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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준 변호사 |
1. 대법원 2025. 5. 29. 선고 2023두41314 판결을 소개하기로 한다.
이 판결은 기업집단 소속 회사들이 이른바 '페이퍼컴퍼니'인 자회사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수수한 행위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하는지, 나아가 가공으로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면서, 명의를 이용한 거래를 두 가지 유형으로 명확히 구별하고 각 유형에 적용되는 법리를 체계적으로 확립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제3자 명의의 사업자등록을 이용하여 실제 거래를 한 경우(유형 1)와 자신이 직접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형식적으로 제3자 명의로 사업자등록만을 한 경우(유형 2)를 준별하고, 이 사건 원고 모회사들의 행위는 유형 2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 중 과세관청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2. 사실관계
원고 1 회사(식품 완제품 생산업체), 원고 2 회사, 원고 3 회사(이하 '원고 모회사들'), 원고 4 회사는 동일 기업집단에 속한다. 원고 모회사들은 외부 거래처로부터 스프 원료와 포장박스를 공급받아 원고 1 회사에 공급하는 사업을 영위하였다. 기업집단 회장인 소외 1과 그 배우자 소외 2는 2007년경부터 원고 모회사들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원고 모회사들이 원고 1 회사에 공급하는 물품 중 일부를 페이퍼컴퍼니인 소외 3 회사(원고 2 회사에 흡수합병) 및 원고 4 회사(이하 '이 사건 각 자회사')가 공급하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게 하였다. 이를 통해 원고 모회사들이 지급받아야 할 공급대금을 이 사건 각 자회사 계좌로 수령한 후, 그 중 상당액을 소외 1 등이 임의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업무상 횡령이 이루어졌다.
과세관청은 세무조사 결과, 이 사건 각 자회사의 납세의무를 원고 모회사들이 부담하여야 한다는 전제 아래, 이 사건 각 세금계산서(이 사건 ① 세금계산서: 원고 1 회사가 이 사건 각 자회사 명의로 수취한 것, 이 사건 ② 세금계산서: 원고 모회사들이 거래처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았음에도 이 사건 각 자회사가 공급받는 자로 기재된 것)와 관련하여 원고들에 대하여 부가가치세 및 법인세(가산세 포함) 수십억 원을 증액경정·고지하였다.
원심은 원고 모회사들이 이 사건 각 자회사의 명의만을 빌려 실제 사업을 운영하였으므로 이 사건 ② 세금계산서는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 부분에 대하여 법리오해를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3. 이 사건 쟁점
원고 모회사들이 이 사건 각 자회사의 명의를 이용하여 세금계산서를 수수한 행위가, '형식적으로 제3자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한 사업체를 직접 운영하는 경우'(유형 2)에 해당하여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로 볼 수 없는지, 아니면 기존 사업자등록을 가진 제3자의 명의를 이용한 경우(유형 1)에 해당하여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
4. 관련 법령 및 주요 법리
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와 매입세액 불공제
전 단계 세액공제법을 채택하고 있는 부가가치세법 아래에서 세금계산서 제도는 납세자 간 상호검증의 기능을 수행한다. 구 부가가치세법 제39조 제1항 제2호는 발급받은 세금계산서의 필요적 기재사항 전부 또는 일부가 사실과 다르게 적힌 경우의 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여기서 '사실과 다르다'는 의미는, 세금계산서의 필요적 기재사항의 내용이, 재화 등에 관한 거래계약서 등 형식적인 기재내용에 불구하고, 그 재화 등을 실제로 공급하거나 공급받는 주체나 가액, 시기 등과 서로 일치하지 아니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나. 명의대여의 두 가지 유형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확립한 핵심 법리는 명의를 이용한 거래를 두 가지 유형으로 준별한다는 점이다.
1) 유형 1(원칙적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 해당)
재화 등을 공급하거나 공급받은 자가 제3자의 위임 아래 제3자의 사업자등록을 이용하여 실제 거래를 하면서 제3자 명의로 된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한 경우이다. 이때의 사업자는 실제로 재화 등을 공급하거나 공급받는 자인데, 세금계산서는 실제 거래행위자가 아닌 제3자의 거래행위를 나타내기 위해 발급·수취된 것이다. 따라서 실제 거래를 한 사업자와 명의자가 달라 필요적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르게 적힌 경우에 해당하고, 결과적으로 명의자는 재화 등의 공급 없이 가공으로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한 것이 된다.
