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에 나도는 ‘오탈자’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후 5년 내에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영원히 변시에 응시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런 제도가 변호사 시험에서 생긴 이유는 과거 사법시험 제도, 특히 60·70년대의 사법시험에서 탈락하여 인생의 낙오자가 되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아보려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
잠깐 그 시절의 합격자를 살펴보건대 60년 초 1회·2회의 사법시험에서도 극소수 합격시키다가 63년 10명, 64년 22명, 65년 11명, 66년 16명, 67년 5명, 69년에서 80년까지의 약 50명 내외 등 극소수를 합격시켜 법조인을 초귀족화시켰고, 사법제도는 민주주의나 법치주의에서 벗어나 ‘사법의 아성’을 형성시켰고, 10년 이상 20~30년을 사법시험에 매달리다가 폐인(廢人)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동안 13년간의 학창시절에서 우수하다고 평가가 나 있는 인물들이 무수히 패배의 그늘에서 신음하였다. S대 및 기타 대학에서 수석졸업자·우수졸업자가 시험 합격에 10년 이상 걸렸고, 그나마 합격하면 다행이며, 인생의 황금기인 20·30대를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법대의 교육자들은 끊임없이 합격자를 늘려서 법학교육과 사법사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실제 시험에서는 대학교수들인 시험위원은 60점 이상을 주지 않았다.
이렇게 하여 사법제도 및 변호사계 상황이 병이 들대로 든 후인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인원을 늘리다가 60점 합격 제도를 철폐하고, 90년대에 들어서며 1000명을 선착순 합격시키는 제도를 만들어, 인원 면에서 60년대에 비해 천양지차(天壤之差)를 보였다.
그러나 그동안 기존의 사법시험 제도는 주로 다섯 가지의 폐해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되어왔다. 첫째, 공학·회계학 기타 여러 방면의 전문지식을 가진 자를 법조인으로 유인·흡수하지 못한다. 둘째, 학원이나 도서실 공방에서 암기식 공부에 몰두하여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것은 비뚤어진 인격을 형성하기 쉬운 제도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점. 셋째, 변호사 없는 읍·면·리・동에도 변호사가 진출하려면 그 숫자가 많아야 한다는 점. 넷째, 정상적으로 교육을 받아 의사가 되듯이 정상적 교육을 받은 자가 변호사 등 법조인이 될 수 있게 하여야 한다는 점. 다섯째, 사법시험에 매달리다가 ‘낭인’이 되는 폐단을 시정하여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상 다섯 가지를 간략히 살펴보면, 첫째는 기간의 절대 부족으로 비법전공자를 제대로 법조인으로 양성할 수 없다는 점이 있다. 둘째는 학교 수업 3년만으로는 변호사 시험의 합격이 어렵고 여전히 학원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있다. 또한 학교 교육으로 올바른 인격이나 윤리가 형성된다는 것은 검증된 바가 없다. 셋째는 변호사가 없는 시골에 변호사를 개업하리라는 생각은 비현실적 망상에 불과하다. 넷째는 의학·약학·공학 등은 실험이 필요하여 학교 의존도가 높지만 법학은 난이도가 약하여 독학이 가능한 학문이라는 점을 망각한 것이다. 다섯째는 이 제도를 채택할 때, 사법시험 제도 하에서 생기는 ‘낭인’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변호사 시험에 불합격하고 5년이 경과하여 퇴출 되는 자가 곧 500여 명을 넘는다고 한다. 이 숫자는 사법시험 제도 하에서 다른 길을 가거나 낭인이 되는 숫자에 비해 극히 적은 수이긴 하다. 법학전문대학원제도가 상당수 인원을 걸러내기 때문이다.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면 변호사 등 법조인이 반 이상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들을 인위적으로 5년이 지나면 변호사 시험에 응시마저 못 하게 하는 것은 법학전문대학원이 사기했다고 볼 수는 없어도 국가권력의 남용이다.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는 자유경쟁 사회에서 모든 자격시험·공무원시험 응시자에게 횟수에 의한 제한은 없다. 유독 법조인 시험에서 인위적 퇴출은 ‘기회균등의 정신’에 반하고 다른 영역에서의 제도와 불균형적이다. 시험에 실패하여 퇴출당한 자를 구제하는 제도가 없다면 국가무책임의 극치일 뿐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기회균등 정신에도 반한다. 백보 양보하여 오탈자 제도를 존치시키려면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자가 다른 길(준법조인)로 가는 길을 우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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