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문경보의 진학상담이야기] 사회학을 공부하고 싶은 탈북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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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보의 진학상담이야기] 사회학을 공부하고 싶은 탈북 청년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4-01-18 07: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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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을 공부하고 싶은 탈북 청년

문경보


“선생님.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혼란스러워집니다.”
“그렇구나. 혼란스럽구나. 시간을 투자하면 할수록 더 혼란스럽구나. 그래도 상담을 신청한 것을 보니 문제를 풀고 싶은 마음이 큰가 보다.”
“3월에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선교사님 덕분에 남조선, 아니 남한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선교사님처럼 누군가에게 도움과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신학을 공부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남한에서 몇 년을 지내다 보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자꾸 보였습니다.”

민철이는 탈북 청년이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지만 또래들보다 세 살이 많다. 하지만 함경도에서 중국을 거쳐 지금 내 앞에 오기까지 경험한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또래보다 삼십 년은 더 살아낸 친구로 보였다. 죽음의 고비를 여러 번 넘긴 탓인지, 아니면 대한민국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도 반 친구들과 형제처럼 잘 지내고 성적도 꽤 괜찮은 친구였다.
학교 식당에서 잔반통에 버려진 음식을 보면서 ‘이거 우리 동네 가지고 가면 온 동네 사람들 한 끼 식사는 될 텐데….’라며 혼자 중얼거리던 친구. 교내 봉사활동을 하면서 학교 여기저기를 청소할 때 한참 동안 안 보이던 민철이가 양손에 마대를 들고 왔다. 마대 속에는 비둘기들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여기 비둘기들은 이상합니다. 잡으려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북쪽 비들기보다 아주 통통합니다. 선생님 이거 구워 먹으면 진짜 맛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어이가 없어 하는 반 친구들 앞에서 빙그레 웃던 친구. 노숙자 급식 도우미 봉사활동을 하던 날, 물끄러미 밥을 받기 위해 서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계속 고개를 갸우뚱하던 친구. 학부모 총회 때 혼자 탈북한 민철이는 부모님은 이북에 계셔서 오시지 못한다고 말하며 죄를 지은 듯 서 있다가 ‘반드시 모시고 와라. 네 부모님 오실 때까지 난 언제까지나 여기서 기다릴 수 있다. 그러니 이번에는 못 모시고 와도 언젠가 반드시 모시고 올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알겠지?’라는 네 말에 통곡하며 울었던 친구. 가출한 뒤 결국 자퇴하게 된 반 친구의 자리에 자신이 앉겠다고 부탁해서 그렇게 하라고 하니 자리를 옮겨서 하염없이 그 친구의 책상을 쓰다듬던, 그 친구가 자퇴하던 날 담임에게 인사하러 왔을 때, ‘난 네 맘 알아. 기죽지 말라우.’라고 말해 친구를 엉엉 울게 했던 친구. 민철이는 그런 친구였다. 그런 친구가 이제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제 또 다른 여정을 시작할 때 방향을 잘 잡고 싶어서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줄 수 있니?”
“선생님 알고 계신 것처럼 저는 열두 살 때 동네 형이랑 쌀 두어 말 구하려고 고향을 떠났다가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배고파서 그랬습니다. 백파서 죽을 각오를 하고 그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중국과 한국을 떠돌면서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화가 났습니다.”
민철이에게는 아주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냈던 동무가 있었다. 열 살 되던 해 어느 날, 학교 친구들은 온몸에 물을 묻히고 뒷산으로 뛰어 올라갔다, 뒷산에 불이 난 것이었다. 소화 시설이나 시스템이 부족하여 불을 그렇게 끄곤 했다고 했다. 그러다가 그 친구가 그만 하늘나라로 가버렸다.
“학교에서 그 친구 장례를 치르던 날, 선생님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산불은 남조선에서 와서 낸 것이라고, 그러니까 우리 친구는 남조선과 맞서 싸운 영웅 전사라고 했습니다. 여러분들은 먼저 간 친구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다음에도 불이 나면 더 투쟁적으로 활동하라고 했습니다. 그때 선생님 말씀이 맞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냥 계절적인 영향 때문에 나무와 나무가 비벼져서 자연적으로 불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몸에 물을 묻혀서 불을 끄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저는 선생님들의 말을 생각하니 더 화가 났습니다. 거짓말을 하면서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그곳으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남한에 와서 민철이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과 만나게 되었다. 풍요로운 남한에서 굶는 사람들, 심지어 굶어 죽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 북한에 비하면 한없이 부드럽게 대하는 선생님들이 많으신데,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해서 법정에 서게 되었다는 방송.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즐거움과 정신적 문제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 학교에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공부해도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는 입시 제도. 자신이 보기에는 수많은 일자리가 있는데도 직업을 구하기 어렵다고 걱정하는 청년들. 몸을 팔아 용돈을 버는 여학생들과 그 뒤에 있는 조직들. 배고픔이 아닌 다른 이유로 자살하는 수많은 계층의 사람들.
“대학 학과를 정하려고 하니까 북한과 남한 사회의 이해할 없는 일들이 더 생각났고,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할지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언제가 선생님께서 국어 수업 시간에 말씀해 주신 링반데룽 [등산에서 짙은 안개 및 폭풍우를 만났을 때나 밤중에 방향감각을 잃고 같은 지점을 계속 맴도는 일]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답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민철이는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신학과를 포기하고 일단 사회학과로 진학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사람이 사는 사회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존재인지 궁금해졌다고 했다. 신학은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에는 너무 멀고 너무 넓은 학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선교사님께도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그랬구나. 그러니까 사회학과를 선택하겠다고 나에게 이야기하러 왔구나. 괜찮은 선택을 했구나. 그런데 네 말이나 표정을 보면 개운한 결정은 아니라는 느낌이 드네.”
“예. 사회학과를 선택한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결정이긴 하지만 뭔가 답답한 느낌이 듭니다. 아직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한 무엇인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요.”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한 것이라… 음. 그게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될 것 같다. 좋아. 그럼 두 가지 숙제를 내줄 테니 다음 상담까지 해 와라. 하나는 신학과 사회학이 다른 학문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최인훈 선생이 쓴 ‘광장’이란 소설을 읽어 와라. 그런 뒤 이야기를 나누면 민철이의 답답한 마음이 풀릴 것 같다.”

