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죄는 타인의 위탁을 받아 보관 중인 돈을 착복·유용하는 범죄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신뢰를 배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하면서 위탁자 본인에게는 손해를 끼치는 범죄다.
횡령과 배임은 특별관계다. 하나의 행위가 얼핏 보아 횡령, 배임 양 질로 보이더라도 횡령이 성립하면 배임은 성립하지 않는다. 맡긴 것이 돈이면 횡령, 맡긴 것이 사무였고 돈 외의 것을 해 먹으면 배임이 된다. 돈 외의 것이란 재산상 이익을 말한다.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전직 경찰관 135만명의 정회원과 현직 경찰관 15만명의 명예회원을 둔 친목단체 경우회 전 회장을 횡령, 배임 등 범죄로 높은 실형에 처했다. 선고형은 징역 3년 6월, 추징금은 4천만원. 3년 6월은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인정됐고(서울고법 형사13부 2018. 11. 22. 선고), 현재 상고심 결론이 났다는 추가 보도는 보이지 않는다.
경우회는 정치활동이 금지된 단체(대한민국재향경우회법 의거)인데, 피고인은 국회개혁범국민연합이라는 정치단체를 만들어 정부 지지활동을 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지지활동비 마련을 위해 경우회 및 산하기관의 돈을 횡령했다는 점이다.
법원은 경우회 등 기관의 자금 5억원을 횡령한 죄, 경우회에 10억 5천만원의 손해를 끼쳐 배임한 죄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피고인이 비록 기관의 자금을 착복하여 자신의 주머니를 채운 것은 아니지만, 본래의 제한된 돈을 용도에 반해 사용한 점에서 유용의 형태를 띤 횡령죄가 성립한다. 그리고 자신이 재산상 이익을 취하지 않았더라도 제3자의 이익을 위해 경우회 등의 재산상 손실을 초래한 점에서 배임죄가 성립한다.
한편 피고인은 경우회장의 직위를 이용해 동죄들을 저질렀으므로, 각 업무상 횡령죄,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한다. 그리고 이득액 내지 피해액이 5억원 이상이므로, 형법상 위 동죄가 아니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중하게 처벌된 것이다.
그리고 피고인이 경우회 산하기관에 대해 거래중단 통보를 한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다수인을 동원해 항의 집회를 열고 계약연장을 관철한 행위는 업무방해죄 내지 공갈죄에 포섭될 수 있다. 특히 시위를 협박으로, 계약연장 관철을 공갈의 결과로 볼 수 있다면 공갈죄에 해당한다.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변제에 노력했다면 높은 실형을 피할 수 있었을 텐데, 피고인은 그와 정반대로 소송에 임했다고 한다(단, 횡령금 일부는 변제).
대구 형사전문·이혼전문 변호사 | 법학박사 천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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