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휴전선 목함 지뢰 폭발사고로 두 젊은이가 중상을 입었다.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할만한 입증재료들이 발견되어 국민을 분노케 했다. 전쟁상태가 잠시 중단된 정전의 분단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늘 이러한 위기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정부는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으나 북한은 늘 그러하듯이 오리 발을 내밀었고, 우리는 북한의 세칭 존엄(?)과 그 암흑체제를 공격하는 대북확성기를 열어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을 홍보하며 북한 정권의 아킬레스건을 두드렸다. 이에 북한은 남쪽을 향해 포사격을 하였고 우리 또한 이에 대응사격을 하면서 일촉즉발의 전시상황에 직면하는 등 긴장상황이 연출되었다. 8월 25일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합의보도문이 나오기 직전까지 북한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후방지역의 포를 전방으로 이동시켜 포문을 열고, 정박 중이던 잠수함의 70%나 되는 50여척을 어디론가 이동시켜 버리는 등 전대미문(?)의 전시준비태세를 구축하고 있었다. 우리 정부 역시 한미군사훈련기간 중이라 한미연합공조체제를 공고히 하며 일전불사의 자세로 방어 전략을 구축하고 있었다.
전역 36년차인 필자도 만약 전쟁이 나면 무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머릿속에 그려 보면서 전쟁 없는 남북통일이 최선책이지만, 궁극적으로 남북이 일전을 벌인다면 현역시절의 병영인 특전사로 달려가야겠다는 충동이 얼른 들기도 했다.
8월 25일 고위급 회담에서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져 다시 평상상태로 돌아 온 지금, 필자는 운명적으로 한반도를 터전으로 살아가야 하는 전쟁과 빈곤을 경험하지 않은 전후세대 청년들의 현재와 미래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 국민은 지뢰폭발로 하반신을 크게 다쳐 병상에서 치료 중인 두 현역 병사가 하루 빨리 부대로 되돌아가 전선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하며 병실 벽에 걸어 놓은 군복을 응시하는 부릅뜬 두 눈의 광채를 바라보며 가슴이 뭉클했다. 그 뿐인가? 군복무를 필하고 사회활동에 여념이 없는 예비군 신분의 청년들은 다시 군복과 군화를 꺼내 놓고 조국이 부르면 우리는 전선으로 달려간다며 SNS를 통해 불타는 애국심이 전국을 휩쓰는 경이로운 하나 됨을 만들어 나가면서 전 국민의 감탄을 자아냈다. 청년들의 불타는 조국사랑, 애국심의 절정은 비상근무 중인 전선에서 일어났다. 전역을 마다하고 비상상황이 끝날 때까지 전선을 지키겠다며 전역을 연기한 대한의 아들들이 줄을 서다니! 이 땅의 부모들은 그들의 용단에 환희의 눈물로 박수를 보냈다.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 유학생들이 조국을 위해 전선으로 가겠다며 귀국 길에 올랐다는 보도와 진배없는 정말 귀한 청년들의 결의에 찬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읽을 수 있었다.
이 땅에 태어나 이 땅의 흙을 밟고 공기를 마시며 이 땅의 주인공으로 살아 가는 청년들은 그 어느 나라의 청년 못지않게 반듯하고 투철한 애국심을 가진 사나이들이다. 내란이나 전란에 휩싸여 지킬 조국이 없어 떠돌이처럼 지구촌 이곳저곳을 방황하는 청춘 난민들이 무수한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 청년들은 목숨 바쳐 지킬 조국이 있음에 감사하며, 일구월심, 오매불망 조국을 위해 언제라도 목숨을 바칠 각오로 임하고 있음이 얼마나 대견하고 자랑스러운가?
현대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기성세대는 물론이고 사회지도층이 깜짝 놀랄 경험을 이번 위기상황에서 청년들의 결연한 조국수호의 모습으로부터 확인하였다. 바로 이것이다. 이번에 겪은 비상시국에서 전 국민의 하나 된 의젓한 모습과 청년들의 굳센 애국의 의지는 국민통합의 용광로를 지피는 불씨가 되었다. 정말 대한민국은 훌륭한 백성을 둔 위대한 국가이다. 청년들의 피 끓는 애국심으로 뭉치는 저 의연한 모습은 미래의 선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너무도 자랑스럽고 너무도 가슴 뿌듯한 장면이다.
