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분립(三權分立) 및 법치주의(法治主義)의 실종(失踪)·훼손(毁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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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평오 교수 |
현재의 민주국가들은 거의 예외 없이 국가권력을 분립시켜서 행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입법, 행정, 사법의 3권분립을 토대로 하면서 견제와 균형을 통한 국가권력이 행사되고 있다. 상호간에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면 권력이 집중되어 독재가 이루어지게 된다. 행정부 독재나 입법부 독재가 그것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사법부 우위국가로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대법원장이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를 받을 뿐 아니라, 의회의 제정법률에 대해 위헌선언을 하는 등 실질적으로 그 우위가 인정되어 있다. 이에 반하여 작금의 우리나라를 보면 사법부의 위상이 입법부나 행정부에 비하여 못할 것이 없지만, 입법부나 행정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사법부의 위상이 많이 낮아진 느낌이 든다. 이는 우리나라는 사법부의 독립이 많이 침해를 받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특히 법관의 독립성은 사법권의 독립에서 비롯된다. 법관의 물적 독립과 인적 독립을 보장하는 것은 재판의 적정과 공평한 재판을 하는데 직결된다. 법관의 독립에는 물적 독립과 인적 독립이 있으며, 다시 물적 독립에는 지시에서의 자유, 책임에서의 자유, 활동자유를 그 구체적 내용으로 한다.
물적 독립은 헌법 제103조에서 규정하듯이 크게 법관이 재판을 함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구속될 뿐 제3자나 모든 간섭을 배제함을 뜻한다. 여기의 양심은 주관적이 아닌 직업적 양심을 말한다. 물적 독립은 대내적으로는 대법원장 이나 고위법관 등으로 부터의 유형·무형 지시로부터 해방될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 입법부나 행정부 나아가 이른바 여론 혹은 네티즌의 댓글테러나 시민단체의 데모압박이나 문자폭탄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말한다. 만약 법관이 여론에서 독립하지 못하면 여론조사를 하여 결론을 내리게 되면 되므로 법관의 존재의의는 아예 사라지게 될 것은 불은 보는 것처럼 뻔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 시절의 청와대에 재판 청원도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다분히 문제가 있다. 완전히 국민들의 놀이터로 청와대 홈피 게시판을 만들어 놓았다. 예를 들어 “누구 누구를 사형시켜 주세요”라는 글이 청원게시판에 올라왔다는 기사를 뉴스에서 보고 필자는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누구 아이디어로 이러한 제도를 만들었는지 모르나 탈선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였으면 그래도 좋았을 것인데 아쉬운 점이 크다.
또한 2020년 8월15일 보수단체의 광화문집회금지처분에 대한 행정법원의 박형순부장판사의 집행정지결정에 대하여 그 당시 국무총리는 집회허가를 한 박형순 부장판사를 대놓고 비난하고, 법무부장관도 뒤질세라 이러한 비난에 가세하고,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박형순판사 해임요구 국민청원이 등장하고, 여당은 판사 이름을 넣어 박형순금지법을 추진한 것은 입법부가 사법권 독립의 기저를 흔드는 일로서 참으로 암담하고 한편으로 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수준을 보는 것 같아 흡사 코메디를 보는 것 같았던 그때의 기분이 떠올라 글을 쓰는 지금도 씁쓸하다. 그리고 법관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이 난무했는데 이 또한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irony)하게 사법부의 독립을 수호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대법원장은 일언반구를 하지 않는 것은 그때 우리나라 사법부가 얼마나 행정부에 예속되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그 당시에는 3권분립이 유명무실한 있으나 마나 한 것이었다. 적어도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은
판사들이 위협을 받아 양심에 어긋나는 판결을 내리지 않도록 최소한의 보호를 해주었어야 한다.
나름대로 박형순금지법에 담긴 내용의 법을 만들려면 법 이름을 조금 고상(?)하게 할 수 있었는데 굳이 판사의 이름을 넣은 것은 판사에게 겁을 줌과 동시에 좌표 찍기를 통해서 여론을 호도하고 판사에게 또는 사법부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 당시 김태규 부장판사는 “법률에 미운 판사 이름 하나 더 붙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자조 섞인 글을 쓴 적이 있다.
