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메가로이어스 정연석 변호사
1. 총평
안녕하십니까, 메가로이어스 민사법 전임 정연석 변호사입니다. 제9회 변호사시험을 응시한 수험생 여러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제9회 변호사시험 민사법의 경우 전체적인 난이도는 예년과 비교할 때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편이라고 생각됩니다.
“선택형”의 경우 예년에 비해 지문의 길이가 확실히 길어지고 낯선 지문도 꽤 등장한 편이어서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고 느낀 수험생이 꽤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를 분석해보면 실제로 ‘정답결정력’이 있는 지문들은 대체로 명확한 편이어서, 평소 선택형 대비의 방식이나 태도에 따라 격차가 꽤 생겼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례형”의 경우, 다른 해와 달리 출제 ‘내용’이 민법과 민사소송법 전체에 걸쳐 너무나 확실히 예상되는 문제들로만 이루어진 느낌이 들 정도였고(통상 섞여있는 다소 구석지거나 지엽적인 쟁점이 이례적으로 하나도 없을 정도), 출제 ‘방식’ 역시 수험생들이 빠질 만한 깊은 함정이 거의 없는 형태여서, 예년에 비해 난이도가 매우 낮은 것은 분명했습니다. 그러나 시험의 속성상 상위권자라 해도 쉬운 문제에서 몇 개의 실수는 충분히 있을 수 있고, 또 주어진 배점마다 최대한의 득점을 받기 위한 서술방법은 수험생 간에 꽤 차이가 날 것이어서, 일희일비하거나 이번 사례형의 변별력이 미미하다고 단정할 것은 아닙니다.
“기록형”의 경우 전년도인 제8회 변호사시험에 비하여 주제도 확실히 어려워지고 분량도 많아져서 시간부족을 느낀 수험생들이 매우 많았을 것으로 생각되고, 실제 일부를 통백으로 제출하는 경우도 왕왕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난이도 자체가 심각할 정도로 높았던 과거 제2회부터 제7회까지의 기록형 시험(이하 ‘과거 6회분’이라 함)에 비해서는 난이도가 낮은 편인 것도 사실입니다. 이 점은 단순히 난이도가 낮아졌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출제자가 묻는 포인트가 통상적 민사 커리큘럼상 비교적 선명한 주제 중심으로 변경되었다는 의미도 됩니다. 이에 따라 향후 기록형 시험이 대체로 제8회, 제9회 사이의 난이도 정도로 정착하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가능하고, 또 과거 6회분에 비해서 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응시생의 입장에서는 응시 후 ‘시험이 어려웠다’고 평가되면 괜히 안심이 되고, ‘시험이 쉬웠다’고 평가되면 괜히 나만 못 본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한 심리겠지만, 과목도 많고 유형도 다양하고 개인의 변수도 너무나 많은 이런 시험에서 한두 과목이나 한두 유형에 대한 누군가의 평가가 실제로 결과에 있어서 큰 차이와 직결되는 것은 거의 보지 못했고, 수험생들의 피치못할 불안함이 만들어낸 것일 수 있으니, 지금은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평소 미처 못 했던 일들을 하시고, 또 그런 여유가 생긴 이후에는 자신의 향후 계획을 세워보셨으면 합니다.
