠들었고, 재환이는 이따금 담임 교사의 입장을 변호하였다.

- 선생님. 저는 사실 여섯 살 때 저쪽에서 내려온 새터민이에요. 어릴 때 제 기억은 언제나 조용히 하라는 어머니의 손짓과 두리번거리며 불안해하는 아버지의 표정으로 가득 차 있어요. 남한으로 내려와서 몇 년을 그렇게 지내다 보니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일상적인 말을 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혼자 책을 읽고 영화를 보내면서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았어요. 선생님들은 여러 방법으로 도움을 주려고 하셨어요. 고마웠지만 사실 저는 불편하고 속이 상할 때가 더 많았어요. 그런데 중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은 좀 다르셨어요. 그냥 아무 말 하지 않고 가끔 제 등을 툭 치기도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시곤 하셨어요.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그분이 다시 원래 직업이었던 변호사 일을 시작하시게 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인권 변호사 일을 하고 계신 그 선생님을 닮고 싶었어요. 그래서 법관의 꿈을 갖게 되었는데 너무 오래 조용히 지내왔나봐요. 옳다 그르다 말하려면 적극적으로, 때론 공격적으로도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자신이 없네요. 선생님 말씀하신 거리두기를 이젠 그만 끝내고 싶은데 ….

- 선생님. 저 쌍둥이에요. 놀라셨죠? 헤헤. 저는 아직도 이해가 안 가는데 쌍둥이가 같이 살면 안 좋은 일을 당한다고 일부러 다른 곳에서 자라게 하는 그런 게 있나 봐요. 그래서 형은 서울에서 살고, 저는 경상도에 있는 큰아버지 집으로 보내졌어요. 큰아버지에게 아들이 없어서 절 양자로 줬다는 말도 있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요. 사촌 누나들이 절 무진장 구박했어요. 욕하고, 째려보고, 꼬집고, 때리고, 어떨 때는 제가 물건을 훔쳐 갔다고 큰아버지에게 거짓말로 이르고 그랬어요. 그래서 저는 누나들에게 대들고 울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저도 모르게 누나들 꼬봉이 되어 있었어요. 시키는 대로 심부름도 하고 말대답도 절대 하지 않고 그렇게 지냈어요. 겉으로는 웃었지만 실은 힘들었어요. 그러다가 중2 때 서울로 오게 되었어요. 서울 아이들은 경상도 아이들과는 또 달라서 뭔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저는 반에서 개그맨처럼 지냈어요. 누나들에게 그랬듯이 친구들 눈치를 보고 힘든 일 있으면 도와주면서 그렇게 지내게 된 거죠. 이건 아버지가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실은 제 아버지께서 밤무대 진행자시거든요. 그 피를 물려받았는지 저도 혼자 무대에 서서 이야기를 하면 신이 났어요. 거기는 절 구박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MC가 되고 싶은 꿈이 생겼어요. 고등학교 2학년 1학기 때 서울시 고등학교 연합 행사에서 사회를 보게 되었고, 그때 지금 사귀는 여자 친구를 만나게 되었어요. 그 친구 덕분에 여자 트라우마가 없어졌어요. 예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언제나 저를 편안하게 해 주는 친구였어요. 그런데 작년 겨울에 그 친구가 ‘네 삶의 주인공은 누구야?’라고 물었어요.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하니까 ‘다른 사람 앞에서 너무 웃지 않았으면 좋겠어. 미안하다는 말도 그만하고. 네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너를 인정해주고 네 옆에 있을 것이야. 나도 그렇고 말이야.’ 이렇게 말했어요. 참 고마웠어요. 이상하게 눈물이 났어요. 선생님이 말씀하신 양보하기에서 한 번쯤은 벗어나고 싶은 마음 비슷한 것도 그때 생겼어요. 그래서 회장 선거에 나가려고 결심했고요.