요새 80대 이상의 원로를 만나면 자주 이야기 듣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는 법치주의가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꼭 순수법학(Reine Rechtslehre)이라는 법의 체계를 제창하고 ‘순수’라는 의미는 법학에 이론적ㆍ정치적 가치판단을 혼입시키지 않고 자연법과는 구별되는 실정법만을 다루는 법실증주의자(法實證主義者)인 한스 켈젠(Hans Kelsen)이 아니더라도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법률은 지켜져야 만 되는 것이다.
먼저 독자들은 아마 민형배 의원의 위장 꼼수 탈당이라는 말을 뉴스를 통해서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민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검수완박법 안건조정위원회 무소속 위원으로 참석해 8분 만에 찬성 의결을 통과시켜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한 사건이다. 이에 대하여 사계의 학자들은 “안건조정위 제도의 근거인 국회선진화법의 취지가 다수당의 일방적인 독주를 막고자 한 것"이라며 "민 의원의 탈당으로 민주당에 유리한 표결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은 법 취지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즉 다수당의 횡포를 막으려고 국회법이 규정해 놓은 절차를 그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훼손한 것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법을 제정한 국회의원이 꼼수로 법의 취지를 잘 지키지 않는데 일반 국민들에게 법을 잘 지키라고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음으로 농성하고 점거하고 떼쓰기를 좋아하는 민노총이라든가 이름도 잘 모르는 시민단체의 법률 위반은 과연 우리나라에 법치주의가 살아있나 의문이 들 지경이다. 지난 5~6년 동안 온갖 뉴스에 도배되고 있는 사례를 보면 기가 차다.(이하 점거 사건의 연도는 생략함)
“시청 난입하고 경찰조사 거부하는 민노총, 법 위에 군림하나”, “민노총·시민단체 툭하면 점거하고, 동네북 된 시군구 청사”, “요구 안들어준다고, 정책 입맛에 안맞다고 너도나도 농성·점거”.... 이런 뉴스 제목만 보아도 사태의 심각성이 피부에 와 닿는다.
심지어는 민주노총이 노동자 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을 넘어 이제 “외교 문제‘까지 간섭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그것이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는 부산시가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철거한 것에 반발하며 부산시청 로비를 1박 2일간 점거한 사건이다. 이로 인해 시청을 찾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은 것은 당연하다.
또한 거제시장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장 집무실을 점거하며 탁자를 던지는 난동을 부렸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무실을 비롯해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대검찰청 등 관공서 여러 곳을 점거하였고, 또한 점거하는 과정에서 경찰에게 주먹을 휘두르기도 하고, 민노총 산하 강북구도시관리공단 분회 소속 노조원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강북구청 측이 셔터를 내리고 출입문을 전면 봉쇄하는 일도 있고, 전남 순천시청 출입구 현관에 한 달 가까이 민주노총 소속 순천만잡월드와 순천만국가정원 노조원 10여 명이 텐트를 치고 밤샘 노숙 농성을 하고, 공공연대노조 대전지부 소속 10여 명이 대전시청 건물 1층을 점거한 채 오후 3시부터 밤 10시까지 7시간 동안 시위했고, 대구시의 ‘대형 마트 의무 휴업일 변경’에 반대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소속 노조원들이 3시간가량 시청 대강당을 무단 점거한 사건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위에서 본 사건들만을 보면 우리나라에는 법치주의가 실종된 것은 확실히 맞다. 점거하는 과정에서 관공서의 기물을 파손하기도 하고, 공무원을 다반사로 폭행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도 처벌이 잘 안되니 더욱 기승이 부리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도 싱가포르처럼 곤장을 때려야 되는 것일까?
위에서 두서없이 적었지만 필자의 바램은 이제 민주노총도 변화하여야 하며, 또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요구는 당연히 들어주어야 하지만, 점거 등으로 일반 국민이 피해를 입고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국가도 엄격한 잣대로 그에 상응한 처벌을 불가피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말한 것처럼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해야 한다.
민주노총도 힘없는 노조원들의 실질적인 권익향상에 힘쓰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민주노총이 되는 것은 유토피아에서만 가능한 것일까?
고려대학교 법학과 박사과정 수료(민사소송법 전공)
한국 민사소송법학회, 민사집행법학회, 도산법학회 회원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민사절차법연구센터 전임 연구원
한빛변리사학원 민사소송법 전임교수
특허청 및 특허심판원 민사소송법 전임교수(2008.3∼20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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