2) 유형 2(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 불해당)
재화 등을 공급하거나 공급받은 자가 실제로는 자신이 직접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형식적으로 사업자등록 명의만을 제3자로 한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실제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자가 사업자이자 세금계산서 발급·수취의 주체에 해당한다. 비록 제3자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수수하였더라도, 실제로 그 세금계산서에 기재된 수량의 재화 등이 기재된 가격대로 공급된 이상 필요적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르게 적힌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며, 가공으로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한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다. 유형 판단의 기준
세금계산서의 기재가 제3자 명의로 되어 있음에도 예외적으로 실제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자를 발급·수취 주체로 인정할 것인지는, 세원 포착 과세행정에 곤란을 야기한 정도와 세금탈루의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되, 다음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첫째, 명의자인 제3자와 실제 사업체를 운영하는 자의 경력, 지위 및 관계. 둘째, 해당 사업장에 제3자 명의의 사업자등록을 하거나 이용하게 된 동기·목적·경위 및 시기. 셋째, 해당 사업장에서 제3자 명의로 운영하는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 형태 및 거래 방식. 넷째, 해당 사업장 내 수익이나 비용 등의 관리 및 자금 운영 방식. 다섯째, 세금계산서 발급·수취 등에 명의자인 제3자가 관여한 정도와 그를 통해 제3자가 얻은 이익의 유무이다.
5. 하급심 및 대법원의 판단 경과
가. 원심의 판단(납세자 일부 승소)
원심은 원고 모회사들이 이 사건 각 자회사의 명의만을 빌려 사업자등록을 하고, 그 등록된 사업을 온전히 원고 모회사들의 계산과 책임으로 영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전제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이 사건 ② 세금계산서에 기재된 '공급받는 자'의 등록번호는 실제 공급받은 원고 모회사들의 등록번호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관련 매입세액 공제, 지출증빙미수취가산세 불부과, 세금계산서미발급가산세 불부과 등 원고 모회사들에 유리한 결론을 도출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원심 파기·환송)
대법원은 유형 판단 기준을 적용하여 이 사건이 유형 2(단순 명의차용)가 아닌 유형 1에 해당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핵심 근거는 다음과 같다. 우선, 원고 모회사들과 이 사건 각 자회사는 설립 및 사업자등록의 시기를 달리하여 별도로 이루어졌다. 사업자등록 단계에서 원고 모회사들이 자회사 명의만을 빌려 자신들의 사업장에 사업자등록을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에 이미 등록된 이 사건 각 자회사의 사업자등록을 사후적으로 이용하였다. 이 때문에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해당 사업자등록의 실질 귀속자를 파악하는 데 혼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컸다.
다음으로, 이 사건 각 자회사는 소외 1에 의해 개인적으로 설립·취득되었다가 원고 모회사들에 인수된 것으로, 이 사건 각 자회사 명의로 수행된 사업은 원고 모회사들이 기존에 수행하던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더욱이 이 사건 각 자회사가 거두어들인 수익 중 대부분이 대표이사 등의 횡령 자금으로 지급되었을 뿐, 사업비용으로 지출된 흔적이 거의 없었다. 이는 원고 모회사들이 자회사 명의를 단순히 사업자등록 명의차용 목적으로 이용한 것이 아니라, 자금 횡령을 목적으로 매출의 외형을 이전하기 위하여 이 사건 각 자회사의 거래행위를 나타내는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하였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나아가 이 사건 각 자회사가 원고 모회사들과의 내부거래를 대상으로도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하거나 합계표를 제출한 사실은, 이 사건 각 자회사가 원고 모회사들과 독립된 세금계산서 발급·수취 주체로 취급되었음을 보여주는 사정으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한 대법원은, 이 사건 ② 세금계산서는 실제 거래 사업자(원고 모회사들)와 명의자(이 사건 각 자회사)가 달라 '공급받는 자의 등록번호'가 사실과 다르게 적힌 세금계산서에 해당하고, 그 매입세액은 원고 모회사들의 매출세액에서 공제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6. 평가 및 결론
이 판결은 부가가치세 실무에서 가장 빈번하게 다투어지는 쟁점인 '명의를 이용한 거래'의 법적 성질 판단에 관하여 다음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판결은 판례상 축적되어 온 '단순 명의차용 =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 불해당' 법리는, 처음부터 사업자등록을 명의차용 목적으로만 마친 단일 사업장 운영의 경우를 전제로 한다. 이 사건처럼 기존에 설립된 별도 법인의 사업자등록을 사후적으로 이용하면서 매출의 외형을 이전한 경우는 유형 2의 범주에 포함될 수 없음을 명백히 하였다.
실무적으로 이 판결은 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모두에게 중요한 경계선을 제시한다. 납세의무자로서는 형식적으로 타인 명의 사업자등록을 이용한 거래에서 '단순 명의차용'이라는 항변이 통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오직 하나의 사업장·하나의 사업자가 존재하는 구조여야 한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과세관청으로서는 명의대여 거래의 사실관계를 면밀히 분석하되, 설립경위, 사업자등록 이용 경위, 자금 운용 실태 등 이 판결이 제시한 5가지 기준에 따른 증거 수집과 논리 구성이 필요하다. 특히 별도 설립된 법인의 기존 사업자등록을 사후적으로 활용한 경우라면, 단순 명의차용 항변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음을 이 판결이 분명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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