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주현 변호사(형사전문변호사, 법학박사)
[천주현 변호사의 사건이슈] 인연과 악연
다소 억울하게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직하게 됐더라도, 설령 미지급 퇴직금이 있었더라도, 협박하여 받아내면 공갈죄가 된다.
서울의 한 학교에서 해직교사들이 학사비리 폭로를 빌미로 학교를 협박한 사건에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피고인들에게 징역 4~6월, 잡행유예 1년을 각 선고했다. 피고인은 총 7명. 이들이 받아낸 공갈금은 7억원. 한 사람당 1억원 가량 돌아갔다고 한다.
피고인들이 20년 넘게 학교를 위해 일하고도 구조조정을 이유로 사직을 권고받았다면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부 조작 흔적을 발견한 후 학교 관계자들을 협박하면서, '언론에 폭로', '감사원에 폭로'하지 않는 조건으로 거액의 퇴직위로금을 요구한 것은 위법한 행위다.
보도상 이들에게 퇴직위로금 청구권이 있는지 확인되지 않지만, 설령 그러한 권리가 있었더라도 정당하게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근로자지위확인소송등)를 협박을 통해 해결한 것은 수단의 상당성이 없다. 이러한 행위는 정당행위나 자구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
형법의 해석에서 '권리행사와 위법성' 영역이 있다. 비록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이라도 목적 내지 수단이 상당하지 않으면 위법하다는 이론이다. 이 사건 피고인들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된 데에는 위 이론이 깔려있다고 보면 된다.
보도는 '협박'을 강조하고 있지만, 돈을 갈취한 점이 발견되므로 필자가 공갈죄로 이 사건을 소개하였다. 다수인이 공갈에 나선 점에서 특수공갈죄 내지 폭처법상 공동공갈죄에 해당하는 사건이다.
대구 형사전문·이혼전문 변호사 | 법학박사 천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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