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수의 공무원 면접위원 후기 ②
김형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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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직 9급이나 7급 공무원 면접시험과는 다르게 행정고시 면접시험의 응시자는 단수가 아닌 복수로 치르지는 것이 특이했다.
물론 면접위원이 현직 고위직 공무원 두 분과 법대교수 한 분으로 구성되는 것은 동일하였다.
내가 안내를 받아 들어간 면접실에는 총 8명의 수험생들이 배정되었다. 오전에 4명, 오후에 4명이 면접을 치르게 되고, 각 할당된 시간은 3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수험생 4명이 같이 들어와서 3시간을 같이 지내기 때문에 정말 철저한 심층면접이 아닐 수 없었다.
일단 오전 수험생 4명은 미리 와서 자기소개서와 국가직 7급 공무원 면접시험때보다 더 많은 분량의 주제발표문을 작성해야만 한다. 최종합격이 되면 국가 중앙부처의 계장인 사무관으로 활동해야 되기 때문에 보다 더 꼼꼼하게 면접을 실시해야 된다는 지침을 받았다. 오전 9시쯤 오전조 4명의 수험생들이 정중한 모습으로 들어왔다. 행정고시도 면접시험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매우 높아졌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상당히 긴장된 모습이었다.
그 중 한 명은 나이가 꽤 많아 보였는데 젊은 수험생들에 비해 더 많이 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수험생은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자기 소개를 하는 동안에도 손을 떨고 목소리까지 심하게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 정이 많은 스타일인 내가 물 한잔을 컵에 따라서 그 수험생의 손에 쥐어주며 “수험생! 긴장을 풀고 편하게 하세요!”라고 격려를 해주었다.
장차 정부기관의 책임 있는 자리에서 대민업무를 담당해야 될 공무원이 지나치게 긴장하는 모습은 감점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행정고시를 포함하여 국가직 공무원시험 최종합격을 희망하는 수험생들은 면접시험에서 지나치게 긴장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예를 들면, 긴장을 풀어주는 음료를 미리 마신다든지,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준다든지 해서 자기만의 방법으로 긴장을 풀어야만 한다.
행정고시의 면접시험은 집단면접 방식이기 때문에 수험생들의 자기 소개를 듣는데에도 약 1시간이나 걸렸던 것 같다. 지나치게 긴장했던 나이 많아 보이던 수험생을 제외한 나머지 젊어 보이는 3명의 수험생들은 전혀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술술 자기 소개를 화려하게 했던 것 같다. 여기에서 면접시험의 아이러니를 소개하고 싶다. 면접위원들의 나이가 주로 중년 이상이기 때문에, 교만해보이는 수험생보다는 긴장은 살짝 했지만 겸손한 수험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하여튼 약 1시간 정도의 긴 자기소개 시간이 끝나고 주제발표 시간이 다가왔다. 주제발표는 개인 발표와 집단토론 시간으로 구분되어 시행되었다. 다른 공무원 면접시험과는 이 점에서 크게 달랐다.
내 기억으로는 개인주제발표는 주로 그 당시 핫이슈가 되는 사회적 문제, 해외의 중요한 변화, 그리고 최종합격한 후 사무관으로 근무하면서 직속 상관인 서기관과의 업무상 또는 가치관의 충돌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주제발표가 진행되었던 것 같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기억나는 수험생 한 사람이 있다. 그는 키도 훤칠하고 잘 생긴 외모에다 상식과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거기에다 언변이 훌륭해서 금상첨화 그 자체였다. 이런 연유로 그는 자기소개와 개인주제발표 점수는 상당히 높은 점수를 얻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다음 단계인 수험생 4명이 주로 시사적인 문제를 자유주제로 정해서 행하는 집단토론 시간에서 다소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이 점은 세 사람의 면접위원들이 모든 면접을 끝내고 토의하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논의가 되었던 부분이다.
면접시험의 채점 항목에는 동료 공무원과의 인화단결심 또는 사회성 점수가 배정되어 있는데, 그는 집단토론 때 구성원들의 원만한 합의를 거치지 않고 자기가 주도적으로 토론의 리더가 되겠다고 지나치게 자신감을 보였다. 아마도 일반 대기업의 면접시험이었다면 엄청나게 두각을 나타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국가 공무원의 기본자세는 상명하복과 원활한 동료애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그는 인화단결심 항목에서는 그렇게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렇게 본다면, 국가 공무원은 상급 공무원과 동료들을 대할 때나 공적 업무를 수행할 때에도 항상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 두서없는 회고였지만, 지금도 행정고시 최종합격을 위해 매진하고 있을 예비 사무관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김형남 교수
캘리포니아 센트럴 대학교, 단국대, 경성대 법대 교수 | 법학박사 | 미국 워싱턴 주 변호사 | 세계헌법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 성균관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위원 | 15년간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 사법시험 제1차시험 출제위원, 제2차시험 출제위원, 제3차 면접위원 | 15년간 행정안전부 국가고시센터 출제위원, 선정위원 및 면접위원 (행정고시, 5급 승진시험, 국가직 7급·9급, 지방직 7급·9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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