이 주 후에 민철이가 좋아하는 해물짬뽕을 먹고 아담한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오늘은 표정이 좋아 보인다. 역시 사람은 배부른 게 최고야. 그렇지?”
“그 집 해물짬뽕이 정말 맛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카페에서 선생님이랑 말씀 나누려니까…”
“불편하니?” “아닙니다. 감사해서요. 우리 반 친구들이 선생님과 차를 마셨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요.”
“그 친구들은 아직 스물 이전 얼라들이잖아. 너는 우리 반 큰 형이고, 하하.”
“아닙니다. 우리 반 아이들이 훨씬 저보다 어른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나와 민철이 사이에 차분한 침묵이 흘렀다.
“선생님. 숙제 검사 받겠습니다. 우선 신학과 사회학이 다른 학문인가? 라는 질문을 받고 사실 저는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렇게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신학과 사회학은 같은 점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순서만 잘 정하면 두 가지 모두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학을 먼저 시작하는 것이 저에게는 맞을 것 같고요. 두 번째 제가 내린 결론은 선생님이 내 주신 숙제처럼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는 많은 질문을 여러 각도에서 해보면 현명한 답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건 숙제를 통해 제가 배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퍼펙! 아니 엑설런트! 좋아. 좋아. 아주 정답을 말해줬다. 선교사님께서도 그래서 너의 선택을 존중해 주셨을 거야. 그럼. ‘광장’을 읽은 소감을 말해볼까?”
“그 책을 읽으면서 우울했습니다. 남과 북 어디도 선택하지 못하고 제3의 나라를 선택하다가 그것마저도 만족하지 못해서 바다로 떨어져 죽은 주인공의 모습이 꼭 제 미래로 생각되어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만족하지 못했다. 만족…. 음…, 소설 속 주인공은 왜 그런 슬픈 선택을 했을까? 그리고 왜 선생님은 그런 비극을 읽어보라고 너에게 말했을까?”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선생님께서 지난 상담 때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한 것’이란 말씀이 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말씀이 떠오르긴 했습니다.”
“그 정도면 숙제를 꽤 잘해왔다. 민철아. 이것저것 다 내려놓고 너의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말하면 너는 ‘완벽주의’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여. 그렇다고 그게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네가 살아온 삶이 만들어 낸 생존방식이라고 생각해. 확실하지 않으면 살아내기 어려웠던 과거. 몸과 생각은 성장했지만, 마음은 과거에 만난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한 박민철이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남한과 북한 중 어느 쪽 체제의 우월성을 말하고 싶지는 않아. 다만 불완전한 존재인 사람이 만들어 낸 체제들은 모두 어느 정도는 결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무조건 완벽해야 한다고 하는 네 생각이 너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 네가 할 일은 완벽한 현실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세상으로 가는 길에서 작은 역할이라도 하면서 지금보다 조금은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 길을 만들기 위해 나는 네가 사회학과를 택한 것이었으면 좋겠어. 완벽한 세상이 아닌 완벽한 세상으로 가는 걸음을 걷게 되는 꿈을 꾸기 위해서 말이야.”


민철이는 명문대 사회학과에 무난하게 합격했다. 대학에 합격해서도 좌충우돌하며 주변 사람들을 웃음 짓게도 하고, 놀라게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눈치를 살피는 고등학교 때와는 다르게 강의실에서, 광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과감하게 꺼내는 민철이를 보고 함께 입학한 친구들이 ‘형이 더 멋있어졌어요’라고 말했다. 그런 민철이가 지금은 먼 나라에 있는 엔지오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 단체는 주로 인권 문제를 다루고 있는 곳이다.

세월이 갈수록 우리나라의 통일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나는 혼란스럽다. 그러나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매일 중얼거린다. 그래야 내 친구 박민철이가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편안하게 나와 같이 해물짬뽕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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