다음 날 점심시간. 네 남자가 다시 상담실에 모였다. 재환이와 근희는 회장 선거에 나가겠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김 회장에게 이번 상담을 시작하게 해 주어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두 친구의 결정도 존중하고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두 친구가 버리고 싶어 하는 ‘거리두기’와 ‘양보하기’에 대해 나쁜 판단을 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숨 막히는 시간을 보낼 수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랜 시절 친구처럼 살아온, 그래서 이제는 내버리고 싶은 ‘거리두기’와 ‘양보하기’를 자신들의 강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재환이에게 말했다.
“법관, 특히 변호사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적절한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므로 너는 아주 소중한 특성을 소유하게 된 것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MC가 되고 싶은 근희에게 말했다.
“존경받는 사회자 송해 선생님께서 전국노래자랑에서 오랜 세월 명사회자 역할을 하시게 된 힘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죽은 나무에서도 꽃이 피게 하는 거지요.’라고 대답하셨다고 한다. 그저 평범하게만 보이는 마을 사람들에게서 노래가 흘러나오게 하고, 사연을 이야기하게 하고, 웃고, 울게 하는 것은, 사회자가 아닌 참가자들에게 무대를 양보한 덕분이라는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양보하는 습관이 몸에 밴 것은 너의 꿈을 이루는 데 가장 좋은 영양분이 될 것이다.”
두 친구에게 말했다.
“두 사람 다 내려놓고 싶은 그것들을 그냥 간직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물론 그래도 바꾸고 싶다면 그래도 괜찮다. 그건 너희들 선택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바꾸는 이유가 원래 자신이 부정적이어서가 아니라 그것에다 또 하나의 괜찮은 삶의 태도를 얹어서 더 풍성한 삶을 살아가기 위함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많이들 힘들었던 것 같다. 지금부터 그 세월 동안 힘들게 투자한 것들을 돌려받을 수 있길 바란다. 힘들게 지낸 그날들도 모두 너희들의 귀한 인생이다.”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김 회장이 박수를 크게 치며 연신 브라보!를 외쳤다.
“김 회장. 네가 듣기에도 네가 좀 멋져 보이냐? 어 그 눈빛은 뭐지? 비웃음이 가득 담긴 졸린 눈 그건 뭐지? 지루하냐?”
“ 예! 지루하고 졸립니다. 살짝 아주 살짝, 진짜 아주 살짝입니다.”
네 명의 남자는 상담실이 떠나가라 크게 웃었다.

다음 날 학급 회장 선거를 마치고 세 친구가 상담실로 왔다. 결과는 재환이와 근희 모두 떨어지고 다른 친구가 회장이 되었다.
“누가 이름이 신중이 아니랄까 그렇게 신중할 줄 몰라잖아요. 김신중, 그 자식이 아무 말하지 않고 그렇게 준비하고 있을 줄 우리 모두 몰랐잖아요. 알았으면 제가 담임에게 야단맞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신중이가 아이들에게 표를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공약을 잘 내세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인정해야지.”
“아이 씨. 선생님. 제가 공약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그냥 말만 번지르르하게 했나봐요. 제가 연설할 때 아이들이 제일 많이 박수쳤는데….”
세 친구의 얼굴에는 후련한 미소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래. 수고들 했다. 이젠 고개 하나 넘었구나. 그나저나 재환이와 근희는 이젠 야인으로 생활하겠구나.”
“아니에요. 제가 학생회 임원들을 모아서 긴급회의를 열었어요. 얘네들 재능이 아깝잖아요. 그래서 재환이는 학생회 고문으로, 근희는 학생회 홍보부 차장으로 함께 활동하기로 했어요. 학생회 친구들도 모두 좋다고 했어요. 선생님. 저 정치 잘하죠? 제가 나서려고 하기보다는 뛰어난 인재를 적절하게 잘 배치하는 연습을 해봤어요. 헤헤.”
교사에게는 즐거움이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 또는 성숙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 중 하나이다. 김 회장, 재환이, 근희와 함께 보낸 그 며칠간의 시간은 나의 마음 한 구석에 호사스런 즐거움을 누린 행복한 날들로 남아 있다.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교육전공 졸업
서울시교육청학부모지원센터 학부모교육 강사
자기주도학습 코칭전문가
문청소년진로연구소 소장
한국독서치료연구소 부소장
대광고등학교 진로진학 컨설턴트
서울 YWCA 청소년부 자문위원
한국 인성 교육협회 위촉교수
前 중동 중학교, 대광 중고등학교 국어교사
대광 고등학교 진로 교사, 상담실장, 생활관장
영락 고등학교 심리학 강사, EBS 출연교사
저서 「외로워서 그랬어요」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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