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은 문 대통령 취임 2주년이 되는 날이다. 2017년 이날 41.1%의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은 직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으로 정상적인 정권인수절차도, 각료 임명을 위한 인사청문회도 불가능하여 전 대통령이 임명한 각료들 속에 단기필마로 뛰어들어 집권을 시작했다.
이후 정치적으로는 적폐청산과 남북관계개선을, 경제적으로는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제에 몰두하며 80%를 넘나드는 지지를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시 41%대로 주저앉았다. 물론 그동안 괄목할만한 업적을 올렸다면 대대적인 홍보를 하기 위해서라도 청와대 춘추관에 내외신 기자들과 기자회견을 했겠지만, 모 TV 기자와의 단출한 단독 대담 형식의 술회는 대통령 스스로도 현 정국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TV 대담을 불과 4시간 앞둔 9일 오후 4시 29분과 49분, 북한은 평북 구성 지역에서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동해안으로 발사했다. 이것은 닷새 전인 4일 강원 원산 부근에서 발사한 데 이은 도발로서 한발은 420㎞, 다른 한발은 270㎞를 날아갔다. 미사일의 각도만 돌리면 서울은 물론 부산까지 사정권이 되는 위협인데, 이것은 분명 북한에 우호적인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을 축하하는 축포는 아니었다.
본래 발사체(projectile)는 인위적인 힘으로 공중에 쏘아 올린 물체를 말하지만, 그 발사체가 유도기능이 없는 경우에는 로켓(rocket)이라 하고, 유도기능을 탑재한 경우에는 미사일(missile)이라고 한다. 미사일 중에서도 특히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탄도 미사일은 공기가 없어도 그 반동에 의한 추진력으로 작동이 가능해서 우주 궤도에 쏘아 올리거나 대륙 간 목표물의 공격에 이용되고 있다.
만일 북한의 발사체가 탄도 미사일로 밝혀진다면 북한은 2017년 11월 대륙 간 탄도미사일 ‘화성-15형’ 발사 이후 또다시 UN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게 된다. 미 국방부는 즉각 “북한의 발사체는 여러(multiple) 발의 탄도 미사일로서 300㎞ 이상 비행한 뒤 바다에 떨어졌다”라고 밝혔고, 문 대통령도 이날 기자와 대담 때 “며칠 전 발사는 거리가 짧았으나, 오늘 사정거리가 400㎞가 넘은 발사는 UN 안보리 결의에 위반될 소지가 없지 않다”라고 밝힌 점에서 조금은 인정하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도 ‘소형 단거리 미사일’이라 하면서도 상태를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신중한 의중을 비친 것은 북미대화를 깨뜨리지 않으려고 하는 배려 같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날 예정했던 청와대 출입 기자들과의 환담을 취소하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하노이 회담결렬 후 처음 방한하여 한미일 3국 안보회의를 열어 대북 식량 지원 문제를 논의한 날이었으나, 한미 워킹 그룹 회의 후 언론 브리핑도 취소했다.
지난해 1월 김정은의 신년사로 촉발된 해빙 무드는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두 번 만나고, 또 북미 간 싱가포르 정상회담으로 통일이 곧 다가오는 듯 싶었다. 하지만, 이것은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의 업적 챙기기 위한 의도와 그동안 김정은이 간절히 원하던 북미회담에서 큰 선물을 기대했던 동상이몽에 불과했다. 서로에게 실망한 두 사람은 속내를 감춘 채 지난 2월 27일 하노이에서 다시 만났지만 회담이 결렬된 이후 트럼프는 계속 엄포만 하고, 김정은은 노골적으로 미국을 비판하는 한편 우리에게 미국의 눈치만 본다며 불만하고 있다.
또 하노이회담을 앞둔 지난 1월 김정은은 북경을 찾아가 시진핑을 만난 데 이어서 4월 25일 러시아 푸틴과 첫 북․러정상회담을 하며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했으나, 이것은 그동안 북미와 남북 간에 진행되던 한반도 문제에서 소외되었던 러시아로서 유명무실해진 ‘한반도 6자회담’의 틀을 내세우며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기회만 부여했을 뿐 북한에는 별 소득이 없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망나니 같은 김정은을 달랜다며 식량 지원을 하고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것은 비굴한 조공(?)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 분명한 것은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때 아낌없이 편의를 제공하여 무대만 평창이고 뿐 북한의 잔치였다는 내부 비판에도 판문점에서 두 차례 만난 데 이어서 평양에서 3차 정상회담 후 개성에 남북연락사무소를 설치했지만,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되자 김정은의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또 서울과 평양 사이에 핫라인이 설치되었는데도 역사적인(?) 4.27 판문점 선언 1주년 행사도 썰렁하게 넘기고, 닷새에 걸쳐 미사일을 연속 발사하고 있는데도 그 속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핫라인이 이미 단절되었거나 대통령이 김정은의 설득에 실패한 것 같다. 이제 대통령은 잠시 대북 식량 지원과 ‘김정은의 대변인’ 역할을 멈추고, 갈가리 찢겨진 내부 단합에 충실하여 세계 180위권의 최빈국 북한 스스로 우리 문을 두드리도록 기다리는 것이 좋다.
김정은은 핵무기를 손에 쥐었다고 남한쯤은 안중에 없거나 미국의 곁다리쯤으로 여길는지 모르겠지만, 불장난을 벌인다면 서울뿐만 아니라 평양도 파멸을 맞게 된다는 점을 경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 공격을 할 경우 남한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즉각 제압용 핵을 발사하고, UN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국제적인 비판과 함께 서울에 주재하는 세계 110여 개국 공관원은 물론 상사 주재원과 그 가족들이 피해를 막기 위해서 응징에 나서게 되어 북한은 멸망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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