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흙수저들이 대한민국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공무원이 되는 것뿐이다”, 이는 최근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청년유니온과 함께 발표한 ‘2017 진입 경로별 공시 준비 청년층 현황 및 특성 연구보고서’에서 응답자들이 내놓은 답변이다.
소위 공시공화국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적나라한 답변이라는 점에서 씁쓸함이 묻어난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국가직 9급 공채 시험에는 역대 최다인원(228,368명)이 출원하는 등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춘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7·9급 공무원 시험 합격률은 1.8%에 불과하다. 공무원 시험에 지원한 98%의 공시생들은 탈락하게 됨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들 불합격자 상당수(36.7%)가 시험에 떨어진 이후에는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 공시생들은 다시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 더욱이 공시생들은 학원비나 교재비(46.3만원), 기타 생활비(37.3만원) 등으로 월평균 83.6만원을 지출하는 등 적지 않은 비용을 감수하며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공시생 절반(48.3%)이 목표 준비 기간으로 1년 이상 2년 미만을 잡는다는 점에서 2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 평균 투자비용은 2천여만 원에 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 ‘대한민국 청춘들은 왜 공무원 시험에 뛰어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시생들은 공무원 시험이 사기업 채용에 비해 평가 기준이 명확하고 과정이 공정하다(68.9%)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공시생 62%가 공무원이 되면 본인이 노력한 만큼 인정과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사기업 직장을 다녔던 공시생들은 “조직 내 차별이 존재하고 능력에 따라 공정한 기회와 보상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공시생들은 대체로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하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이었다. 공무원이 되면 원하는 삶을 사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생각(66%)하며, 공무원이 되면 직업에 높은 자부심을 느낄 것(63.6%)이라고 응답했다.
또 대표적인 공시생 주거지 중 하나인 고시원의 서울시 분포현황을 보면 5개 중 1개가 노량진 또는 신림동 2개 구역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량진이 속한 동작구는 8.7%, 신림이 속한 관악구는 8.6%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이 지역에는 고시 뷔페, 컵밥 거리 등 저렴하고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독특한 먹거리가 조성되어 있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해 11월 14~22일까지 9일간 7·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서울·경기 지역 거주 청년(20~34세)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됐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9%p).
[저작권자ⓒ 피앤피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