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수사권 박탈과 범죄피해자의 기본권 침해
― 실질적 적법절차·평등원칙 및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의 관점에서
| ▲최창호 변호사 |
국회는 형사소송법 제196조를 삭제하여 검사의 일반적 수사권의 법적 근거를 제거하는 입법적 조치를 하였다. 이로써 검찰은 더 이상 범죄를 직접 수사하는 일반적 수사기관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었고, 우리 형사사법체계는 경찰 중심의 수사구조로 전환되었다.
이번 개정은 단순한 수사기관 간 권한 조정을 넘어 형사사법의 기본구조를 근본적으로 변경하는 입법이다. 그러나 수사권 이동과 권한 재배치라는 거대 담론에 치여, 정작 형사사법절차의 핵심 당사자인 범죄피해자의 권리 보장에 관한 논의는 소외되고 말았다.
Ⅱ. 피의자에게는 두터운 방어권, 피해자에게는 각자도생
현행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와 피고인의 방어권을 두텁게 보장한다.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피고인에게는 국선변호인이 선정되고, 구속전 피의자심문이나 체포·구속적부심 단계 등에서도 피의자의 국선변호인 조력권이 인정된다. 이는 헌법 제12조가 보장하는 적법절차원칙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화하기 위한 필수적 장치다.
반면 일반 형사사건의 범죄피해자가 처한 현실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성폭력범죄, 아동학대범죄 등 일부 특별법상 사건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반 형사사건 피해자는 스스로의 비용으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 법률적 지식과 경제력이 부족한 피해자는 수사 초기부터 아무런 법률전문가의 도움 없이 홀로 복잡한 형사절차를 감당해야 하는 구조적 불평등에 직면해 있다. 범죄자보다 피해자가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Ⅲ. 검사 수사권 박탈이 가져온 피해자 보호의 구조적 공백
과거 검사의 수사지휘 및 직접수사 체제에서는 검사가 경찰수사의 미진한 점을 보완하고, 피해자의 진술을 직접 청취하거나 추가 증거를 수집함으로써 피해자 권익을 간접적으로나마 보호하는 보충적 기능이 작동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196조 삭제로 검사의 일반적 수사권이 제거되면서 이러한 보충적 보호 기능은 구조적으로 무력화되었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거나 수사가 미흡하더라도, 법률 전문가가 아닌 피해자가 전문적인 법률지식을 바탕으로 불송치 이의신청이나 수사보완 요청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법률조력을 얻을 수 있는 재력가만 절차적 권리를 누리고, 약자는 국가 형사절차에서 소외되는 엄혹한 현실이 초래된 것이다.
Ⅳ. 절차적 대등성과 실질적 적법절차의 붕괴
공정한 형사절차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은 소송절차 전체의 실질적 공정성과 당사자 간 '절차적 대등성(Procedural Balance)'을 요구한다.
원래 무기평등의 원칙은 검사와 피고인 간의 공격·방어권 대등성을 의미하지만, 국가 형사사법절차 전체를 살펴볼 때 국가가 피의자에게는 국선변호인이라는 유력한 법률 지원을 제공하면서 피해자에게는 법률적 대응 수단을 사실상 방치하고 검사의 보충적 수사권마저 박탈한 것은 형사절차상 최소한의 절차적 균형을 현저히 무너뜨린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정책적 선택의 영역을 넘어 실질적 적법절차를 요구하는 헌법적 요청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Ⅴ. 평등원칙과 국가의 '과소보호금지원칙' 위배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한다. 피의자와 범죄피해자의 법적 지위가 완전히 동일할 수는 없으나,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에는 과감한 국선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형사절차의 또 다른 축인 피해자의 절차적 조력권은 외면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
더욱이 헌법재판소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등 기본권을 제3자의 침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과소보호금지원칙'을 확립해 왔다. 검사의 수사권을 제거하여 피해자가 의존할 수 있었던 국가적 보호기능을 축소하면서도 이를 대체할 법률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국가가 범죄피해자 보호라는 헌법상 의무를 최소한조차 이행하지 않은 '과소보호' 상태를 야기한 것이다.
Ⅵ. 헌법상 재판절차진술권 및 재판청구권의 실효성 상실
헌법 제27조 제5항은 "범죄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고 명시하여 범죄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기본권으로 직접 보장하고 있으며, 제1항은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한다.
그러나 수사단계에서 피해자의 주장이 반영되지 못하고 증거 확보가 무산되어 사건이 경찰 단계에서 유야무야된다면, 피해자는 법정에서 진술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공판절차 진입 자체가 봉쇄된다. 즉, 수사단계에서의 법률조력 부재는 헌법이 명시한 범죄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과 실질적 재판청구권을 형해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Ⅶ. 피해자 국선변호인제도의 전면 확대와 절차적 권리 재설계
형사소송법 제196조 삭제 이후의 형사사법체계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국가 피해자 보호 체계의 전면적 재설계가 시급하다.
1. 피해자 국선변호인제도의 전면 확대
성폭력 등 특정 범죄에 한정된 피해자 국선변호사(법률조력인) 제도를 강력범죄 및 중대 재산범죄를 포함한 일반 형사사건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
2. 불송치 결정 및 수사 불복 절차 지원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및 검사의 재수사요청 절차에서 경제적 약자인 피해자가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3. 수사 기록 접근권 및 진술권 실질화
수사 단계에서 피해자의 의견진술권, 증거제출권 및 제한적 수사기록 열람·등사권을 법률로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수사의 밀행성으로 인하여 이러한 제도가 실효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Ⅷ. 맺음말
형사소송법 제196조의 삭제는 단순히 검사의 수사권을 축소한 권력기관 개혁에 그치지 않는다. 그 파급효과는 범죄피해자의 권리 보장 구조 전체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피의자의 방어권은 더욱 두터워진 반면, 범죄피해자의 절차적 지위는 방치되어 절차적 대등성, 평등원칙, 재판절차진술권, 그리고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라는 헌법적 가치와 심각한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진정한 형사사법개혁은 수사권의 이동이 아닌, 국가의 형사사법절차 내에서 피해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헌법적 수준의 보호망을 완성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국가의 존재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순간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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