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주주대표소송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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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주주대표소송 개관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08-12 11: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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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대표소송 개관”

 

 

 

▲최창호 변호사

1. 의의

가. 법률은 교과서에서 배우는 것과 실무에서 적용하는 것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상법을 공부할 때에는 주주대표소송을 하나의 소수주주권 제도로 이해하는 데 그치지만, 실제 사건을 수행하게 되면 교과서나 논문에서 충분히 다루지 않는 다양한 절차적·실무적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제소청구의 적법성, 원고적격의 유지, 회사의 소송참가, 담보제공명령, 소취하 및 화해의 제한 등은 실무에서 소송의 적법 여부와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쟁점임에도 일반적인 개설서에서는 비교적 간략하게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에서 주주대표소송은 상법 이론과 민사소송법,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가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대표적인 분야라 할 수 있다.

나. 주주대표소송(Shareholder Representative Suit)이란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 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그 책임을 추궁하지 않는 경우, 일정한 자격을 갖춘 소수주주가 회사를 위하여 직접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말한다(상법 제403조).

다. 주식회사는 법인격을 가지는 독립된 권리주체이므로 회사의 권리와 의무는 원칙적으로 회사 자신에게 귀속된다. 따라서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 역시 회사의 대표기관인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가 회사를 대표하여 제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경영진 상호 간의 이해관계, 지배주주의 영향력 또는 내부 통제기능의 약화로 인해 회사가 명백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추궁을 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주대표소송은 바로 이러한 내부 통제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이다. 즉, 회사의 자율적 통제기능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예외적인 상황에서 소수주주에게 회사를 대신하여 소송을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회사재산의 보전, 경영진에 대한 감시 및 기업지배구조의 건전성 확보를 도모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주주대표소송은 사익적 권리구제의 외형을 가지면서도 회사재산의 보전과 건전한 기업경영이라는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단체법상 통제수단이라 할 것이다.


2. 법적 성격

주주대표소송의 법적 성격은 소송절차의 적용과 판결의 효력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된다. 주주대표소송의 소송물은 원고 주주의 권리가 아니라 회사가 이사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 등 회사의 권리이다. 따라서 실체법상 권리의 귀속주체는 회사이고, 원고인 주주는 법률의 명문 규정에 의하여 회사의 권리를 자신의 이름으로 행사하는 전형적인 법정소송담당, 즉 제3자 소송담당의 지위에서 소송을 수행한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원고 주주가 승소하더라도 손해배상금은 주주 개인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직접 귀속된다. 반대로 패소한 경우에도 그 효력은 회사에게 미치게 된다. 이는 주주가 자신의 손해를 직접 배상받기 위하여 제기하는 이른바 주주의 직접소송(Direct Action)과 본질적으로 구별된다.

또한 제3자 소송담당이라는 법적 성격으로 인하여 민사소송법 제218조 제3항에 따른 기판력의 확장이 인정되며, 이는 대표소송 판결이 회사 및 다른 주주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3. 당사자

가. 원고
(1) 원고적격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상법이 정한 소수주주권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비상장회사의 경우에는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원고가 될 수 있다.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상법 제542조의6 제6항에 따라 일정 기간 계속하여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 원고적격이 인정되며, 구체적인 지분요건은 자본금 규모 등에 따라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완화된다.
이와 같은 요건은 회사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보호하고 무분별한 대표소송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적 장치이다.

(2) 제소청구
대표소송은 회사의 자율적인 분쟁 해결 기회를 우선 보장하기 위하여 일정한 전심절차를 요구한다. 주주는 대표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에 대하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를 제기할 것을 서면으로 청구하여야 한다(상법 제403조 제2항).
제소청구서에는 책임을 부담하는 이사의 특정, 위법행위의 내용, 회사가 입은 손해 및 책임의 근거가 구체적으로 기재되어야 하며, 회사가 소 제기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회사는 이러한 청구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직접 소를 제기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기회를 가진다. 회사가 그 기간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아니한 경우에 비로소 주주가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30일을 기다리는 사이 회사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급박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유예기간을 기다리지 아니하고 즉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제소청구 자체를 생략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학설상 견해가 나뉘므로, 실무상으로는 가능한 한 제소청구를 한 후 긴급성을 이유로 즉시 소를 제기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소멸시효의 완성이 임박한 경우, 회사 재산의 은닉이나 처분이 예상되는 경우 또는 즉시 보전처분을 병행하여야 하는 경우 등은 대표적인 긴급사유에 해당한다.

