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력 검정에 지원한 응시생들이 점수를 높이기 위해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을 복용한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된 결과이다.
경찰청은 어제인 10일 순경 채용시험 응시자들의 체력검정 때 부정 약물 검사를 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5900만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내년부터 도핑 테스트가 이뤄진다.
다만 검사 대상은 체력 검정에서 지나치게 높은 점수를 받은 응시생으로 한정했다. 약물 검사 의뢰 비용이 건당 30만원에 달할 정도로 적지 않아 내년에는 체력 검정 고득점자로 대상을 제한해 시범 시행한 뒤 결과에 따라 검사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러한 도핑테스트는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난달 안전행정부는 공무원 채용시험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무원시험령을 개정하여 부정행위의 유형에 약물관련 규정을 보완하였다. 안전행정부 장관이 고시하는 금지약물을 복용하고 체력검사에 응한 경우 부정행위 유형에 해당됨을 명확히 규정하고, 위반시 당해 시험이 무효처리되는 한편, 향후 5년간 공무원임용시험의 응시자격이 정지된다. □체력 시험의 중요도 급상승 신규채용 경찰관 최종선발 기준에서 체력 점수의 비율은 과거 10%에서 현행 25%로 크게 오른 반면 필기 점수의 비율은 과거 65%에서 현행 50%로 떨어졌다. 즉 최종선발 기준에서 체력의 중요성이 부쩍 오르면서 체력 시험에서의 고득점이 최종합격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필기시험 발표 후 체력시험 일정이 시작되기까지의 짧은 기간동안 수험생들은 적지 않은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체력 대비 휘트니트센터를 등록하기도 한다.
평소 체력 시험에 대비하지 않은 수험생들은 단기간 운동량을 끌어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100m달리기, 좌·우악력의 경우 다른 종목과는 달리 단기간에 실력이 오르지 않는다. 실제 시험장에서는 100m달리기 종목에서 과락으로 인한 불합격 처리를 받고 면접을 치르기도 전에 집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정으로 체력 시험에 자신이 없거나 고득점을 받기 위해 일부 수험생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 복용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테로이드 복용에 대한 소문은 이미 수험가에 널리 퍼지고 있다. ‘근육강화제 한방이면 악력점수가 만점이다’, ‘소방관 체력시험에서는 스테로이드를 복용하지 않고 시험에 임하면 손해다’ 등 진위를 알 수 없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치러진 체력 시험의 공정성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송성훈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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