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을 뒤덮은 불길이 사그라든 자리에 남은 건 재가 된 산과 텅 빈 축사, 그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수많은 생명들이었다. 어떤 개는 철창 안에, 어떤 염소는 자신의 축사 안에서, 또 어떤 고양이는 대피로조차 없는 마을 외곽 담장 아래서, 그렇게 조용히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죽음은 인간의 뉴스에는 거의 실리지 않았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마지막을 기억하고, 또 예의를 갖춰 배웅했다.
동물구조연합 ‘루시의 친구들’이 죽음을 가까스로 피한 생명들을 구조하는 동안, 반려동물 장례식장 ‘21그램’은 이미 떠나버린 아이들을 위한 준비를 했다. 21그램은 방수 운구가방 150여 개를 현장에 보내, 고통스럽게 떠난 동물들의 사체가 방치되지 않도록 도왔고, 장례라는 방식으로 그들의 마지막을 존중했다.
그 배웅은 조용했지만, 슬프도록 정성스러웠다. 이름 없이 떠나는 생명들에게도 마지막 인사가 필요하다는 마음, 그리고 그 인사가 너무 늦어버려서 더 미안하다는 감정이 장례를 통해 전해졌다. “유난히도 미안했던 배웅”이라는 말이 무겁게 가슴을 눌렀다.
21그램 권신구 대표는 아이들의 몸에 남은 그을음보다 더 마음에 남는 건 우리가 너무 늦게 도움을 줬다는 사실이라며, 마지막 순간만큼은 그 어떤 생명도 외롭지 않게 보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번 배웅이 단지 죽음을 정리하는 일이 아닌, 살아 있는 우리가 책임을 다하는 방식 중 하나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피앤피뉴스 / 서광석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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