2. 선택형 출제경향
무엇보다 지문의 길이가 길어져서 어려웠고, 낯설다고 느끼는 지문도 많았고, 민법과 민사소송법을 적당하게 할당하여 공부한 사람을 기준으로 할 때, 상대적으로 민법보다는 민사소송법이 조금 더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지문이 길어지거나 낯선 지문들이 섞여있을 경우일수록, 단순히 ‘객관식 문제를 최대한 많이 풀자’는 방식보다는 ‘민사법 기본내용을 정확히 이해해서 최대한 반복하자’는 방식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실제 매년 민사법 선택형의 최고득점자는 문제를 많이 푼 사람보다 기본서를 더 많이 돌린 사람이고, 올해 수강생 중에도 문제풀이 자체는 최소화하고 얇은 기본서만 6~7번 반복한 분이 실제로 민법과 민사소송법 모두 선택형 만점을 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1차적으로 정확한 이해를 하고 최소 분량으로 여러 번 반복하는 방식이 올해 선택형에서는 특히 유리했는데, 그러나 역으로 보면 나름 기본서도 읽고 문제까지 많이 풀었지만 성적이 별로 좋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적인 난이도는 작년에 비해 어려웠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편 수험생들 중에는 ‘민사집행법’ 출제 비중이 높아 어려웠다는 소감도 있었지만, 실제 제목부터 민사집행법 문제임을 드러낸 문제들도 결국은 민법이나 민사소송법 지문들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알다시피 채권양도, 주택임대차보호법, 유치권, 상계, 의사표시, 해제, 저당권 등의 단원에서 우리는 집행법 이슈가 소재로 등장하는 A급 판례들을 매우 많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험에서 집행법 문제는 이것들만 확실히 알아도 정답을 맞히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는 문제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것은 변호사시험의 출제 측이 “변호사시험을 위해 집행법이라는 과목 고유의 특수한 내용들을 최대한 많이 숙지해야 한다.”는 필요성 인식이 거의 없음을 의미하고, 매우 바람직한 출제의 관점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비에 있어 막판에는 위와 같은 논리나 맥락 없는 ‘순수’ 선택형 지문을 따로 추려서 반드시 챙겨봐야 합니다(저 같은 경우는 ‘연말 추록’). 실제 올해도 일반 기본서가 아닌 그 영역에서 의외로 지문들이 대거 그대로 출제되었습니다. 아는 지문이 1개라도 아쉬운 선택형에서는 막판까지의 꼼꼼함이 큰 이득이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3. 사례형 출제경향
올해는 민법에 비해 민사소송법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민법 내에서는 물권법의 비중이 높은 편이었습니다. 특히 민사소송법은 작년에 예비적 병합이 너무나 예상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올해는 기판력의 전면적인 사례형 출제가 너무나 예상되던 상황이긴 했는데(분석표를 보면 8년간 변모에만 잔뜩 출제되고 변시에는 생각보다 직접 출제된 비중이 적은 상태였습니다), 예상한 것보다도 더 많은 기판력 문제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올해 사례형의 난이도가 예년보다 낮긴 하더라도 말씀드린 것처럼 수험생 사이의 격차는 엄연히 존재할 것입니다. 이러한 격차는 평상시 내용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그리고 판례의 ‘워딩’을 꼼꼼하게 암기했는지 여부에 따라 의외로 벌어진 것 같습니다.
올해 사례형 출제 내용을 보면, ① 상계재항변의 기판력 부정, ② 심급대리와 파기환송 후 소송대리권의 부활, ③ 제498조와 동시이행항변권에 의한 예외, ④ 개정 민소법 제202조의2, ⑤ 횡령과 선의취득 도품특례 부정, ⑥ 이행의 반소 이후 확인의 본소 권리보호이익 유지, ⑦ 표준시 이후 형성권 행사와 상계권비실권설, ⑧ 선결관계인 원금과 부대채권 및 기판력의 시적 범위, ⑨ 소송탈퇴와 소멸시효 중단, ⑩ 공동근저당권의 배당과 확정, ⑪ 제3취득자의 권리, ⑫ 소멸시효기간 연장금지와 사해행위취소 수익자의 시효원용권, ⑬ 대위소송의 직접지급판결과 압류의 대상 불가능성, ⑭ 공유자의 물권적 청구권과 상속회복청구권, ⑮ 상속재산분할협의와 무권리자 처분의 추인, ⑯ 합의해제와 제3자 보호 등이 출제되었습니다.
이 중 ⑤, ⑪, ⑫, ⑭, ⑮의 5가지는 다소 기초적인 주요 내용이고, 나머지 11개는 ‘매우 강력한 예상문제’로 언급되는 것들이었습니다. 저도 매년 제1순위 예상문제를 30개 정도 선정하는데(소위 ‘별표 3개’짜리), 그것들이 실제로 출제되는 비중이 언제나 ‘매우’ 높은 것은 아닌데, 올해의 경우에는 너무 완벽하게 그대로 출제되어서, 추측컨대 어떤 강사든, 또 어느 정도의 통상적인 정보만 가지고 대비한 수험생들이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는가 합니다.
