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문경보의 진학상담이야기] 이강인 선수처럼 세상을 살아갈 스포츠 통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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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보의 진학상담이야기] 이강인 선수처럼 세상을 살아갈 스포츠 통계학자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4-01-05 10: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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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선수처럼 세상을 살아갈 스포츠 통계학자

 

문경보

 


보현이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마주 앉은 내 앞에는 보현이가 1학기 기말고사를 위해 짜 놓았던 계획표가 놓여 있다. 참 정성스럽게 작성했고, 계획대로 잘 실천했다는 내용도 가지런히 적혀 있다.


“선생님. 이번 기말고사 열심히 준비했거든요. 선생님이랑 함께 검사한 학습 전략 분석지 결과를 보고 제 공부 약점도 보완하기 위해 계획도 철저하게 세웠어요. 선생님 말씀해 주신 거 참고해서 플래너도 밤새워 작성했어요. 전부는 아니지만 90% 이상 실천했고요. 그런데요. 선생님. 성적이 안 올랐어요. 정말 열심히 했는데…. 이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성적이 오르지 않은 것은 세 번째 문제였다. 첫 번째 문제는 보현이의 마음에 가득 차 있는 ‘억울함’이었다. 최선을 다했는데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청춘들에게는 무척이나 아픈 감정이다. 두 번째 문제는 ‘불안’이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는데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엄청난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다. 우선 보현이와 함께 그 두 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했다.

 

“신보현! 고개 들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울고 있어! 사나이가 당당해야지!”

 

고개를 든 보현이의 젖은 눈에는 나를 원망하는 표정이 보였다. 중간고사를 마친 후 상담했을 때, 지나치게 좋아하면서 의욕에 가득 찬 표정으로 상담실을 나서던 보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보현이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고 눈에 힘을 주고 조용히 말했다.

 

“아직 게임 안 끝났어! 우린 절대 지지 않아! 아직 게임 안 끝났어! 우린 절대 지지 않아!”

 

그 이야기는 보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이강인 선수가 카타르 월드컵 가나 전 후반 전에 교체 출제되고 막내형이라는 별칭답게 선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외친 소리였다. 그 경기는 3대 2로 졌지만, 잘 싸웠다는 박수를 한껏 받은 멋진 경기였다. 보현이가 나에게 그 이야기를 신이 나서 해준 적이 있었다.


보현이가 조그맣게 따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소리를 점점 더 크게 했고, 보현이도 소리를 점점 더 크게 내더니 나중에는 고래고래 질러가며 욕설까지 섞어 외치기 시작했다.

 

“게임 안 끝났어! 절대 지지 않아!”

 

두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참을 그렇게 외쳤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 씽긋 웃으며 하이 파이브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계획도 짜보고 눈물도 흘려봤으니 준비 운동은 그만하면 되었고, 2학년 1학기 끝났으니 전반전 끝났네. 이제 후반전 시작해야지. 이제 제대로 한 번 경기 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그렇지?”

나는 보현이와 함께 여름 방학 계획을 오후 내내 짰다. 무지막지한 계획표였다. 할 수 있겠냐는 나의 질문에 보현이는 나름대로 근거를 대면서 실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비교적 타당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작성한 계획표를 예쁜 색상지에 인쇄해서 고운 봉투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카톡으로 파일을 보내주었다. 목표는 9월 모의고사 평균 등급 한 등급 올리기였다.

억울함은 결과에서 느껴지는 감정인데 아직 보현이는 과정 중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성적은 4등급이지만 계획을 실천하는 힘은 1등급인 보현이가 자신이 헛된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여름 방학 동안 알게 되었으면 하는, 그래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리 억울한 일이 아니란 것을 알았으면 했다. 불안한 마음은 ‘일단 미루기’ 작전을 사용하기로 했다. 성적 결과가 나온 후에 불안한 마음을 풀어주기로 마음먹었다. 성적은 종착점이 아니고 그것은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갈 때 나에게 주어진 차표와 같은 것임을 알 수 있도록, 나는 계획을 세워야 했다. 그것은 계획인 동시에 간절한 기도가 필요한 영역이기도 했다.

여름 방학을 마치고 9월 모의고사를 치렀다. 보현이는 목표를 달성했다.