(3) 담보제공명령
대표소송은 회사와 이사 모두에게 상당한 소송 부담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상법은 남소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하고 있다. 법원은 피고의 신청이 있는 경우 원고 주주에게 상당한 담보의 제공을 명할 수 있다(상법 제403조 제4항). 담보제공 여부는 소송의 경위, 청구의 상당성, 남소의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이 재량으로 판단한다.

(4) 주주자격의 유지
원고는 대표소송을 제기할 당시뿐 아니라 소송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주주의 지위를 유지하여야 한다. 따라서 소송 계속 중 임의로 모든 주식을 처분하여 주주자격을 상실하면 원고적격도 함께 상실하여 소는 부적법하게 된다. 다만 합병, 주식의 포괄적 교환 또는 포괄적 이전 등 주주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주자격을 상실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원고적격이 유지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5) 다중대표소송
2020년 상법 개정으로 다중대표소송 제도가 도입되었다. 이에 따라 일정한 요건을 갖춘 모회사의 주주는 자회사의 이사가 임무를 게을리하여 자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도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기업집단 구조에서 자회사 경영진에 대한 실효적인 감시수단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나. 피고
대표소송의 피고는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이사이다. 피고는 반드시 현직 이사일 필요는 없으며, 퇴임한 이사도 재임 중의 행위에 관하여 책임을 부담한다. 또한 상법 제401조의2에 따른 업무집행지시자, 이사 명칭 사용권자 등 사실상 이사의 지위에 있는 자도 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다.
한편 회사는 대표소송의 피고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판결의 효력이 직접 미치는 실질적인 권리주체이므로 소송에 참가할 수 있다. 실무상 회사는 원고 측 보조참가인의 지위에서 소송에 관여하는 경우가 가장 많으나, 사건의 성격에 따라 독립당사자참가가 문제되는 경우도 있다.


4. 판결의 효력

대표소송의 판결은 형식적으로는 원고 주주와 피고 이사 사이에서 선고되지만, 실질적으로는 회사의 권리에 관한 판단이므로 민사소송법 제218조 제3항에 따라 회사에도 기판력이 미친다. 원고가 승소하면 손해배상금은 회사에 귀속되고 회사가 그 집행권자가 된다. 반대로 원고가 패소하여 판결이 확정되면 회사는 동일한 소송물과 동일한 책임원인에 기초하여 다시 이사에게 책임을 추궁할 수 없으며, 다른 주주 역시 동일한 사유에 의한 대표소송을 다시 제기할 수 없다.

다만 원고와 피고가 공모하여 악의적으로 패소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재심이나 기판력 제한의 법리가 문제될 수 있다.


5. 소취하와 화해의 제한
대표소송은 회사 전체의 이익을 보호하는 공익적 성격을 가지므로 원고 주주가 자유롭게 소를 취하하거나 피고와 화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법은 회사와 다른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대표소송의 취하와 화해에 관하여 법원의 허가 및 공고절차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대표소송의 남용이나 부당한 종결을 방지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적 통제장치이다.


6. 소송비용과 손해배상

원고가 승소한 경우에는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한 것이므로 회사에 대하여 소송비용 및 상당한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상법 제405조 제1항). 반면 원고가 패소한 경우에는 일반 민사소송과 마찬가지로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더 나아가 악의로 대표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피고뿐 아니라 회사에 대하여도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한다(상법 제405조 제2항). 이는 대표소송의 공익적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무분별한 소송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균형장치라 할 수 있다.


7. 결어

주주대표소송은 현대 회사법상 가장 중요한 사법적 내부통제수단 가운데 하나이다. 회사가 스스로 경영진의 위법행위를 시정하지 못하는 경우 소수주주에게 예외적으로 소송수행권을 부여함으로써 회사재산을 보호하고 기업지배구조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대표소송은 단순한 손해배상청구제도가 아니라, 회사의 내부통제제도와 기업윤리를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는 핵심적인 법적 장치이다. 특히 최근에는 경영판단원칙(Business Judgment Rule), 내부통제 구축의무, 준법경영, ESG 경영 등과 결합하여 기업경영 전반에 대한 사법적 통제기능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실무적으로는 원고적격의 존부, 제소청구의 적법성, 긴급제소의 요건, 담보제공명령, 회사의 소송참가, 소취하 및 화해의 제한, 판결의 기판력과 집행력 등이 대표소송의 적법성과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쟁점이 된다. 따라서 대표소송을 수행하는 실무가는 상법뿐 아니라 민사소송법과 기업지배구조 이론을 종합적으로 이해하여야 하며, 절차적 적법성과 실체적 책임 요건을 함께 검토하는 입체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결국 주주대표소송은 회사의 자율성과 소수주주의 감시권을 조화시키는 균형장치이자, 현대 회사법이 지향하는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사법적 통제수단으로서 앞으로도 그 중요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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