게다가 출제에 있어서 예년과 같은 함정이나 깊은 논리 전개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가령, 만약 ②는 재상고심에서 B의 소송대리권 부활 여부를 묻거나, ⑤는 점유보조자의 횡령으로 묻거나, ⑧은 변론종결 전의 기간까지 걸쳐서 청구함으로써 기판력이 미치지 않아서 지연손해금이 인용되는 기간을 묻거나, ⑨는 설문에서 재항변 내용을 그렇게 상세하게 써주지 않거나, ⑩은 공동근저당권자의 소극적 참가와 부동산별 별도 확정 상황 및 누적적 배당금지를 묻거나, ⑮는 배점을 올리거나(배점이 5점이어서 사실 최신판례로서 사안에서 경합한다고 봐야 하는 ‘무권리자의 처분행위의 추인’은 배점사항이 아닐 가능성이 커 보임) 하는 식으로 출제했다면 현재보다 난이도가 크게 상승했을 것인데, 그에 비해서는 매우 무난한 출제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주관적인 예측일 수 있으나, 제10회는 제9회 사례형보다 어렵게 출제될 것으로 관측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급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이제 사례형은 계속 쉬울 것이다’라는 분석은 전혀 내릴 수 없는 것입니다. 10기 로스쿨생 분들의 경우 2020년에는 오히려 사례형이 매우 어렵게 출제될 경우를 염두에 두고 기본내용을 충실히 이해하고 판례의 키워드와 키프레이즈를 완벽히 암기한 후 변시변모 기출문제 분석을 빠르게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4. 기록형 출제경향
기록형은 직전인 제8회와 비교해보면 체감난이도가 급상승하여 확실히 어렵게 느껴질 것입니다(위에서 언급한 사례형이 바로 내년에 그럴 수 있을 것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이후에는 제8회와 제9회의 난이도 사이 정도에서 정착하지 않을까 하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기록형은 유형의 특성상 언제나 크고 작은 함정이 존재합니다. 물론 올해는 과거 6회분과 같은 식의 엄청나게 복잡한 구조나 매우 깊은 함정은 없는 편이었지만, 탄탄한 민사법 기본실력을 가지고 매우 주의 깊게 보지 않는 이상 스스로 민사법 최상위권의 실력을 가진 수험생이라고 해도 당연히 몇 가지 쟁점을 놓치거나 몇 가지 오류를 범하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스스로 놓치거나 틀린 쟁점이 꽤 발견되더라도 그때마다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올해 기록형에서는 ① 준소비대차와 가담법상 회수청구권 및 악의의 제3자, ② 약정이자의 이자제한법 위반과 이자 및 지연손해금 청구, ③ 제3취득자의 소멸시효 원용과 소멸시효 이익 포기의 상대효, ④ 임대차 묵시갱신과 전대차의 묵시적 동의, ⑤ 적법한 전대차의 법률관계와 차임 연체로 인한 해지, ⑥ 부당이득 공제한 나머지 보증금반환과 인도의 상환이행, ⑥ 하자담보책임(제척기간)과 착오 취소의 경합, ⑦ 쌍방 공통 동기의 착오에 의한 취소, ⑧ 소장 송달에 의한 취소와 그로 인한 매매대금반환 및 소장송달일 당일부터의 이자 가산, ⑨ 부부의 일상가사 연대책임과 부탁에 의한 병존적 채무인수의 연대채무, ⑩ 추심금청구에서의 집행채권 변제 항변 불가, ⑪ 추심명령과 압류 경합 불문, ⑫ 민사유치권의 견련성 요건, ⑬ 상사유치권의 유치물 채무자 소유 요건, ⑭ 유치권부존재확인 청구취지 등의 쟁점이 출제되었습니다.
위 주제 중 소멸시효 이익 포기(올해 기록형 중 내용적으로는 소멸시효가 가장 유력한 주제 중 하나라고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적법한 전대차, 일상가사 연대책임, 추심명령, 상사유치권은 매우 강력한 예상 주제였으며, 나머지의 경우는 충분히 상시적 중요도가 있는 주제들이어서, 쟁점 선택에 있어서도 매우 적절하였다고 생각됩니다.
기록형의 경우 생각만큼 답안지를 잘 쓰지 못하거나 실수한 것들이 자주 발견될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은 최상위권이나 안정적인 합격권의 수험생들도 모두 저지르는 것이므로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으실 필요는 없으며, 특히 올해처럼 시간이 부족하고 내용이 만만치 않은 경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출제 후 출제위원급 교수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는 것이 바로 기록형 시험입니다.
5. 결어
무엇보다, 정말 힘든 과정 열심히 버텨내신 것에 큰 박수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으신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으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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