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설성제의 다락] 세상 밖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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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성제의 다락] 세상 밖의 꽃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4-03-29 10: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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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밖의 꽃

설성제


‘너뿐이야!’라는 꽃말을 지닌 꽃이 있다. 일명 유추프라카치아. 아프리카 정글에 산다는, 그렇지만 그 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전설의 꽃이라고 알려져 있다. 어느 소설 속에 나온 허구의 꽃이라는 말도 있다. 정글에 살지만 본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미지의 꽃, 너뿐이야!

정말 ‘너뿐’임을 행동으로 보인다. 밀림 속 여린 생명체를 위협하는 맹수 같은 것들이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목숨을 놓아버린다고 하니. 결벽증 심한 유추프라카치아의 까탈이란 한마디로 밥맛인데, 어느 식물학자의 보고에서는 결벽증이 아니라 애정결핍의 꽃이라고 한다. 난봉꾼처럼 재미삼아 한번 쓰다듬고 사라진 무뢰한이라도 다시 돌아와 애정 담긴 손길로 지속적으로 만져주면 살아난다는 너뿐이야!

꽃이 사람의 영혼을 지녔다니. 하지만 정말 영혼을 지녔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영혼을 지닌 자만이 진실하고 지속적인 사랑을 하는 법이니.

이 세상 꽃들이 진정 영혼을 지녔다면 그냥 한번 웃어주고 지나가는 벌 나비의 헤픈 사랑을 견딜 수가 없었으리라. 아무리 아름답고 향기가 나도 영혼이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얼마나 다행인가. 영혼이 없기에 살 수 있는 꽃, 세상의 꽃들이다.

맹수가 우글거리는 도시정글에 사는 사람들. 애정이 절실한 유추프라카치아 같은 사람은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이곳에서 여전히 생존해있는 너뿐이야들이 있다. 어딘가에 있을, 지금 하고 있는 그 진실한 사랑을 믿기에 견딘다.

누군가 장난삼아 건드리지만 않아도 그나마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꽃들도 있다. “오직 너뿐이야!” 라고 말할 줄 알며 들을 줄 아는 꽃, 이런 영혼을 지닌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희망은 있다. 사랑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침묵으로 말하면서.

결벽증이나 애정결핍이나 같은 말이다. 질투나 사랑도 같은 말이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사랑의 한계를 보여준 유추프라카치아를 생각하면서 진실한 사랑을 하는 영혼만큼 무거운 것이 없고, 영원한 것도 없음을. 참 피곤하고도 고귀한, 그래서 ‘너 뿐이야!’를 부르며 살기란 쉽지 않아서 함부로 다루어서는 결코 ‘너 뿐’이 될 수 없으리니.

세상에 있는, 그러면서 세상 밖에 존재하는 꽃, 너뿐이야! 너뿐이야!

2003년 예술세계 수필 신인상
울산문인협회 회원
한국에세이포럼 편집장
지역 도서관 문예창작 강의
저서 「거기에 있을 때」외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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