“수리 영역에서 두 문제를 찍었는데 그게 모두 맞아서 간신히 평균 등급이 3등급이 되었어요. 헤헤.”
“이런! 이번에는 찍기의 신께서 너의 편이 되어주셨구나. 하하.”
“그런데요. 선생님. 이번 여름 방학 때 제 계획표만이 아니고 제 동생이랑 친구 계획표도 제가 짜줬거든요. 그러면서 제가 계획을 짜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계획표를 짜는 일을 하면서 사는 직업이 뭐가 있을까요?”
“동생이랑 친구 계획표 짤 때 어떤 순서로 했니?” “우선 이야기를 쭉 들었어요. 선생님 주신 검사지도 사용했어요. 그리고 일단 그 계획대로 삼일 정도 해보고, 다시 수정했어요. 일방적으로 저 혼자 하지 않고 동생이랑 친구랑 같이 했어요.”
“이런 이런, 선생님보다 한 수 위의 플래너 선생님이 여기 계셨네, 우리 보현이는 상황 분석도 잘하고 다른 이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공감 능력도 있네. 단순히 계획을 잘 짜는 분이 아니시네.”


보현이가 가볍게 웃었고 우리 사이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보현아 여름 방학 전에 상담할 때 너 울었잖아. 그 눈물이 너에게 큰 선물한 거 같다. 그때 느꼈던 억울하고 불안한 마음이 너에게 행복한 미래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한 것 같다. 성적 한 등급 올린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선물을 받았네.”
“선생님. 죄송한데요. 조금만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세요.”
“너는 통계학과에 진학하면 괜찮을 것 같아. 지금까지 너랑 상담한 내용을 바탕으로 너의 적성과 소질을 보면 말이야, 멋진 통계학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
“어? 담임 선생님도 비슷한 말씀 하셨어요. 저도 그 쪽에 관심이 있고요.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있어요. 아시다시피 제가 동아리 활동으로 축구를 하고 있잖아요. 축구 동아리는 통계학과와 관련이 없어서 걱정이에요.”
“너 축구 동아리 활동할 때 뭐가 제일 재미있니?” “경기하는 게 제일 재미있어요. 그리고 작전을 짤 때도 재미있어요. 선수들을 어느 위치에 보내면 좋은지 그동안 관찰한 자료를 바탕으로 통계를 내서, 아! 그러고 보니 제가 축구할 때도 통계를 사용하고 있었네요. 아! 그랬구나.”
“네가 답을 스스로 찾은 것 같다. 스포츠 통계학자가 되면 어떻겠니? 보현이 정도면 단순히 통계를 내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과 그 팀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철저하게 분석하고 신중하게 적용하는 스포츠 통계학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니까 말하자면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따뜻한 통계학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네.”


보현이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초점을 잃은 눈으로 가만히 나를 바라보다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성적이 올라도 최상위권으로 갈 수 없을 것 같아서 늘 불안했다고 했다. 또 성적이 올라도 그다음은 어디로 가야 할지 잘 결정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애를 쓰긴 쓰는데 마치 안개 속에서 두꺼운 유리벽을 온 몸으로 밀고 가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뭔가 구체적인 것을 손에 잡은 것 같아 묘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보현이는 두 사람에게 고마움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 우선 이강인 선수에게 고맙다고 했으면 좋겠다. 선생님이 판단하기에 이강인 선수는 축구를 마음과 몸, 그리고 나와 너가 함께 모인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선수 같아. 그래서 항상 경기할 때 운동장 전체를 살피는 넓은 시야를 갖고, 동료 선수들을 격려하고, 선수들만으로 부족할 때는 관중들에게 응원을 요청하기도 하고 말이야. 그런 이강인 선수라서 네가 좋아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선생님이 보기에 너와 이강인 선수는 닮은 점이 참 많아. 그리고 두 번째 고마움을 느껴야 할 사람은 지난 1학기 중간고사 이후 엄청나게 노력하면서 힘들어했던 신보현 바로 너야. 그 친구 덕분에 오늘 선생님과 이런저런 행복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거잖아. 그러니까 오늘 네가 힘들고 억울하고 불안해도 너는 너에게 늘 고마워하길 바란다. 미래의 행복한 너를 위해 오늘 네가 애써주고 있는 거잖아.”
 

보현이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또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고개를 들었다.
“선생님. 죄송해요. 남자가 울면 안 되는데, 저 지난 학기에 진짜 힘들었거든요.”
“괜찮아. 그랬구나.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선생님. 저 천천히 열심히 할게요. 대학에 가야 하는데 축구 동아리를 해서 부모님께 늘 죄송했는데, 이젠 그 마음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아름다운 연장들을 제대로 사용하게 된 제자를 바라보는, 그 친구가 가꾸어 나갈 멋진 운동장을 상상하는 나는 행복했다.

 

문경보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교육전공 졸업
서울시교육청학부모지원센터 학부모교육 강사
자기주도학습 코칭전문가
문청소년진로연구소 소장
한국독서치료연구소 부소장
대광고등학교 진로진학 컨설턴트
서울 YWCA 청소년부 자문위원
한국 인성 교육협회 위촉교수
前 중동 중학교, 대광 중고등학교 국어교사
대광 고등학교 진로 교사, 상담실장, 생활관장
영락 고등학교 심리학 강사, EBS 출연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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