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새벽을 깨우는 비화재경보, 막을 수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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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빈 교수 |
그러나 이 질문은 조금 다른 방향에서 다시 던져질 필요가 있다. 겨울철에 발생하는 상당수의 비화재경보는 과연 고장일까, 아니면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정상 작동의 결과일까.
비화재경보는 흔히 실패한 경보, 잘못 울린 소리로 취급된다. 하지만 소방설비의 역할은 ‘불이 난 뒤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연기, 열, 온도 변화, 미세 입자, 공기 흐름과 같은 환경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감지해,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을 선제적으로 경고하도록 설계된 것이 소방감지기다. 화재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감지 기준을 초과하는 변화가 있었다면 경보는 그 자체로 설계 목적에 부합하는 반응이다.
특히 겨울철에 비화재경보가 집중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결로 현상이다. 난방으로 따뜻해진 실내 공기가 차가운 구조체와 만나면서 발생하는 미세한 수분은 사람의 눈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수분은 연기형 감지기 내부로 유입되며, 감지기 입장에서는 연기나 부유 입자와 구분되지 않는 신호가 된다. 이때 울리는 경보는 감지기의 오류가 아니라, 수분 입자를 정확히 감지한 정상적인 반응에 가깝다.
여기에 겨울철 특유의 압력 변화와 공기 흐름의 이동이 더해진다. 외기 기압의 변화, 난방에 따른 실내 공기 팽창, 지하나 피트 공간에서의 공기 이동은 감지기 내부 환경을 급격히 변화시킨다. 이러한 조건은 특정 순간 감지 기준을 넘어서며 경보를 발생시키고, 사람에게는 ‘뜬금없는 경보’로 인식되지만 기계에게는 분명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비화재경보는 정말 손쓸 수 없는 문제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충분히 줄일 수는 있다. 핵심은 경보를 억제하는 데 있지 않고, 환경을 이해하고 조정하는 데 있다.
결로에 의해 반복적으로 비화재경보가 발생하는 구역의 경우, 감지기를 방수·방습 성능을 갖춘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경보 빈도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한 감지기 주변 천장부, 배관 관통부, 외기와 맞닿는 구조체에서 결로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면, 우레탄폼 충진과 같은 간단한 결로 차단 조치만으로도 충분한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대규모 공사나 과도한 예산 투입이 아니라,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이해했을 때 가능한 현실적인 해법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조치들이 감지기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방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감도를 낮추거나 경보를 임의로 억제하는 방식은 일시적인 불편 해소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안전이라는 본질에서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결로와 환경 요인을 관리하는 방식은 감지기가 설계된 범위 안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돕는 보완책에 가깝다.
비화재경보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 역시 함께 바뀌어야 한다. 경보를 무조건 없애야 할 소음으로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안전장치를 불신하게 된다. 그 불신은 언젠가 실제 화재 상황에서 ‘설마 또 비화재경보겠지’라는 방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안전은 언제나 조용할 때만 존재하지 않는다. 때로는 우리를 깨워 불편함을 감수하게 할 때 비로소 유지된다. 한겨울 새벽을 깨운 비화재경보는 실패한 시스템의 산물이 아니라, 작동하고 있는 안전의 흔적일 수 있다. 경보를 막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소리가 왜 울렸는지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일이다. 그때 비로소 경보는 소음이 아니라 신뢰가 된다.
글 / 정원빈 교수(Assistant Professor at Masan University)
- 경북대학교 졸업 (B.A. in Economics / LL.M. / Ph.D.)
- Ph.D. Researcher in Fire and Disaster Prevention, Woosuk University
- Completed Fire and Explosion Hazards Analysis Studies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U.S.
- (특급소방대상물) 만촌역 서한포레스트 관리위원회 위원장 겸 관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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