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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詩] 유월의 사랑

/ 기사승인 : 2015-07-07 1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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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707_113_20

 

 

 유월의 사랑
 

                                  ㅣ오대혁 ㅣ

 

노량진 골목길에서 그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에게서 돌매화나무 꽃향기가 피어났습니다
향기가 없는 천상의 꽃으로 뒤범벅된 그들은
팔짱을 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라 했습니다
천상에서 몰래 한 사랑 때문에
인간 세상에 유배 온 그들은 애틋했습니다
켜켜이 쌓아온 그리움으로 뒤척이고 있었습니다

눈꽃 피어나던 날 그들을 보았습니다
눈 내린 자작나무 숲에 선 그들은
하얀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사랑해서 진저리치게 사랑해서
천상의 옥황상제며 후토부인이
아직도 그들을 시기한다고 했습니다
전라도 부안의 골방에 갇혀 으스름 달빛 아래
서성이던 남자가 여자에게 달려가니
어느새 여자를 땅끝마을 바닷가로 보내버렸답니다
사랑만큼 거칠고 모진 그리움이 보였습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달맞이꽃이 피는 날
천상에선 단비가 내리는 오늘, 그들을 봅니다
그들은 팔짱을 으스러지게 끼고는
돌매화나무 향기를 뿌리고 있습니다
천상의 사랑이 익산의 들판에 피어납니다
그들의 사랑이 유월을 집어삼키며
천 년의 사랑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2015년 6월 20일)

아무도 길을 일러주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길눈이 밝아 사랑을 찾고, 직업을 찾고 제 갈 길을 가는 걸 보면 젊음은 참으로 대단하다. 그 남자가 노량진을 서성이기 시작한 것은 사랑하는 여자를 붙잡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시골에서 올라온 남자는 공부에 그리 대단한 취미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여자를 가엾은 눈으로 응시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한 해가 지난 후 그 남자의 눈빛은 많이 바뀌었다. 반드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야 하겠다고 했다. 새벽 강의도 열심히 와서 들었다.(둘이 사귀려면 합격 소식을 들고 오라고 했나 보다.) 가끔 술도 한 잔 했는데, 남자는 서른 즈음에 느끼는 불안과 열정을 토해내곤 했다.

삼 년째 되는 해 남자는 시험에 합격했다. 먼저 지방직 시험에 합격하여 전라도 부안에 머물던 남자는 여자가 임용고시에 또 낙방할지도 모른다고 서울시 합격자 소식을 목 빠지게 기다렸다. 어둔 시골의 골방에 우두커니 앉아 석 달을 기다렸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런데 떨어질 줄 알았던 여자가 임용고시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 남자는 강남구청에서 일하게 되었고, 여자는 전라도 해남 땅끝마을에 선생님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애별리고(愛別離苦)’라. 사랑하는 그들은 견우와 직녀처럼 오작교를 놓아 만나야 할 판이란다. 서울에 신방을 차리고 남자와 여자는 지난 유월에 고향인 익산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다행이다. 사랑하는데 매일 볼 수는 없으니 참으로 그리울 수밖에 없겠다. 매일 붙어사는 것도 괴로움이니 그렇게 애틋하면 진짜 사랑을 느낄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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