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성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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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호 변호사 |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검사의 악마화’ 작업과 같은 일이 너무 많이 발생하였다. 이전에는 인사권을 가지고 조직을 흔들기도 하고, 요직에 측근을 앉혀 조직을 운용하기도 하였다. 어느 시절에는 기자들이 보기에 검사가 너무 불쌍하여 더 이상 검찰에 대한 비판 기사를 잘 쓰지 않는다고 농담을 하기도 하였다. 물론 이는 다른 직역에 대한 비판 기사가 상대적으로 많아진 것으로 보이는 현상과 궤를 같이 하는 이유이기도 하였다. 너무 많은 펀치를 맞고, 뼈를 깎는 내부 성찰을 너무 많이 하여 남아 있는 뼈가 없을 정도라는 농담이 오고간다. 아무런 일을 하고 있지 않으면 욕을 덜 먹을 수도 있다. 권한의 존재는 적극적인 권한의 행사에 의미가 있는 것이 통상적이라 할 수 있으나, 권한의 불행사 또한 의미를 가진다.
국민들로부터 수사권한을 위임받은 수사기관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방치할 때 어디에 하소연할 곳이 없다. 형법 제122조에 직무유기죄가 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유기하려는 고의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 또는 방임한다는 주관적 요건을 충족하기가 용이하지 않은 것이다. 능력이 부족하여 하려고 하였으나,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는 변명을 하는 경우에는 징계책임의 대상이 될 지언정 직무유기죄 의율이 쉽지 않다. 한편 성실의무 위반으로 징계처분을 하려고 하더라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부문 조직의 구성원이 유능하면 할수록 그 부문 조직의 목적만을 추구하게 되고, 다른 부문 조직에게 어떤 것도 양보하지 않게 됨으로써 조직의 기능이 저하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구성원 모두가 우수하고, 종신 고용으로 폐쇄적이 될 수밖에 없는 조직만이 즐비하면, 전체적인 기본 방침을 세우고 종합적인 조정을 실시하기가 불가능해진다. 개인의 유능함이 조직의 경직성을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는 것이다. 조직을 만드는 목적과 조직 자체의 목적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국가 전체의 번영과 안전을 위해서 만든 군대가 국가 체제와 국민 생활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기 증식에 노력한 예는 역사상 허다하다. 조직은 먼저 조직을 지키지, 조직을 만든 사람들을 지켜주지 않는다.
진제국이 멸망한 후 유방이 천하를 잡아 전한.후한을 합쳐 4백년간 통일 국가로 통치하게 된다. 유방은 항우와도 전쟁을 되풀이 하였는데, 전투에는 여러 번 패배하였으나 최후의 승리를 얻어 한 제국을 창건하였다. 유방은 스스로 모든 면에서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자방(두뇌가 좋은 참모의 전형), 한신(다리 가랑이 밑으로 기어 빠져나간 일화로 유명한 대장군), 소하(유방이 항우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기간에도 영토인 한나라 땅에 머물면서 유방의 군대에게 식량을 끊이지 않고 계속 공급한 명보좌역)와 같은 걸물들을 잘 다룰 줄 알았기 때문이다. 즉 유방은 인간을 역할별로 잘 다루는 조직자로서의 자기 능력을 발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총론에만 강하고, 각론에는 약한 인재가 많다. 디테일에 강한 인재들로 조직이 구성된다면 그 조직은 성공할 수 있다. 모든 경영학 이론은 필요없다는 사람도 있다. 우수한 구성원이 들어오면 그 조직은 살아난다는 것이다. 거대한 조직의 생성에서 붕괴에 이르기까지 모든 내용을 살펴봄으로써 무엇이 조직의 운명을 결정하는지 알아가는 것도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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