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개정과 전세사기”
| ▲최창호 변호사 |
지금 우리나라는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하여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집권당에서는 여러 가지 정책을 시도하려고 하고 있으나,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효과는 제한적이다. 수도권 200만 호 건설과 같은 파격적인 공급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조선일보 2026. 02. 08. 기사 「서울 거주 무주택 2030 가구주 100만 육박 '역대 최대'」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6/02/08/YU75OZAJQNCQDGX73KDSU22NQ4/) 더구나 2026. 6. 3.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으므로,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새로운 가구를 형성하는 2030세대는 자가를 소유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사회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전세사기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 대항력
가. 임대차보호법(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대항력 등) ① 임대차는 그 등기(登記)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賃借人)이 주택의 인도(引渡)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다음 날부터 제삼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 이 경우 전입신고를 한 때에 주민등록이 된 것으로 본다.)은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전입신고)을 마친 '다음 날'부터 제3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저당권 등 등기부상의 권리 설정은 등기한 '당일'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전세사기와 관련하여 사기꾼들은 이를 이용하는 행태를 보이는데,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마친 당일, 혹은 그 직후에 소유권을 변경하거나 대규모 대출을 실행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이다.
나. 일반적으로 임차인이 전세사기를 당하는 사례를 다음과 같다. 임차인은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잔금을 지급한 뒤 즉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는다. 그런데 집주인은 같은 날 오후, 금융기관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고 근저당권을 설정한다. 임차인의 대항력은 전입신고 '다음 날 0시'에 발생하지만, 은행의 근저당권은 '설정 당일' 효력이 발생한다. 결국 순위 싸움에서 임차인은 근저당권보다 후순위로 밀려나게 된다. 만약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임차인은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3. 점유개정
가. 점유개정을 악용한 전세사기는 법의 허점을 이용한 지능적인 범죄이다. 민법 제189조(민법 제189조(점유개정) 동산에 관한 물권을 양도하는 경우에 당사자의 계약으로 양도인이 그 동산의 점유를 계속하는 때에는 양수인이 인도받은 것으로 본다.)에 규정된 점유개정(占有改定)은 물건에 대한 직접점유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유권만 이전하는 형태의 인도 방식이다. 전세사기의 관점에서 볼 때, 집주인이 집을 팔면서 동시에 그 집에 임차인으로 살기로 계약하는 상황(매각 후 임대차)이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나. 빈번한 사례
매도인은 시세 3억 원인 빌라를 매수인에게 3억 2천만 원에 파는 계약을 체결한다. 매도인은 그 집에 계속 살기를 원해 2억 8천만 원에 전세 계약을 동시에 맺는다. 매수인은 나머지 4천만 원만 지급하면 되는데, 이조차 '이사비 지원' 등의 명목으로 실제 현금 거래 없이 상계 처리하기로 한다.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넘어간 날, 매수인은 사채업자로부터 해당 빌라를 담보로 상당한 금원을 차용한다. 1년 뒤 매수인은 파산하고, 빌라는 경매에 넘겨진다. 매도인은 원래 주인이고 계속 점유해 왔으니 대항력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법원은 등기 다음 날부터 대항력이 인정된다며 매도인을 후순위로 보고 판결을 하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매도인은 보증금 대부분을 날리게 된다.
다. 바지로의 소유권이전
이보다 더 악질적인 경우는 '바지 집주인'으로의 소유권 이전이라 할 수 있다.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추기 전, 점유개정의 형식을 빌려 무자력자에게 소유권을 넘겨버리면 임차인은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 새로운 집주인을 상대로 고통스러운 법적 공방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주거권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핵심이다. 그러나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대항력 발생 시점 규정은 디지털화된 현대 행정 시스템 속에서도 여전히 '익일 효력 발생'이라는 과거의 관행에 머물러 있다. 이는 입법적 미비라 할 수 있는데, 사기꾼들은 이 틈새를 점유개정이라는 민법적 장치로 파고드는 것이다. 법의 형식적 논리가 실질적 정의를 훼손할 때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 점유개정을 통한 권리 변동은 외부에서 즉각적으로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임차인은 무방비 상태로 위험에 노출된다.
4. 대처방법
가. 특약기재
전문가로서 제안하는 예방법은 특약 사항을 기재하라는 것이다. "임대인은 잔금 지급일 익일까지 소유권 이전, 근저당권 설정 등 어떠한 권리 변동도 하지 않으며, 이를 위반할 시 계약은 무효로 하고 손해배상을 한다"는 취지의 특약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특약을 넣는다는 것은 다수의 거래를 경험하지 않은 일반인에게 무리한 요구라 할 수 있다.
나. 등기부확인
한편 전입신고 직후 등기부등본 재확인하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는데, 잔금을 치른 직후는 물론 대항력이 발생하는 다음 날 이후에도 등기부등본을 다시 발급받아 변동 사항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 또한 임대인을 범인으로 상정하는 번거로운 일이라서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여러 차례 확인을 하여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다. 전세권 설정 등기
점유개정의 대항력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입신고에만 의존하지 말고, 즉시 전세권 설정 등기를 병행해야 한다. 등기는 접수된 때부터 효력이 발생하므로 대출 저당권과 순위 다툼이 가능해집니다.
라. 보증보험 가입
한편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의 보증보험에 가입하여 리스크를 분산하라는 조언을 하기도 하는데, 번거롭기도 하고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증보험은 단순히 비용이 아니라 자산 보호를 위한 필수 행정 절차로 파악할 수밖에 없다.
5. 결
정부의 정책이나 입법이 있더라도 사기꾼들은 그 빈틈을 이용하는 대책을 마련한다. 사기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하여 조심, 또 조심하여야 한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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