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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사전심사와 재판소원제도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6-03-19 11: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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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심사와 재판소원제도”

 

 

 

 

 

▲최창호 변호사

1987년 현행 헌법에 따라 탄생한 우리나라 헌법재판 제도는 지난 30여 년간 민주주의와 인권 보호의 최후 보루로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 왔다. 그러나 급증하는 사건 수와 재판의 효율성, 그리고 무엇보다 '재판에 의한 기본권 침해'라는 사법의 사각지대 해소 문제는 여전히 우리 헌법학계와 실무계의 숙제로 남아있다. 재판소원제가 도입되어 시행됨에 따라 사건 폭증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1. 헌법재판의 관문, 지정재판부 사전심사제도


헌법재판소법 제72조에 근거한 사전심사제도는 헌법소원심판 청구의 적법성을 신속하게 판단하기 위한 장치다. 3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는 청구가 명백히 부적법하거나 이유 없는 경우 '각하' 결정을 내려 재판부의 업무 부담을 조절한다.
이 제도는 남소를 방지하고 본안 심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전심사가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흐르거나,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사실상 제약하는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특히 헌법연구관 시절 현장에서 느꼈던 점은, 사전심사 단계에서의 정밀한 검토가 곧 헌법재판의 신뢰도와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2. 재판소원제도 도입의 필요성과 논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었으나,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용어를 삭제함으로써 재판소원이 가능하게 되었다.

가. 주요 문제점: 4심제 우려와 사법권 독립
재판소원 도입을 반대하는 측의 핵심 논거는 '제4심제'로의 전락이다. 대법원의 최종심 판결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뒤집힐 수 있다면 사법 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재판의 확정성이 훼손되어 법적 불안정성이 초래될 수 있다는 논리이고, 법원과 헌재 간의 권한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하였다.

나. 도입의 당위성: 기본권 구제의 완결성
그러나 헌법은 모든 국가권력의 행사가 기본권에 기속됨을 명시하고 있다. 사법권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법관의 오판이나 헌법 해석의 오류로 인한 인권 침해를 구제할 방법이 전무하다면, 이는 헌법이 예정한 '완전한 기본권 보호' 체계라 할 수 없다.


3. 실효적 해결책: '제한적 재판소원'의 점진적 도입


재판소원제도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법원과의 충돌을 최소화하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첫째, 대상의 한정
독일의 '재판소원' 모델을 참고하되, 단순한 사실관계 오인이나 법률 적용의 실수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재판 과정이나 결과에서 헌법적 가치가 무시되거나 왜곡된 경우'로 심판 대상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둘째, 보충성 원칙의 강화
모든 사법적 구제 절차를 거친 후에도 해결되지 않는 '헌법적 쟁점'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함으로써 4심제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
셋째, 사전심사 기능의 고도화
재판소원이 도입될 경우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청구 사건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현재의 사전심사 인력을 확충하고 전문성을 강화하여 본안 심리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


4. 결론: 국민을 향한 사법 서비스의 진화


헌재는 인력과 예산의 확충을 위하여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고, 사전심사를 담당하는 연구관을 집중 배치하여 사전심사를 강화하려는 입장에 있고, 헌재 연구관을 추가 채용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는 헌법을 공부하고 헌법연구관으로서 실무를 수행하면서, 헌법의 문언이 국민의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법이 되기 위해 사법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재판소원제도의 도입은 단순한 기관 간 권한 배분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가권력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겠다는 결단이라고 보아야 한다. 사법기관 간의 자존심 대결을 넘어, 국민에게 실질적이고 최후적인 구제 수단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합의가 도출되기를 희망하면서, 새로이 도입된 재판소원제가 기본권 보장에 큰 획을 그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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