이제는 이 땅의 미래를 책임 질 사랑하는 우리의 아들과 딸인 청년을 어떻게 키워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 져야 할 때가 되었다. 오늘 날 청년사회의 민낯을 들여 다 보면 정말 기성세대의 일원인 필자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난다. 이건 풍요 속의 빈곤도 아니요. 오늘 고생하면 내일 일어선다는 희망도 없는 절망의 시대를 그들은 살아가고 있다.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 정도가 아니고 청년들에게 끼를 키워주고 더불어 성공할 수 있는 행복한 미래를 위한 설계도를 기성세대가 제공을 해야 할 때이다. 3포 세대에서 5포, 7포, 9포세대도 이젠 모자라 정말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N포(?) 세대라는 자괴감으로 좌절에 빠져 있는 청년세상의 절망과 낙담을 일으켜 세워 희망과 보람을 찾아 떠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구축해 주어야 한다. 이것은 정부만의 일도 아니다. 전 국민이 국가적 미래를 재단하는 절대요소로서 청년에게 희망을 심어 줄 수 있는 토양을 만들기 위한 사회대협약, 대사회적 합의가 일어나야 한다. 사회 어느 한 분야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전 분야가 그랜드 디자인한 단기, 중기, 장기의 대한민국 청년성공마스트플랜을 만들어 실천함으로써 시름에 잠긴 청년들의 어두운 현재를 밝혀야 한다. 너무 근시안적, 이기적, 편견적 정책으로 인한 청년소외의 잘못된 정책현장을 확 바꾸어야 한다. 청년이 청년답게 꿈을 키워가는 세상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
첫째, 대학입시제도의 대개혁을 통하여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교육까지 질식(?)상태로 이어지는 입시일변도의 교육의 판을 완전히 바꾸어 그들이 제대로 숨을 쉬며 그들의 인생을 그려 갈수있는 틀(기회)을 만들어 줘야 한다. 사색하고, 여행하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친구들과 더불어 땀을 흘리며 운동경기를 하면서 서로의 귀함을 느끼게 하며, 인간과 자연과 우주를 유영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 주어야 한다. 철학적 사고력, 역사적 관찰력, 문학적 상상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터를 깔아 주어야 한다. 더 이상 입시의 형틀에서 신음하고 좌절하지 않도록 그들을 입시지옥에서 해방시켜 줘야 한다. 이제 공장에서 규격화된 상품을 마구 찍어 내는 식의 인재양성은 글로벌 시장에서 더 이상의 수요가 없다. 입시를 개혁하는 것이 그 답이다.
둘째, 학벌의 차별로부터 자유케 하자. 인도의 카스트제도가 한국의 학벌차별보다 더 가혹할까? 학벌지상주의가 세상을 지배하는 잣대가 되는 한 한국사회의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조성은 불가능하다. 자유와 평등과 박애와 정의가 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만인의 기회의 균등·평등이 전제가 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어떤 경우에도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있어서는 안 된다. 희랍의 철학자들이 저잣거리에서 끝없는 논쟁 끝에 얻은 정의관이21세기 대한민국의 대명천지에서 착근이 불가능한 사회구조라면 그 사회는 희망이 없다는 증거이다. 학벌 아닌 공정경쟁의 틀이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며 미래 한국사회의 비전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국가나 단체의 의사결정구조에 청년이 함께 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원로는 존재하되 군림하지 않아야 한다. 통섭과 융복합의 결론 도출을 위해 주요 의사결정에 젊은 피의 수혈이 필수적이다. 그들이 내일의 주인공일진데 그들의 생각을 담지 않은 결론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우리는 이번 국가비상시국에서 청년들의 애국적 의기를 보았다. 그들에게 미래를 맡겨도 안전함을 확인하였다. 청년에게 기회를 주고 의사결정에 참여 시키고, 그들에게 자유와 평등, 정의의 닻을 단 공정경쟁의 세상을 만들어 주어야한다. 그들을 자유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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